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는 상당부분 완화되었지만, 그 트라우마는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쇼크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충격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코로나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불황 아닌 눈폭풍
첫째, 위기의 속성이 다릅니다.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는 ‘금융위기’였습니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폭등하며,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가계가 급증했습니다. 가계 연체율이 상승하자 시티은행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었으며, 이것이 뱅크런으로 연결되었죠.
그러나 이번에는 실물경제 위기입니다. 전염병 공포가 확산되며,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사회적 격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소비 및 투자가 얼어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 연준 의장 버냉키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대불황이 아닌 눈폭풍”이라고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강력한 외부충격으로 소비와 투자를 줄일 때 경제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눈폭풍이 멈추고 사람들이 다시 집밖으로 나올 수만 있다면, 그다음에는 강한 경기의 반등이 출현하게 됩니다. 물론 이번 눈폭풍(=코로나19 사태)은 유례없는 규모이지만, 금융위기와는 다른 성격의 충격이라는 점입니다.
은행 건전성 차이
둘째, ‘강력한 규제’입니다. 주요 은행들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10%대 초반에 불과 했지만, 최근 급격히 상승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상업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19년 6월 말 14.61%에 달했고, 한국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19년 말 기준으로 15.2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다고 은행의 건전성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은행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08년 직후처럼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회수하고 남아도는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일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당분간 신용경색
그러나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충격이 발생한 데다가, 은행들이 아직 2008년 금융위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시중에 돈이 빠르게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미국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어도 시중에는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의 시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경제 전반의 디플레 압력을 한층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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