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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팀에서 인재활용술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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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무한경쟁 속에서 속도가 중요한 위계조직과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가며 혁신을 거듭하는 역할조직은 목표도, 작동방식도,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의 태도 변화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존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혁신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인재는 다를 수밖에 없고, 각 회사의 방향에 맞는 인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공장 제조업 기업에서 시작해서 금융회사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많은 변화를 거쳐왔기에, 기업의 DNA도 여러 특성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공장에서 단순작업을 주로 하던 직원과, 2010년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일하는 높은 교육수준의 직원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용형태와 요구수준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축구 선수라고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초적인 보상법은 노동시간에 따른 보상이다. 시급 단순 노동인력의 경우 노동시간에 따른 생산성은 투입시간에 정비례하여 늘어난다. 어느 공장에서 한 명이 한 시간에 10개의 인형을 만든다면, 열 명이 한 시간을 일하면 인형 100, 열 시간을 일하면 1,000개를 만들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직원 입장에서는 일을 최소로 하고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뒤따른다.
한편 지식노동은 단순노동과 달리 능력에 따라 같은 시간을 일해도 각각 성과가 다르다. 그래서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근무시간을 최소로 하면서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성과에 따른 보상은 시급제가 갖는 비효율이 많은 부분 해소되지만, 공정한 평가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특히 연공서열이 있는 경우 성과를 과하게 보상하면 위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평가기준을 획일화하고 직급간에 넘나들 수 있는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보상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전문인력을 이처럼 표준화된 성과로 평가하면 많은 낭비가 일어난다. 이것은 마치 축구팀에서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고학력 직원들은 각자 전문영역이 다르고, 할 수 있는 능력도 다르므로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조화롭게 활용해야 하는데, 옛 기업의 DNA가 강한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할조직으로 이루어진 기업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프로 축구팀에서 인재활용법을 배우다

실리콘밸리의 역할조직은 각 역할을 맡은 전문가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조직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다.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몸값을 주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회사에서 받는 보상이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뛰어난 프로 축구선수들은 연봉을 더 받기 위해, 구단에서 퇴출되지않기 위해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지금의 구단을 떠나 더 큰 구단으로 가기 위해서 더 열심히 플레이를 한다. 팀 내의 최고 에이스가 되면 단순히 다른 선수보다 연봉을 좀 더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에 따라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뛰어난 프로 축구선수가 구단을 위해 뛴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몸값을 높이려면 팀 성적이 좋아야 되고, 그래서 팀 플레이에 헌신한다는 뜻이다. 팀의 최고 에이스가 내년에 어느 팀에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안한 실리콘밸리식 인재 활용은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다룬 패티 맥코드의 파워풀넷플릭스 성장의 비결에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이 구글의 문화를 다룬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창의적이고 똑똑한 인재들smart creatives’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어 거의 모든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재들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 되었다.
단순 노동자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시장가치가 올라갈 확률이 적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현재 직장의 월급과 복지가 중요하다. ‘일을 얼마나 적게 하고, 돈을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는지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마케터,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이너, 펀드 매니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경험을 쌓으면서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보상은 커리어를 통해 최종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커리어 시장이 필요하다

전문적 커리어에 따라 몸값을 매기려면 자유롭고 공정한 고용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제조업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도 과거의 방식에 따라 일반 사무직이라는 이름으로 공채로 선발하여 획일적인 일을 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회사의 인재를 전문가로 보고, 포지션별로 따로따로 채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전문직 인재들을 위한 고용시장도 거의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제조업 기업들만이 경쟁상대이던 시대는 지났다. 제조업이라면 하이테크 제조업 정도만이 경쟁상대이고, 그 외에는 금융,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우리의 주산업이 되었다. 이는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일해야 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이 인재를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은 아직 공장노동자를 뽑는 방식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기업과 인재 모두 아직은 그저 연봉과 복지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책임지고 결정권을 갖는 전문적인 인재,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대우하는 기업이 필요하다. 인재와 기업 모두 연봉이 아닌 커리어에 시선을 맞추어야 할 때이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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