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도 사장도 임금수준도 직원이 결정하는 고어 사의 힘

사업도 사장도 임금수준도 직원이 결정하는 고어 사의 힘

어떤 기업이 자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자원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할 의도와 능력이 있다면, 자사가 보유한 비핵심 역량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보유한 기존 자원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발달한 기업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자사가 보유한 기존 자원을 이용하여 모방 불가능한 경쟁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고어 사가 기타줄 시장을 석권한 이유

사진 출처 : 고어 사 홈페이지

 기타 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엘릭서 기타 줄은 고어 사에서 개발되었다. 고어 사는 방수발포 섬유로 유명한데, 원래는 전선피복을 만드는 회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이어스라는 연구원이 전선피복 재료의 부산물로 기타 줄 피복을 시도했고, 그 결과 음색이 오래 유지되는 엘릭서가 탄생하게 되었다.
전선피복과 방수 옷감, 그리고 기타 줄은 섬유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은 화장실용 휴지와 식탁용 티슈, 그리고 생리대와 같이 연상하기 쉬운 관련 제품은 아니다. 따라서 공통된 특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고어 사에서는 전선피복을 만드는 것과는 상관없는 역량을 기타 줄 제조에 적용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사진 출처 : 고어 사 홈페이지

어쩌면 이것을 고어 사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핵심 역량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섬유의 분자구조를 다양하게 변형시켜보면서 부산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 자체를 고어 사의 핵심 역량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그 말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러한 창조적인 활동을 자사의 핵심 역량이라고 이름 붙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기업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경쟁사를 상대로 시장점유율 0.5%를 빼앗아 오기 위해 정신없이 일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핵심 역량이라고 할 것이다.
핵심 역량 개념은 기본적으로 기존 제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역량을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자원기반이론은 핵심 역량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핵심 역량의 가치에도 관심을 갖는다. 만약 경로의존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복잡하거나, 인과적으로 모호한 비핵심 역량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비핵심 역량은 모방 불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고어 사의 독특한 조직 운영

고어 사는 1958년에 설립되었는데 매우 특이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바로 사원들이 추진할 업무를 사원 스스로 조직하는 팀 단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원이 다른 사원들을 설득하는 것에 성공하면 팀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부서가 나누어진 대형 조직에서는 거의 실행될 수 없는 업무 추진 방식이다. 그래서 고어 사에서는 한 사업장의 규모를 150~200명 수준으로 유지한다. 사업장 내의 모든 동료 직원과 개인적으로 접촉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개발된 사업 아이디어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기타 줄을 만드는 기술은 처음에는 디즈니의 놀이동산에서 사용되는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선을 만드는 것으로 사용되었는데, 곧 용도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무릅쓴 아이디어 개발이 계속되었다.
고어 사에서는 업무 추진뿐 아니라 사장을 뽑는 일도, 임금을 결정하는 일도 사원들이 직접 한다. 고어 사의 수평적 조직구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위계적 조직구조와는 상당히 다른 업무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선피복과 방수섬유와 기타 줄을 개발하는 고어 사의 핵심 역량은 단순히 분자공학을 이용해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기술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서슴없이 선보일 수 있는 수평적 조직과 그 문화, 이것이 바로 고어 사가 가진 핵심 역량의 원천이다.

이 포스트는 『잘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