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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은행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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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자산 수준으로 인터넷 은행의 비중은 아직 0.3%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인터넷 은행의 역사가 워낙 짧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도 점유율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10% 남짓이고, 일본도 4%대입니다. 이들은 이미 인터넷 은행이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인터넷 은행이 이처럼 자리잡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히 온라인 전용 증권사가 승승장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의문은 더욱 커집니다.

은행,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은행은 대표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산업입니다. 왜냐하면 은행의 핵심 기능은 예금자가 언제 돈을 찾으려고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다수의 예금자로부터 예금을 받아 커다란 예금 풀 Pool을 만들어 극복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신규 진입자가 이미 대규모 예금 풀을 확보한 기존 은행의 우위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만약 신규 진입자가 예대마진을 줄여서 기존 은행 대비 가격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면, 즉 예금자에게 높은 금리를 주어 돈을 끌어모아 대출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식으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은행도 경쟁적으로 예대마진을 줄여서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인터넷 은행의 경우 지점을 줄이고 업무를 자동화하여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화의 이점은 기존 은행들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은행이 창구를 유지하면서 많은 인건비를 지출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영업거점의 역할이나 복잡한 상품에 대한 대면 상담 등 여러 이점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은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해서 저비용으로만 승부해서는 기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인터넷 전문은행은 최근 가장 중요한 상품인 부동산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못하고, 직장인 소액대출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특유의 모바일 시스템도 기존 은행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금융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라인화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시기에 가장 뜨거운 논쟁은 역시 ‘비용절감’이었습니다. 은행 창구와 인력을 모두 없애면 비용이 절감되므로 엄청 큰 장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절감의 비중은 금융업의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결정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이 가져올 혁신은 딴 것에 있지 않을까요?

비용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

금융업 정보화의 양대 트렌드는 자동화와 개별화다양화입니다. 정보화는 단지 금융업의 비용을 낮추는 역할뿐만 아니라 개별 소비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정보기술의 도입으로 창구에서 입출금 업무 등에 묶여 있는 인력이 줄어들고, 대신 상품 설명 등 좀 더 복잡한 업무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금융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게 되고, 앞서 말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그런 다양한 형태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이 취급하는 여러 금융상품 중에서 상대적으로 직접 대면해서 설명하고 계약서를 주고받아야 할 필요가 적은 상품들을 취급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지요. 예를 들어 소액 신용대출 등을 주로 합니다. 직접 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모바일로 본인 인증을 하면 곧바로 제휴한 신용정보 평가기관에서 신용정보를 얻고 자동으로 심사하여 대출 여부 및 대출 액수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처럼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일부 기능만을 따로 떼어낸 것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대체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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