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끌 때 물을 붓는 것처럼, 태양의 불도 물을 부어 끌 수 있을까요? 우리가 물을 아무리 갖다 붓는다고 해도 힘들 겁니다. 태양이 뿜어대는 뜨거운 온도에 의해 태양에 닿기도 전에 물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죠. 물을 이렇게 찔끔찔끔 붓는 게 아니라 아예 거대한 욕조에 태양을 단번에 담그면 어떻게 될까요?
태양보다 큰 욕조가 있어, 이 욕조 물을 가득 담고 태양을 담그면 태양의 불이 꺼질까요? 전혀요! 욕조에 들어간 태양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죠?
우리가 어떤 물체에 열을 가했을 때 불이 붙는 현상을 ‘연소’라고 합니다. 양초를 예로 들어볼게요.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파라핀에 열을 가하면 고체였던 파라핀이 녹으면서 액체가 되고 다시 기체로 변하죠. 이때 파라핀이 탄소와 수소로 나뉘고, 탄소와 수소는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게 됩니다. 심지와 가까운 곳에서는 탄소와 산소가 결합해 일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요. 다시 일산화탄소는 밖으로 나가 산소 원자 하나를 더 받아 이산화탄소로 변합니다. 따라서 양초에 불이 붙었다는 건 파라핀의 탄소와 산소가 반응해 빛과 열을 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이 연소입니다.
태양이 빛과 열을 뿜어대는 방식은 연소와는 전혀 다릅니다. 태양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99.2%는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고, 나머지 0.8%는 CNO 순환을 이용합니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대표적인 방법인 수소 핵융합 반응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는 핵융합 반응을 말합니다. 중수소는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구성된 수소,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수소입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헬륨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중성자 1개가 남게 됩니다. 단순하게 더하기 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헬륨의 원자핵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할 때 삼중수소에 있는 중성자 1개는 짝을 찾지 못하고 남게 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이 융합되며 질량을 잃어버린 거죠.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상대성 이론에 따라 잃어버린 질량만큼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죠. 이런 화학 반응이 수소 핵융합 반응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항성이 이런 식으로 빛과 열을 뿜어냅니다.
또 다른 방법인 CNO 순환은 강강술래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보통 태양의 1.3배 이상 무거운 항성들은 수소 핵융합 반응보다 CNO 순환을 이용합니다. 이는 CNO 순환이 수소 핵융합 반응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많은 질량을 가져서 중심의 온도가 높아야 CNO 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CNO 순환은 촉매 반응으로 수소 핵융합 반응과는 다릅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서로 충돌해 잃어버린 질량만큼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과는 다른 거죠. 수소 원자핵이 탄소와 만나 질소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수소와 탄소가 만나 질소가 되는 과정에서 질량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는 계속 반복됩니다. 수소가 탄소C와 만나 질소N가 되고, 질소가 산소O가 되고, 다시 산소가 질소로, 질소가 탄소로 변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거죠. 마치 강강술래를 하는 것처럼 탄소, 질소, 산소가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있는 겁니다. C탄소, N질소, O산소가 순환해서 CNO 순환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바뀌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물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진 화합물입니다. 그리고 수소는 태양의 연료가 되죠. 바로 이 때문에 태양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겁니다. 태양을 물에 담그면 태양이 뿜어대는 열에 의해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이 과정에서 수소는 태양의 연료가 되어 더 활활 타올라서 물에 빠진 태양이 더 밝게 타게 되는 거죠.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은 연소를 이용해 평범하게 타는 불이 아니라 수소를 연료로 쓰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내는 천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의 불을 끌 수 없습니다. 오히려 물에 존재하는 수소가 태양의 연료로 작용하기 때문에 태양에 물을 부으면 태양은 더 밝게 활활 타고 수명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 포스트는 『만약에 과학 : 우주』(천민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지구와 궤도가 비슷한 소행성 469219의 비밀 (2) | 2021.01.06 |
---|---|
왜 달에는 대기가 없을까? (0) | 2020.12.28 |
우주복도 신상이 있다? NASA 신형 우주복 공개! (0) | 2020.12.09 |
우주에서도 음식이 상할까? (0) | 2020.12.08 |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 어느 게 더 많을까 (1) | 202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