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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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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와 세바시, 가장 큰 차이는?

사진 출처 : TED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강연 플랫폼인 TED와 한국의 강연 플랫폼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세바시)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TED는 각자가 가진 생각을 가지고 나와서 청중과 세상을 향해 저에게 이런 생각이 있어요!”라고 외치는 자리이다. 관객들은 그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저 친구는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흥미로운데?’라는 관점에서 지켜본다.
우리나라에서 강연은 기본적으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가르쳐주는 정답을 들으러 가는 느낌이다. 강연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권위를 부여한다. 청중은 배우려는 마음을 갖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라고 비판받으며, 훌륭한 강연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다.
우리 기업이 그러하듯, 개인도 누군가를 벤치마킹하는 데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을 발전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활용한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생각혁신 시대의 생각의 충돌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양성의 시대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누가 하는 말이든, 무조건 옳은 말은 없다. 지금까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말로 믿어왔던 열심히 노력하라라는 말도 이제는 여러 관점에서 재해석되고 있으며, 각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소비, 게임, 멍 때리는 시간 등은 단순히 낭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프로게이머는 열심히 게임을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몽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것이다. 혹자는 엄청난 소비 경험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메시 VS 조현우, 누가 더 우월한가?

메시가 우월한 사람일까? 조현우가 우월한 사람일까?”
산업화시대의 답은 메시일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 혁신시대의 답은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메시가 아무리 뛰어난 축구선수여도, 골키퍼 자리가 비었을 때 조현우만큼 골대를 지켜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메시와 조현우 둘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구글이 더 좋은 기업인가, 한국의 스타트업이 더 좋은 기업인가, 한국의 대기업이 더 좋은 기업인가?”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의 우열을 시가총액, 또는 다른 어떤 기준으로 일렬로 세웠지만, 혁신의 시대에는 각자 다른 역할을 하는 다른 기업일 뿐이다.
사장님이 더 우월한 사람일까, 내가 더 우월한 사람일까?”
이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사장의 권위와 역할이 더 중요했지만, 혁신의 시대에는 그냥 다른 역할을 가진 회사 동료일 뿐이다. 엔지니어인 나는 스티브 잡스보다, 미국 대통령보다, 우리 회사 CEO보다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프로그래밍을 더 잘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벤치마킹은 답이 아니다

혁신의 시대에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야 혁신이 일어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조직에서는 혁신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윗사람의 명령을 듣고 수행하는 위계조직은 근본적으로 혁신을 이룰 수 없다. 반면 모두가 결정권을 가지고 전문성을 존중받는 역할조직은 비록 생산속도 면에서는 취약할 수 있지만, 혁신을 만드는 데에는 최적화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찾아볼 수 없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모두 각자 다른 프로덕트를 만든다. 이들이 앞선 다른 회사를 벤치마킹한다면, 더 이상 개념 설계를 하는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아니게 된다.
선두기업을 따라 하는 벤치마킹은 실행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벤치마킹의 최강자이고,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을 찾아 왔다. 하지만 누군가를 벤치마킹하는 이상, 그들은 선진국형 혁신기업이 아니다.
혁신기업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서 돈을 번다. 실리콘밸리 회사에는 벤치마킹의 대상도 없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천천히 나아간다.
그래서 선진국의 기업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지고, 어떤 기술혁신을 통해 어떤 좋은 제품을 가격경쟁력이 있게 만들어내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각 회사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
실리콘밸리는 역할조직의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과 회사들이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변화를 시작할 때에 좋은 참고자료가 되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가는 혁신의 시대는 지금까지 실리콘밸리가 보여준 혁신의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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