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부패균에 의해 음식의 색이나 맛이 변하는 걸 말합니다. 물론 화학적인 원인을 보태면 수소와 산소 등에 의해서 부패가 일어날 수 있지만, 주원인은 부패균이죠. 쉽게 말해 부패균이 있어야 음식이 썩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주에서는 어떨까요? 부패균 때문에 음식이 상한다면, 균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인 우주에서는 음식이 상하지 않고 그대로가 아닐까요?
식빵에 여백이 없도록 잼을 잔뜩 바르고, 전자렌지에 살짝 돌린 후 우주로 장기간 여행을 보내보면 어떨까요. 과연 이 빵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될까요?
우주에서의 식빵은 우주로 여행 가기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겉모습을 봤을 때는요. 지구에서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저 조금 푸석푸석해졌을 뿐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오! 그럼 이거 먹을 수 있을까요? 이 식빵은 썩지 않은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 식빵을 크게 확대하면 부패가 진행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와 비교하면 부패가 심하게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지구에서 잼을 바른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적은 부분이지만 분명 부패한 흔적이 보입니다. 우주에서도 음식이 상하는 거죠. 겉이 멀쩡하다고 함부로 먹었다간 큰일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부패는 부패균이 주원인이고, 우주에서는 미생물이 생존할 수 없으니 당연히 썩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식빵은 왜 상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패균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녀석들이거든요. 아, 물론 우주 공간에서 음식이 상하는지 실제로 실험을 해본 사람은 없습니다. 직접 실험해보지 않아도, 이 녀석들의 실체를 알면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죠. 지구만큼은 아니더라도 우주에서도 음식이 부패하는 이유는 우주 공간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은 크게 ‘호기성균’과 ‘혐기성균’으로 나뉘는데요. 호기성균은 산소로 호흡해 에너지를 얻는 친구들입니다. 호기성균은 공기 중의 산소를 유난히 좋아해서 그 산소를 이용해 음식의 영양소를 산화, 분해합니다. 반면 혐기성균은 이름 그대로 산소를 싫어하는 세균들로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산화물의 산소를 빼앗아 영양소를 얻는 세균들이죠. 대표적인 혐기성균은 파상풍이고, 그 밖에 많은 토양균土壤菌이 여기에 속합니다. 혐기성균이 산소를 빼앗는 과정에서 황화수소나 아민 등이 만들어지는데요. 바로 이 유독 물질들이 악취의 원인입니다.
음식이 상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면 이 친구들이 여러분 대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혐기성균이 우주 공간에 있는 식빵의 잼을 맛있게 먹은 범인이죠.
전자레인지로 돌려서 남긴 따끈한 열기와 식빵, 잼이 자체적으로 가진 수분이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도 혐기성균이 활동할 수 있게끔 해준 겁니다. 우주공간에서도 음식이 상하는 거죠. 물론 지구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아주 적은 부분만 상하지만, 우주에서도 음식은 상합니다. 아,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먹음직스럽게 보이겠지만요.
이 포스트는 『만약에 과학 : 우주』(천민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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