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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데도 좋은 실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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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보상보다 실패 피해가 더 크다면?

위계조직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어려운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보다는 실패했을 때의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나를 평가하는 윗사람의 의도를 파악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각종 비효율이 발생하고, 혁신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최신 기술을 도입하면 한두 번 클릭하면 되는 일을, 변화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 수십년 된 소프트웨어로 불편한 반복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진다.
실패하면 위로부터 질책이 내려오고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꼼꼼하고 면밀하게 조사하고 설계해서 위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또한 큰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해고나 징계를 당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새로운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구글은 실패로 이루어진 회사다?

사진 출처 https://gcemetery.co/ 웹사이트 화면 캡처

 

역할조직에서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최신 기술을 배우고 혁신에 기여하여 업계에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세계에서는 사내 승진보다 업계 경쟁력이 중요하다. 현재 회사를 떠나는 것은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지만, 퇴사 후 나를 찾는 회사가 없다면 큰 일이다. 그래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커리어와 포트폴리오 관리에 매우 신경을 쓴다.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 남들 다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높은 연봉을 주고 스카웃을 할 회사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상 하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당연히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 역할조직은 각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아서, 큰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구글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구글의 실패한 프로젝트는 너무 많아서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구글에서 ‘Google Graveyard구글 묘지라고 입력해 검색해보면 매년 쏟아지는 실패한 프로젝트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구글 플러스, 메신저 구글 웨이브, 유행하는 소식을 알려주던 구글 버즈, 질문에 답을 바로 주는 구글 앤서스Answers, 웹페이지 일부를 공책에 스크랩할 수 있었던 구글 노트북, 소셜 검색 엔진 위키 서치, RSS 게시물을 모아서 보여주던 구글 리더, 구글 홈페이지에 다양한 가젯을 놓을 수 있었던 아이구글 등등.
몇몇 프로젝트는 당시 잠깐 유명했지만, 대부분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수백 개의 실패한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실제로 서비스가 이루어졌던 제품들이다. 심지어 구글의 프로젝트 실패율은 2014년의 32%에서 2015년에는 55%로 높아졌다. 구글은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이루어진 회사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10% 미만 성공 확률에 투자하는 이유

그렇다면 실패 후 그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어떤 징계를 받았을까?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는다.
위계조직은 실패 확률을 낮추어야 하고, 실제로 실패 확률도 낮기 때문에 실패를 위한 시나리오나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 반면 혁신을 위한 역할조직에서 실패한 프로젝트는 예산 낭비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투자가 된다.
성공 확률이 90%인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아쉽고 후회할 만하지만, 성공 확률이 10%인 프로젝트를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대신 성공했을 때는 큰 보상이 돌아오고, 실패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 낮은 성공 확률에 베팅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10%도 안 되는 성공 확률에 투자한다. 다만 그런 프로젝트가 수백 개라는 점이 중요하다. 성공 확률이 10%인 프로젝트가 열배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열 개의 프로젝트에 투자해서 하나라도 성공하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규모는 크지만, 오히려 아주 안전한 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지지 않고, 그렇다고 윗사람이 지지도 않고, 대표가 지지도 않는다. 실패는 회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회사는 프로젝트에 엔젤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무자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명예를 걸고 멋진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일한다.
윗사람의 칭찬을 받기 위해 일하면서 10%의 성공 확률에 인생을 건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대가 없는 투자를 받고, 실패 확률은 높더라도 회사는 물론 세상까지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며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징계가 아닌 배움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받은 뒤, 그 돈으로 기업의 임원 등이 좋은 차나 비싼 옷을 사는 등 유용하는 일이 없다. 물론 개인 윤리와 투자금에 대한 활용 규정 등도 있지만,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수백 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순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원은 회사에서 시간과 연봉,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투자받는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해서 매일 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낮은 확률이라 해도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회사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은 실패하더라도 계속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에 도전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 이룰 긴 여정이 될 것이므로, 단기간에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에 대한 관리도 잘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나에게 일을 시켜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커리어를 위해 일을 하면, 그 긴 여정을 위해 쉴 때는 쉬어야 하고 일할 때는 내가 가진 재능을 확실히 투자해야 한다. 회사가 재미없고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계속 시킨다면, 커리어를 생각하는 사람은 떠나는 것이 당연해진.
역할조직에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져야 하는 일은 없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으로 감당한다. 이미 실패를 가정하고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개인은 그 프로젝트의 실패를 토대로 앞으로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누가 잘못해서 어떤 손해가 났고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실패에서 배우고 10%의 성공 확률을 다음에는 어떻게 20%로 만들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기 위해 회사도 개인도 노력하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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