남의 땅 위에 건물을 지은 경우
A 씨가 나부자 씨의 토지를 빌려 토지 임대차 계약을 하고 2억원을 들여 할인 브랜드 상가를 지었다. 이때 A 씨는 그 토지에 대해 임차권을 가진다. 임차권은 채권이라서 배타적인 권리가 아니므로 제3자에게는 주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새 땅주인이 상가를 철거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 그러면 A 사장은 상가를 지을 때 든 2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지상권은 토지에 관한 물권이어서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권리입니다. 그래서 그 토지 위에 자기 소유의 건물을 신축하거나 임대할 수 있으며, 땅주인이 바뀌더라도 권리를 계속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A 씨가 지상권을 1년으로 계약했다면, 1년 후 건물을 철거해야 하므로 국가경제로 봐서도 손실입니다. 그래서 민법은 지상권의 최단 존속기간을 규정해 두었습니다.
지상권의 최단 존속기간은 석조·석회조·연와조 등의 견고한 건물, 토지에 수목을 심은 경우에는 30년, 그 외 건물은 15년, 담·굴뚝·광고탑 등의 공작물은 5년입니다. 별도로 약정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가령 3년으로 서로 합의했더라도 최하 5년 이상 지상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상권은 토지 경매에서 중요한 문제이니 꼭 기억해야 합니다.
A 씨가 나부자 씨의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하고 상가를 지어 임대사업을 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합시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크죠. 그래서 민법은 지상물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기간이 만료되면, 김 사장에게 두 가지 특별한 권리를 인정해 줍니다. 게약 갱신 청구권과 지상물 매수 청구권입니다.
계약 갱신 청구권은 땅주인에게 지상권 설정 계약을 갱신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물론 땅주인은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지상물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땅주인에게 자신의 건물을 사라고 청구하는 권리이죠. 땅주인은 지상물 매수 청구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사례 1
경기도 김포시의 4차선 도로를 낀 300㎡(약 91평) 토지가 경매로 나왔다. 최저매각가격은 2억 7천만원으로 평당 약 300만원 꼴이었다. 인근 도로를 낀 토지가 평당 350~400만원이므로 가격이 싼 편이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았더니 송연숙 씨가 먼저 지상권을 설정하고, 후에 곽우기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현장답사를 나가 보니 스포츠 브랜드 할인매장이 있었다.
자, 이 토지가 입찰할 가치가 있는지 권리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원래 지상권은 토지가 매각되어도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낙찰자에게 인수됩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송 씨의 지상권이 먼저 설정된 후 곽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곽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 등기부등본을 보았다면 이미 선순위로 지상권이 있음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땅주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면 고의이고, 모르고 빌려주었다면 과실입니다. 어쨌든 곽 씨는 ‘선의의 제3자’가 아니므로 손해를 보더라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경우 지상권은 낙찰자에게 인수됩니다. 그러므로 감정가 수준에서 입찰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사례 2.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2차선 도로를 낀 500㎡(약 151평) 토지가 경매로 나왔다. 최저매각가격은 4억 5,300만원, 평당 약 300만원이다. 등기부를 열람해 보았더니, A은행이 땅주인에게 2억원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기형식 씨가 지상권을 설정했다. 현장답사를 나가 보았더니 2차선 도로치고는 통행량이 많았으며, 주위에 음식점도 여럿 있었다.
보통 토지 경매에서 근저당권은 배당을 받은 후 소멸되고, 지상권은 낙찰자에게 인수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좀 다릅니다. A은행이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 그 토지에는 지상권이 없었습니다. A은행은 고의나 과실이 없는 선의의 제3자이죠. 반면 기 씨는 은행의 근저당권이 있는 줄 알면서도 건물을 짓고 지상권을 설정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기 씨의 지상권은 낙찰 후에 소멸됩니다. 만약 지상권이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면 입찰가가 낮아져 선의의 제3자인 A은행이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지상권 부담이 없으므로 좀 더 치밀한 시세분석과 현장답사를 통해 입찰을 고려해 볼 만한 물건입니다.
강부자 씨가 김은택 씨의 토지를 담보로 잡고, 1억원을 빌려준 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땅주인인 김 씨가 다른 사람에게 그 토지에 건물을 짓는 것을 허락하고 지상권을 설정해 준다면, 강부자 씨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채권자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돈을 빌려줄 때, 아예 토지에 근저당권뿐만 아니라 지상권을 함께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지상권은 남의 토지 위에 건축물 등을 소유하려고 설정하는 권리지만, 현실에서는 이처럼 담보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한다. 그러면 땅주인이 자기 마음대로 지상권을 설정하지 못하며, 담보권이 더욱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2가지 사례의 권리분석은 어떻게 다를까요?
[상황1]처럼 강부자 씨가 근저당권을 선순위로 하여 지상권도 설정했다면, 이 경우 지상권은 근저당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각 후 강 씨는 돈을 돌려받고 지상권도 소멸됩니다. 반면 [상황2]처럼 지상권이 선순위라면, 후순위인 근저당권은 매각 후에 소멸되지만, 지상권은 인수되므로 이런 경우 입찰을 포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경매에서 지상권 인수가 부담스러워 아무도 입찰하지 않으면 강부자 씨는 빌려준 돈을 제대로 못 받을 수 있습니다
. 이런 경우 지상권자이자 근저당권자인 강 씨가 법원에 ‘지상권 말소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합니다. 즉 경매 매각 후 낙찰자가 지상권을 말소해 달라고 하면, 설령 전액을 배당받지 못했더라도 협조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면 법원은 매각물건 명세서에 “지상권 말소 동의서가 제출됐다”고 기록합니다. 이런 토지는 위치 등 다른 조건이 좋다면 입찰을 해 볼 만합니다.B 씨는 1년 전 인천의 작은 근린상가를 경매로 낙찰받았습니다. 건물이 너무 낡아서 임대를 놓기엔 별로였지만, 상업지역의 대로변이어서 나중에 건축업자에게 팔면 큰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상가는 도무지 팔리지 않고, 임대료는 너무 작아서 생돈으로 대출이자를 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구분지상권’이었습니다. 건물 앞의 도로 아래로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가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이 토지에 일정 범위를 쓸 수 있는 구분지상권을 설정해 놓았던 것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설정한 지상권은 설령 선순위가 아니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특별 매각조건은 매각물건 명세서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데, B 씨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입니다. 구분지상권의 효력 범위가 지하에만 해당되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죠.
이 포스트는 『경매공부의 바다에 빠져라』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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