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면 안 되고, 여기서 끝장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창업에 나서세요.”
제이미 정, 켄달 제너, 올리비아 팔레르모, 니콜 리치 등 해외 셀럽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착장샷을 올려 화제를 모은 역직구 쇼핑몰 ‘스토레츠’를 이끌고 있는 김보용 재이 대표.
스토레츠는 미국과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셀럽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미국 패션 매거진 「나일론(NYLON)」과 패션 정보 사이트 후왓웨어(WhoWhatWear) 등에 ‘미래에 ZARA, 포에버21, H&M과 경쟁할 브랜드’라고 소개될 만큼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죠.
대학 시절 부모님 몰래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팔고, 런던으로 건너가 패션사업을 접한 후 귀국, 카드빚 500만원으로 창업해 역직구 쇼핑몰로 대박을 터뜨린 김보용 재이 대표.
그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요?
김보용(38) 재이 대표가 만든 온라인 쇼핑몰 스토레츠의 1호 고객은 필리핀 사람이었습니다. 창업 3개월 만에 6만원짜리 하이힐을 그에게 판 것인데, 너무 좋아서 동대문표 선물도 같이 동봉해서 보냈습니다.
“저희 제품을 사는 분들은 한국 브랜드란 사실을 알고 사는 게 아니에요. 물건을 받은 후에 메이드인코리아라는 것을 알고 한국에서 이렇게 멋진 제품을 만드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녀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거나 한류 붐 때문에 한국 의류를 사는 거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며, 제품과 디자인이 좋아서 스토레츠 제품을 샀는데 알고 보니 한국 브랜드란 인식을 세계에 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특별한 목표와 꿈이 없었던 그녀의 대학 생활은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음을 잡지 못하니 학점은 자연히 나쁠 수밖에 없었고, 친구들이 하나둘 직장을 찾아가는 동안 그녀는 사회로 나가는 게 두려워서 졸업을 한 해, 두 해 미루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옥션에 여성 의류 제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일평화시장 등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옥션에서 ‘밀크티’란 닉네임으로 팔았는데, 2004년 파워셀러로 등극할 만큼 남다른 감각을 자랑했죠. 노점상 양말부터 실크 스카프, 찢어진 청바지, 스웨터 등 그녀의 까다로운 눈을 통과한 제품은 연일 대박을 터뜨렸고, 수입도 적지 않아 대학 등록금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여느 대학생보다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죠.
한창 주문이 밀려들 때는 고객들에게 보낼 택배 상자가 방에 가득 쌓이곤 했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상자들을 모두 집 밖으로 내다버리셨죠. 명문대(이화여대)를 다니는 딸내미가 옷이나 팔고 있는 것을 영 못마땅해 하셨는데 마침내 폭발했던 것이죠.
“그때 아버지에게 대들었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쁜 일도 아닌데 왜 반대하냐고 따졌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취직을 하든 시집을 가든 아니면 유학을 가든, 셋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겠다고 답했죠.”
옥션에서 파워셀러로 활동하면서 자신에게 패션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패션 유통의 전반을 알기 위해서 패션 매니지먼트를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영국 런던칼리지오브패션에 입학하는 것으로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한가하게 공부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나이도 적지 않고 대학 전공을 살릴 수도 없는 만큼 런던에서 승부를 내야 했으니까요.
런던칼리지오브패션이 영국 패션계에선 꽤 알아주는 학교이다보니 인턴 자리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가 2년간 옥션 파워셀러에 올랐던 사실이 인턴 채용에 큰 도움이 됐지요.
그녀는 영국의 명품 백화점인 하비스니콜 본사 바이어팀에서 7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매장에서 옷을 판매하는 일을 하는 아시아인은 많았지만, 본사에서 바이어로 일한 아시아인은 그녀가 유일했습니다.
그녀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동대문표 옷들도 종종 히트를 쳤어요. 끌로에나 마르니 등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바이어들이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를 물었다가 동대문에서 샀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메이드인코리아 동대문 상품이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밀리지만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영국에서 직업을 구할 작정이었던 그녀는 귀국을 결심합니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학점이 인정되는 프로그램을 알아봤는데, 지도교수가 ‘너 같은 아시아 사람이 좋은 인턴 자리를 차지하면 정작 영국아이들은 기회를 잃는다’고 하는 거예요. 너무 분해서 학장한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학장조차 아무런 답신을 하지 않더군요. 과연 이런 사람들 속에서 일한 만큼 제대로 대우를 받을지 확신이 서지 않더군요. 이런 곳에서 경력을 쌓느니 한국에 돌아가 다른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반발심도 생겼고요.”
2007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보용 대표는 의류 벤더업체 세신어패럴에 입사했습니다. 의류 유통의 기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제조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였죠.
처음엔 영업부에서 바이어와 딜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다가 의류별 색상을 선정하는 컬러리스트 업무를 했고, 이후에는 의류 샘플을 만드는 샘플러 업무도 맡았습니다. 하지만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의 특성상 바이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 하는 데서 오는 창의성의 한계였죠. 그러나 의류 제작 과정 전반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패션은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반을 장악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과정을 모두 경험했지요. 여러 부서를 전전했던 일도 지금 와서 보면 의류 제조 과정의 다양한 업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녀는 세신을 나와 명품 수입 부띠크 회사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다양한 해외 컬렉션을 만났습니다. 당시는 글로벌SPA 브랜드인 ZARA나 H&M이 국내에 공식 유통되기 전이라 해외에서 구매해 국내에 파는 일이 성황을 이뤘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동대문표 옷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였기에 그러한 분위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동대문 옷이 디자인도 멋스럽고 가격도 더 합리적인데, 소비자들이 그걸 모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해외 SPA 브랜드가 인기를 얻을수록 역으로 우리 옷을 해외에 내다 팔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던 거죠. ‘우리 옷이 어디가 어때서?’ 하는 도전 의식도 생기고요.”
한번 꽂히면 거침없이 달려드는 성격인지라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습니다. 모아둔 돈이 없어서 카드 빚을 내 자본금 500만원을 마련했죠. 김보용 대표는 2011년 이베이 판매를 시작으로 2013년 스토레츠 사이트를 오픈했으며 2015년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키워나갔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옥션에서 파워셀러로 활동했을 때와는 사업 환경이 확연히 달라졌던 거죠. 옥션이라는 거대 장터에서 장사를 하다가 낯선 브랜드로 사업을 하니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사람 구경 힘든 허허벌판에 가게 하나 차려놓고 기다리는 격이었죠. 막막했지만,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브랜드 ‘스토레츠(storets)’는 전문가가 엄선해 큐레이팅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고심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스토레츠의 핵심 고객은 ZARA나 H&M보다 좋은 품질을 원하고, 명품도 갖고 있지만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싶어하는 분들입니다. 좋은 소재로 만든 나만의 옷을 찾는 고객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브랜드여서 고객에게 외면받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대부분은 우리나라 고객들이었습니다. 해외 셀럽들이 입은 것을 보고 쇼핑몰에 들어와 주문했다가 한국 제품이란 사실을 알고는 반품하거나 결제 취소 요청을 한 것이죠. 그럴수록 김보용 대표는 스토레츠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입을 수 있게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 포스트는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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