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데에는 일본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붕괴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 부동산시장 흐름
일본의 토지가격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하락하다가 2017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이 사실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도쿄에 위치한 왕궁[皇居] 사진이 실렸습니다. 부동산 가격 반등을 보도하는 기사에 이 사진이 실린 이유는 1990년 일본 부동산시장이 고점에 달했을 당시, 일본 왕궁의 토지가 미국 캘리포니아 땅을 모두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주택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습니다. 독일 자유베를린대학 경제학 교수인 카트리나 크놀 등이 발표한 흥미로운 논문에 따르면, 세계 부동산시장은 ‘일본’과 ‘일본 이외’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1913년의 주택가격을 100으로 놓고 세계 주요국의 주택가격 흐름을 살펴본 것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세계 12개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100여 년 동안 약 4배 상승한 반면, 일본은 1913년부터 1990년까지 약 31배 상승한 이후 25년 동안 약 50% 하락했습니다.
일본 부동산시장은 왜 다른 길을 걸었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일본 경제의 성장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던 것이 지목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행이 강력한 저금리 정책을 펼친 것도 빼놓을 수 없지요. 플라자 합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이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한 조치를 말합니다. 이 합의의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1985년 242엔에서 1988년 12월 124엔까지 떨어졌습니다. 불과 3년 정도에 엔화 환율이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죠.
이처럼 일본의 엔화 환율이 급락하고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세계 시장에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일본은 극심한 수출 부진을 겪게 되고 물가도 하락했습니다. 이에 일본은행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1985년 5.0%에서 2.5%까지 무려 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강력한 저금리 정책 덕분에 ‘엔고 불황’은 막을 수 있었죠.
하지만 금리가 급락하자 대신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왕궁이 위치한 지요다구 오테마치에 있는 상업용 건물의 평당 가격은 8,250만 엔에 이르렀고, 도쿄 핵심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984년 6.9배에서 1988년에는 15.6배로 단 4년 만에 2배 이상 부풀어 올랐습니다.
주택시장 거품이 엄청나게 커지자, 버블 붕괴를 우려한 일본은행은 1989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정책금리를 2.5%에서 1990년 6.0%까지 불과 1년여 만에 무려 3.5%포인트를 인상했습니다. 그러자 부동산시장은 일거에 얼어붙었고, 여기에 중동 걸프전의 충격까지 가세하면서 일본 경제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일본 정책당국이 1990년대 초반 대대적인 공공주택 건설에 나선 것이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켰습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의 건축물 착공 건수와 미국의 건축물 착공 건수를 비교한 것입니다. 일본의 주택 착공 건수는 1990년대 초반 매년 150만 호를 웃돌았습니다. 이것은 인구가 약 3배 많은 미국의 건축물 착공 건수보다 더 많은 것이었죠.
결국 일본 부동산시장은 기나긴 침체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주택가격이 급등하여 강력한 거품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도 과다했으며, 1990년을 전후해 정책당국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결과였습니다.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닮은꼴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1990년 일본의 경험은 매우 유사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발생한 공급 과잉, 그리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부동산시장의 붕괴를 불러왔던 것이죠.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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