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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애런 vs 실리콘밸리 브라이언, 그들이 직장을 바꾸면 어떤 일을 겪을까?

경영 자기계발/실리콘밸리를 그리다

by 스마트북스 2018. 8. 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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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애런 vs 실리콘밸리 브라이언, 그들이 직장을 바꾼다면?

성실하고 눈치 빠른 인재, 애런

애런Aaron 대기업에 적합한 최고의 개발자다. 명문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토익 성적이 980점에 달하며, 대기업 입사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그는 구글에서 만든 딥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를 이용하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했으며, 인공지능, AI 영역에도 많은 경험이 있었다. 입사 후에도 보고서, 기획서를 쓰는 능력과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까지 좋아서 고속 승진이 예정된 직원이었다. 그가 속한 팀의 팀장은 그를 신뢰했고 다른 직원들도 그를 모범적인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200장 기획서를 완벽하게 구현하다

어느 날 팀장이 애런을 불러 AI를 이용하여 시나리오별 영업 실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하며 기획서를 건넸다. 200장에 달하는 기획서에는 정확한 표준화 프로세스가 구현되어 있었다. 필요한 기능 목록이 명확하게 나와 있고, 어떠한 사용자 경험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등이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팀장은 두 달을 주겠다고 말했다. 애런은 자신 있게 말했다.
“5주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팀장은 기특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
애런은 기획서에 적힌 대로 자바에 텐서플로를 돌려 AI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주 만에 해내기는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야근도 불사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소소한 버그를 제외하면 기획서에 적힌 기능들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었다.
애런은 뿌듯해하면서 팀장에게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팀장은 벌써부터 사장에게 이 프로그램을 보여줄 생각에 들떠 있었다. 팀장은 이 친구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창의적이고 소통하는 인재, 브라이언

 
브라이언Bryan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기업에 적합한 최고의 인재다. 학부 때 언론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석사 때는 AI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의 연구는 업계와 학계에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했고, 링크드인을 통해 여러 회사 리쿠르터들이 연락해왔다. 석사를 끝낸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에도 합격했다. 상장하지 못할 수도 있고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해버릴 수도 있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지만,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최종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브라이언은 에어비앤비 AI 팀에 입사하자마자 매니저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AI를 이용하여 시나리오별 수익을 예측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흔쾌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논의 끝에 가장 좋은 방식을 택하다 

다음 날 브라이언은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나 요구 사항Requirements을 들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요구 사항도 많았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았다. 그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요구 사항을 토대로 두 장짜리 디자인 도큐먼트를 만들었다. 줄여서 디자인 독이라고 하는 이 문서에 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지를 간단히 쓰고 프로덕트 매니저가 이야기했던 요구 사항들을 썼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썼다. 여러 머신러닝 기법들을 비교하며 장단점을 기술했고 최종적으로 딥러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구글독스의 공유 기능을 이용하여 팀원들에게 문서를 보냈다. 팀원들은 그의 디자인 독에 다양한 코멘트를 남겼다.
이후 프로덕트 매니저는 디자이너들과 만나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브라이언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브라이언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지적했다. 브라이언의 의견 중 반 정도는 디자이너들이 반영했고, 나머지 반은 브라이언이 양보하기로 했다.
다양한 논의 끝에 디자인 독이 승인되었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텐서플로를 이용한 방식이 좋다고 동의해주었다.
브라이언은 텐서플로를 이용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구현했다. 다른 여러 알고리즘을 비교해봤지만 그것이 제일 낫다고 판단했다. 그 뒤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야근하기도 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일을 끝마쳤다. 매니저에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은 지 2개월 정도 됐을 때였다. 매니저와 팀원들은 프로젝트 론칭을 축하하며 회사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을 마셨다.
 

대기업 출신 애런,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애런이 에어비앤비 리쿠르터의 눈에 들어왔다. 애런은 뛰어난 개발 능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쉽게 면접을 통과했다. 에어비앤비 조직 문화와의 궁합을 확인하는 문화 적합성면접에서 조금 고전했지만 최종 합격했다.
입사 후 매니저는 그에게 몇 가지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며 어떤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애런은 이전 회사에서 경험한 적 있는 AI를 이용한 수익 예측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그가 보기에 이 회사는 진짜 여유로웠다. 일을 주지도 않고 출퇴근 시간도 제한이 없었다. 이틀 멍하니 보내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런이 물었다. “프로젝트 언제 시작해?” 그러자 매니저는 조금 당황하면서 네가 준비되면 언제든지.”라고 대답했다. 애런은 오늘부터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매니저는 , 좋아. 당장 시작하자!”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매니저가 일을 주지 않았다. 애런이 답답한 마음에 매니저를 찾아갔더니 프로덕트 매니저와의 미팅을 주선해주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그에게 기획서는커녕 이러이러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요구 사항들과 두루뭉술한 아이디어들을 말해주었다. 애런은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더 자세한 내용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직 정확한 모델이나 사양은 없고 같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애런은 워낙 익숙한 프로젝트인지라 이 정도만으로도 일을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기획서도 제대로 쓰지 않는 이 회사는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의논하며 느리게 일해서 미래가 있을까? 


애런은 이전 회사에서 쓰던 기술과 자신의 경험을 총동원하여 몇 주 만에 멋진 AI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프로덕트 매니저, 동료 엔지니어, 매니저 모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애런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완성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러자 비판이 쏟아졌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신이 생각했던 기능이 빠졌다고 했다. 애런이 생각하기에, 그는 기획서도 쓰지 않았으면서 말이 많다. 다른 엔지니어들은 왜 텐서플로를 썼느냐, 그게 가장 좋은 기술이냐 등 말이 많다. 애런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것이 최적의 기술이고, 이미 많은 프로젝트를 통하여 검증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엔지니어들은 계속 딴지를 걸었다. 능력도 없고 회사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나오지 않고 일도 느리게 하는 사람들이 괜히 말만 많다고 생각하며, 애런은 새삼 자신이 엔지니어로서 얼마나 뛰어난지, 얼마나 아는 것이 많은지 깨달았다.
한편으로 애런은 회사가 이렇게 모든 것을 토의로 결정하면서 느리게 일하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세월에 모든 기술을 하나 하나 비교해가면서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엔지니어들은 점심을 보통 2시간에 걸쳐 먹고, 집에서 일하겠다며 회사도 나오지 않고, 그런데도 승진만 잘했다. 그런 사람이 많은데도 잘나가는 이 회사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사에서 잘나간다는 브라이언을 만났다. 브라이언 또한 애런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텐서플로와 딥러닝을 쓴 이유를 물었다. 애런은 텐서플로가 제일 잘나가고 딥러닝이 대세인 것은 웬만한 엔지니어들은 다 안다고, 또 이전 회사에서 기획자들이 다양한 기술을 검증했는데 텐서플로가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브라이언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것이 이 프로젝트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애런은 속으로 당연하지. 똑같은 프로젝트인걸!’이라고 말하며 참 별걸 다 딴지를 건다 싶었다.
 

실리콘밸리 출신 브라이언, 대기업에서는?

브라이언은 에어비앤비에서 4년을 보냈다. 주식을 다 받았으니,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애런이 근무했던 대기업에서 브라이언에게 연봉 6억 원을 제시했다. 브라이언은 대기업으로 이직했고, 입사하자마자 개발 팀 팀장을 만났다.
팀장은 브라이언에게 기대가 크다면서, 기획자와 만나서 AI를 이용한 수익예측 프로젝트를 논의해보라고 했다. 브라이언은 기획자에게 다양한 머신 러닝 기술들을 이야기하면서 최신 기술들도 여럿 소개했다. 기획자는 회사 표준화 프로세스에서 검증되지 않은 툴은 사용할 수 없다면서, 본사 표준화 프로세스에 따라 자바와 텐서플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몇 주 후 200장짜리 기획서가 나왔다. 브라이언은 기획서를 보면서 혼란스러웠다. 이미 지나간 기술을 쓰고 있고, 설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팀장에게 기획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팀장은 불편한 표정으로 기획자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기획자는 지난 주말 밤새워 완성한 기획서를 비판하는 브라이언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의 말이니 맞긴 할 테지 싶었다. 기획자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쉬었다. 잘못 걸렸다 싶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브라이언처럼 자기만 잘난 것들은 사회생활에 문제만 일으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았다.

나를 무시하나? 텃세 부리나? 왜 바꿀 수 없다는 걸까? 


다음 날 브라이언은 다른 기술들과 비교해가며 기획자가 쓴 기획서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문서로 작성해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회사가 보안상의 이유로 구글독스 공유를 차단시켜놓아서, 불편하지만 각자에게 이메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자신이 보낸 이메일에 코멘트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나를 무시하나. 텃세 부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새로 온 개발자가 기획자를 무시하고 새로 기획서를 써서 돌린 일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그다음 날, 팀장이 브라이언을 불러 어제 무슨 의도로 이메일이 보냈느냐고 물었다. 브라이언은 디자인 독이라고 대답했다. 팀장은 이미 유관 부서와 사장에게 보고가 들어가 결재가 난 기획서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그가 해야 할 일이 회사의 프로세스에 따라 위에서 내려온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인재상의 차이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애런은 실리콘밸리 조직에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소통하거나 질문하지 않는, 그리고 창의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영역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의적인 인재로 여겨졌던 브라이언은 대기업 조직에서 잘난 척하고 독선적이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조직 문화를 해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주어진 일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조직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최적화된 조직은 인재상도 극명히 다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에서 무조건 창의적인 인재를 고용하면 브라이언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이때는 맨 위에 집중되어 있는 결정권을 아래로 분배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조직 자체의 성격을 바꾸면, 그 조직의 인재상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될 것이다
                                                                                                                                     Will(유호현
    

이 포스트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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