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직원 덕, 못되면 경영진 탓이라는 회사의 연봉 정책

아무리 어려워도 1순위, 직원 급여

서정진 회장(셀트리온 창업자, 이하 서정진)이 창업 초기부터 가장 확고하게 지킨 것이 있다면 임직원들의 월급날입니다. 셀트리온 임직원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날짜에 월급을 받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서정진은 어떻게든 돈을 빌려와 임직원들의 급여를 마련했고, 부도 위기에서도 매달 월급이 제때 나왔습니다.
셀트리온은 “힘들 땐 먹어야 힘이 난다”는 신념 아래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기에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몰랐던 직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정진이 급여를 중시한 것은 임직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약속은 한 번 어기기 시작하면 계속 어기게 됩니다. 회사가 월급을 한 번 제 때 못 주면 두 번, 세 번은 쉬워지죠. 다음에 또 회사가 재정 위기에 빠지면 의사결정 순위에서 급여는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겁니다. 서정진은 자금을 집행할 때 급여를 가장 우선순위에 뒀습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대우를 보장해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 월급은 무조건 준다”라고 12번 다짐하면 1년입니다. 셀트리온이 매출을 내기까지 서정진은 60번 이를 악물었습니다.
IMF 경제위기로 졸지에 실업자가 되면서 서정진은 ‘밥벌이’의 소중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됐죠. 회사가 지급하는 급여는 직원 1명이 아닌 그에게 딸린 식구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체득한 것입니다.

월급쟁이 17년의 경험

월급쟁이 17년의 경험도 회사를 경영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압니다. 그래서 회사가 어느 정도 커지면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게 있습니다. ‘내가 직장인일 때 하기 싫었던 일은 우리 직원들에게 시키지 말자’ 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직원들이 꼭 하게 해주자’라고 말입니다.”
서정진은 ‘내가 해봐서 아니까’ 새로운 임금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회사 경영지원 부서에서 매년 제게 임금 인상 테이블을 가지고 옵니다. 올해는 연봉을 몇 프로 올려야 하고 인센티브가 어떻고 복잡하게 설명을 해요. 그러면 제가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줘’ 우리 회사의 임금 정책은 이거 하나입니다. 저는 경영지원팀에게 이렇게 보고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이만큼 주려면 얼마를 벌어와야 한다’고 제게 숙제를 달라고 합니다. 제가 벌어서 채우겠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직원들이 제게 내주는 숙제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가끔 ‘괜히 그런 말을 했나’ 하고 후회합니다.”

돈은 사장이 벌어오는 것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은 임직원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지시합니다. 매년 매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 못하면 질책하죠. 서정진은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전담했기 때문에 “돈은 사장이 벌어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서정진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당시 임상시험 비용이 많이 들어 걱정하는 직원들에게 “너희는 맡은 일만 제대로 해라. 돈은 내가 벌어오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회장은 스폰서여야 한다. 회장이 회사의 주인공이면 실패한 회사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은퇴 이유도 “회장이 우리 회사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죠. 서정진은 기업가를 “직원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직원을 위해 비굴하고 굴욕적인 일도 감수하는 게 회사의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죠.

잘 되면 직원 덕 못 되면 경영진 탓

많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회사가 먼저이고 직원은 나중입니다.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도 창업자가 회사를 세웠기에 가능한 일로 여깁니다. 회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 일자리 등 성과에서 직원들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니 사람을 아끼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서정진은 기업의 성과는 경영진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되는 회사는 직원들이 잘해서이고 안되는 회사는 경영자가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인드는 급여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이 포스트는 『셀트리오니즘 : 셀트리온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바탕으로 발췌, 재구성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