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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정말 저축보다 투자가 답일까?

돈 되는 재테크/투자의 심리학

by 스마트북스 2021. 3.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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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플레이션을 과장하는가

금융회사들과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과장해서 알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다음 기사와 같은 식입니다.

지금이 기회? 주식 시장 뛰어드는 주린이들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은행 예·적금 금리와 대출규제로 신규 진입이 막힌 부동산 투자 시장을 고려하면 기초자산이 부족한 서민이 자산을 불릴 방법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주식 시장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소비자 물가를 운운하며 “10여 년 전에는 짜장면 가격이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라는 식으로 단순 비교하기를 즐깁니다. 그러고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돈을 어떤 형태로든 투자하지 않으면 곧 휴지조각이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사람들의 지갑을 열죠.
이렇게 되면 평소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잘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도 재테크 시장의 이야기꾼들이 떠드는 호들갑에 이내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지난 10여 년 사이 짜장면 가격이 몇 곱절로 뛴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면, 10여 년 사이 사람들의 임금도 인상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주머니 물가가 진짜 물가

물가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표 물가
체감 물가
주머니 물가

금융회사들이 물가가 금리보다 높다고 말할 때의 물가가 바로 지표 물가입니다. 지표 물가는 정부의 발표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물가입니다. 가계 소비 지출에서 비중이 높은 항목 순으로 400개 이상의 표본을 추출한 다음, 그것들의 가격을 더하고 곱하고 나눠서 하나의 숫자를 산출해냅니다. 그러니까 이 지표 물가가 우리에게 실제로 체감되는 물가로 다가오려면, 우리는 매년 표본에 포함되어 있는 400개 이상의 물품들을 모조리 소비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냉장고를 매년 살 수도 없을 뿐더러, 살다보면 표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른 많은 물품을 수시로 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체감 물가는 말 그대로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입니다. 시장에 가서 눈으로 어떤 물건의 오른 가격을 확인했을 때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오름의 폭 그것이 체감 물가입니다. 이것 역시 가상의 물가입니다.
눈으로 보고 느낀 모든 물가를 지칭하는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내게 정말로 필요한지 또는 주머니 사정이 괜찮은지를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합니다.
결국 주머니 물가가 진짜 물가입니다. 수십 번 망설이고 버티고 깎은 뒤에야 겨우 사는 것, 그래서 주머니에서 꺼낸 실제의 돈으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주머니 물가입니다.
물가는 보통 체감 물가 > 지표 물가 > 주머니 물가순으로 정렬이 됩니다. 체감 물가는 말 그대로 체감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와닿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과장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시장에 가서 어떤 물건을 보고 오르기 전 가격은 기억도 못 하면서 엄청나게 올랐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엄청나게라는 표현입니다. 체감 물가는 항상 이렇게 추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체감 물가는 항상 다른 물가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느껴집니다.
주머니 물가는 실제로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기에 그 크기가 가장 작습니다. 우리에게는 할인하는 상품을 찾아다니는 등의 살림의 기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주머니 물가는 소비자의 의지에 의해서 탄력적으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저축으로 파산한 사람은 없다

과장된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을 가리지 않고 재테크 시장의 이야기꾼들에게 좋은 재료가 됩니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금리보다 높아서저축을 해봐야 세금을 빼면 결국은 손해를 본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는 거시와 미시, 추상과 구체를 구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종의 사고의 오류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지표 물가는 우리 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질 못하는 가짜 물가이고, 저축으로 손해를 보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파산했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무리하게 저축하다가 파산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포스트는 투자의 심리학(구본기 지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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