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4차 산업혁명 시대, 누가 데이터를 소유할 것인가

본문

플랫폼의 중요성은 점점 실감이 납니다. 과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운영체제 주도권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는 정도의 규모였다면, 이제는 거대기업들이 곳곳에서 자신들의 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들이 자기 플랫폼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온갖 경쟁을 시작하게 될 텐데요. 어떤 점이 핵심적인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요?

데이터 주도권, 누가 가질까

플랫폼 기업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범용의 기반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독일 지멘스나 미국 GE처럼 자신의 영역에 특화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욱 많아지고 경쟁 구도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요인은 첫째는 인공지능 등 기반기술 역량이고, 둘째는 기술 응용 대상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및 노하우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두 가지 이상으로 중요할 수도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바로 데이터의 보유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플랫폼 생태계를 이루는 다수의 기업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가 생산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겨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더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피드백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이 우위에 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제휴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어느 기업에 귀속되는가?’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인공지능 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자율주행차에서 생산되는 주행 데이터는 구글로 가게 될까요? 아니면 그 자동차의 제조업체로 가게 될까요?
만약 그 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구글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툴을 활용하여 다른 자율주행 전문소프트웨어 업체가 개발한 것이라면, 이 업체로도 데이터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는 단지 하드웨어를 제공할 뿐 이고 소프트웨어 역량이 거의 없다면, 자기들이 만든 차에서 생산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동차 제조업체가 운행 소프트웨어의 개발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면, 그 자동차에서 발생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데이터의 생산주체는 매우 복합적입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기업이 이를 기업이 취합하고 정돈하는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데이터 사용으로 얻은 이익은 기업이 사유할 것이 아니라 공공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데이터가 공공 부문에서 생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매우 고품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공공 부문 데이터는 접근에 제약이 훨씬 덜할 터이니, 지금보다 더욱 활발히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이터 소유권, 공정한 룰 필요

데이터의 생성 및 수집 단계는 여러 주체가 복합적으로 참여합니다. 가장 먼저 소비자가 있으며,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 응용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기반기술 플랫폼 제공업체 등이 있고, 이러한 데이터를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는 통신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잡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특정한 한 기업이 전유하여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당연히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시장 주도적 위치의 사업자가 데이터를 전유함으로써 새로운 독과점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실제로 활발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과 싸우고 경쟁을 촉진해야 불평등의 확산을 막고,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독과점과 싸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로서 데이터 독점의 해소를 들고 있습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업체 구글이나 페이스북, 우버 등에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생성시킨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 가져갈 수 있는 청구권을 부여하고, 소비자가 그렇게 받아낸 데이터를 다른 경쟁업체에 제공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예 다른 경쟁업체들이 기존의 선두 플랫폼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자기들도 쓸 수 있게 판매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강제조항을 두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데이터의 소유권은 일반적인 재화의 소유권보다 더욱 복잡한 측면이 있으며, 광범위하게 외부효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마치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업체가 그냥 가져가서 자기 것처럼 전유하는 것은 곤란하고, 공정한 데이터 소유권의 원칙을 반드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 데이터와 정부의 역할

공공 부문은 이와 같은 데이터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을 조정하는 심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역할이 크지만, 또한 공공 부문 자체가 대량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보관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아마 단일주체로서는 그 어떤 기업보다도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유하는 곳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기업들이 소비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데, 정부는 주민등록 등 전 국민의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위치정보가 점점 더 모든 서비스의 기본이 되고 있는데, 정부는 지도와 토지대장 등 위치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의료 데이터, 공공요금 납부 내역 기록, 주택등기 및 차량 보유 데이터 등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부의 공공 데이터의 역할론이 많이 거론됩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중시하여 공공 데이터 공개를 더욱 제한하자”, 또는 데이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하고 더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하자는 논쟁이 계속되어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를 더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 경우와,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경우를 정확히 판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수비수가 태클을 할 때 어디까지가 정당한 태클이고, 어디부터는 반칙에 해당되고, 어느 선을 넘으면 옐로카드이고, 어느 선을 넘으면 레드 카드가 나오는지, 심판이 정확하고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판이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는 그 심판이 반칙 판정에 더 관대하냐 엄격하느냐 여부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려면 무엇보다도 축구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규제가 더 엄격하냐 더 느슨하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규제가 데이터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만들어졌느냐,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일관되게 집행이 되느냐입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