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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 복지에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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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아닌 고효율 시스템

흔히 실리콘밸리 기업은 복지가 좋다고들 한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호텔 뷔페급의 요리를 제공해주는 식당, 무제한의 휴가, 재택근무 등 실리콘밸리는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도 아직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복지는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복지와는 개념이 다르다.

인형공장 노동자 vs 인형공장 기계학 박사

인형공장이 있다고 하자. 최대한 많은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점심시간도 없이 내리 열 시간을 일하면 노동 효율이 떨어지고 일부는 아플 수도 있다. 때문에 기업은 복지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자가 50분을 일하면 10분을 쉬게 하고, 점심시간 한 시간을 보장한다.
반면 기계학 박사를 초빙하여 인형 제작공정을 혁신하고자 할 때에는 그러한 모든 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계학 박사에게 사무실에 앉아서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만 가지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에게는 무제한의 자유와 정보를 주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모양의 인형을 만들 것인지, 생산량의 목표는 얼마인지, 시장을 어느 나라로 확장할 것인지 등 경영전략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있어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좋은 기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만드는 기계는 분당 수만 개의 인형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에게 숙련 노동자보다 임금을 열 배 더 주어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

휴가를 보내는 게 남는 장사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노동에 대한 세밀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국가나 주 정부가 매우 기본적인 것만을 제외하면 노동시간이나 휴가 일수에 대해서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연방정부가 보장하는 육아휴직은 0일이다. 이러한 극한의 시장경제체제, 자본주의 정치체제에 있는 기업들이 극단적인 사회주의자들도 이루기 어려운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효율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창의적인 전문가들은 각자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은 시간도 다르다. 그들이 피로하면 빨리 휴가를 보내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나은 선택인 것이다.

똑똑한 사람도 여기만 가면 바보가 된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주며 오랜 시간 일하게 하여 성공을 거두었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위계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인재들은 이미 역할조직이 필요로 하는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들에게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위계적인 방식으로 획일적인 일을 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학력 인재들을 여전히 위계조직 틀 안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한국의 대기업에 가면 바보가 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마치 기계학 박사를 인형 조립라인에 세워놓는 것과 같다. 경영자는 엄청난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며, 기계학 박사 또한 자괴감이 들고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역할조직일수록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

역할조직에 적합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 교육과 글쓰기 교육, 토론 교육이 필수적이다. 항상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문학 교육은 사회에 나가면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받았다. 제조업 위주의 위계조직에서는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을 원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사람은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문학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필요한 능력인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재벌가 오너의 자제, 로열패밀리에 속하는 사람들 정도로 제한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CEO들에게도 이러한 생각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또 작은 스타트업을 함께 운영하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큰 기업 또한 역할조직 요소가 많아질수록 인문학적 능력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
미국의 교육체제가 우리나라에 비해 창의성을 중시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30년 이상 혁신의 시대를 거쳐 왔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우리의 교육체제가 획일적인 것은 아직 우리 기업들이 제조업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받은 인재들의 최종 수요자인 기업의 성격이 변하지 않는 한 일렬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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