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전기 없이 사는 세계 1/3 인구에게 ‘휴대용 발전기’를! :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경영 자기계발/그녀의 창업을 응원해

by 스마트북스 2017. 6. 20. 17:01

본문

전기 없이 사는 세계 1/3 인구에게 ‘휴대용 발전기’를!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이스트림을 개발할 때 소재를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는지 몰라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며칠 동안 이케아에 전시된 제품들을 관찰해서 결국 딱 맞는 소재를 찾아냈지요.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인도 산간 지역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창업아이템으로 이은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이노마드의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스트림’은 킥스타터에서 1억8,000만원어치 선주문을 받으며 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이제까지의 주문 물량만 소화해도 올해 매출은 1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고요.
그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미국 소셜 펀딩 ‘킥스타터’가 먼저 알아보다

20168월 미국의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이스트림(Estream) 영상을 올리고 나서 18,000만원어치의 선주문이 들어왔을 때를 박혜린(32) 대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트레이드 쇼에서 이스트림을 눈여겨본 킥스타터 매니저가 무조건 킥스타터에 출품하라고 권했던 그 순간, 이노마드는 세상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스트림을 통해 다양한 문명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 그때가 되어야 그녀의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도에서 부여받은 중요한 과제

 

인도여행 중인 박혜린 대표

 박혜린 대표는 부산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인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인도에 도착해선 버스 터미널에 가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버스를 잡아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는 방식의 일명 묻지마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 경비를 도둑맞기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인도 남부 코다이커널이라는 산악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23일 코스로 트래킹을 계획하고 코다이커널의 한 가정집에 머물렀어요. 홀어머니가 일곱 살짜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집이었어요. 이 때는 이미 인도에서 4개월 정도 지냈는데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는 곳은 처음이었지요. 양초를 켜놓고 밥을 먹는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아이가 엄청 신기해하는 거예요. 갖고 놀아도 된다고 하니, 동네 친구들을 불러다 사진을 찍고 포즈도 취하고 엄마도 찍으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아이가 자기도 좋아하는 것들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나보다는 아이가 카메라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선물을 할까 싶었는데, 그 순간 그 아이가 카메라를 갖게 되더라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누려왔던 문명의 혜택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당연하게 소비하고 누려온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에 밤새 뒤척였지요.
카메라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전기는 정말 적은 양인데 그것조차 얻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꼭 필요한 만큼만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죠. 그게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스트림을 만들게 된 절대적인 이유인 셈이죠.”

 

수요자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보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혜린 대표는 전력 시스템, 에너지 접근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전력 공급 시스템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그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수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옮겨갔죠.
경영 석사를 취득하려고 캐나다 빅토리아대학 MBA 과정에 입학한 그녀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놀란 건 내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창업에 대한 접근도 내가 이런 것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내가 팔고자 하는 아이템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데서부터 시작해요. 사소한 차이 같지만 매우 중요한 차이예요. 수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인가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니까요. 이러한 시각은 제가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비중을 뒀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MBA 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 말에 한국으로 돌아와 중소기업에 취직했습니다. 그녀의 첫 직장은 조류 발전 플랜트업체인 정맥산업개발 연구팀이었습니다.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일이지만 정부나 기업이 주도하다보니까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과 지표(KPI)였어요. 당연히 큰 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더 싸게 공급하는 게 중요했지요. 청정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접근 방식은 기존의 방식(송전탑)과 비슷했던 거죠. 결국 해당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못 보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도서 지역의 경우 디젤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경우 발전 단가가 1킬로와트당 80원이지만 디젤 발전기 발전 단가는 6,000(디젤 수송비 및 유지 관리비 포함)에 달합니다.
전 세계 인구 중 20억 인구가 전기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건 좋지만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죠. 개인이 전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화된 형태의 발전 장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관련 서적과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스마트그리드나 마이크로그리드처럼 마을 단위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발전 개념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터라 개인화된 제품이 나오면 시장성이 있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게다가 개인이 전기를 소비하는 형태가 USB 포트 기반이라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였습니다. 전기 충전 방식이 일상화, 개인화되는만큼 시장 수요만 잘 맞으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았죠.

에너지 유목민을 꿈꾸다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 프로젝트

20135월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회사명은 이노마드(Enomad)’. 에너지(energy)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전기 인프라가 없는 곳을 유랑하는 사람들이 에너지를 자유롭게 만들어 쓸 수 있게 한다는 뜻을 담았죠. 이노마드는 그해 9한국창의과학재단이 주최하는 적정기술기반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부상으로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은 덕에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개발에 매진했지요.
20143월 박혜린 대표는 빈곤과 온난화 등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 D3쥬빌리의 이덕준 대표를 만납니다.
이덕준 대표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임팩트 투자를 진행했는데 한국에서도 기술 기반 임팩트 투자를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서 저희 사업을 설명했어요. 제가 사업 설명을 하면 제조 기반에 에너지 발전 사업인데 여자가 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내는 분도 있었고, ‘굳이 왜 물로 만드느냐, 다른 아이템으로 전환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덕준 대표는 첫 미팅을 마친 후 곧바로 투자를 결정해주셨죠. 만약 그때 이덕준 대표를 못 만났으면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정말 투자가 절실히 필요할 때 개발비를 지원해준 거니까요.”
수력 발전을 개인화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구한 것이 20148월부터 석 달간 진행한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 프로젝트였습니다.
무작정 서울 시청 하천관리과를 찾아가 집요하게 설득했고, 매일 오후 3시에 설치해 11시에 철거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826일이 행사 첫날, 5USB 포트를 충전할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한 후 프로젝트에 돌입햇습니다. 서울시가 청년기업과 손잡고 만들었다고 홍보하면서
언론사 수십 곳에서 취재를 나왔죠. 국내 언론 매체는 개인이 직접 수력 발전을 통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도했고, CNN 등 외신에서는 스마트시티와 신재생 에너지 관점에서 이 행사에 주목했습니다.

 

두 달 동안 60곳의 미국 캠핑장을 돌다

 

CNN 보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턴 매스챌린지 대표인 존 하손으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생활 속 에너지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며 미국은 캠핑·아웃도어 시장이 큰데 이 아이템으로 접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죠.
매스첼린지는 매사추세츠 주정부 지원으로 보스턴대학이 주관하는 대회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극찬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박혜린 대표는 그해 12월 노기환 최고기술경영자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빌려 두 달 동안 60곳의 캠핑장을 돌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캠핑을 가면 보통 열흘씩 묵어요. 몇 달씩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곳에 캠핑장이 많아서 충전 수요 또한 많았어요. 태양광 발전기나 휴대용 바이오매스 충전기(나뭇가지 등을 태워서 충전하는 방식) 등이 있지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제품들은 아니었죠.
캠핑장을 직접 둘러보니까 우리가 진출할 만하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 휴대용 발전기에 대한 시장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배낭에 있는 물통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를 가장 선호하더군요.”
그로부터 1년을 개발에 더 매진한 끝에 이노마드는 2016년 흐르는 물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스트림을 선보였습니다.
강이나 계곡의 물을 전력 에너지로 변환해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발전기로 배터리가 일체형인 발전기로는 이스트림이 세계 최초입니다. 미국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500밀리리터 실린더 형태의 디자인으로 만들었으며 흐르는 물에 설치하면 물의 속도에 따라 2.5와트에서 최대 7와트의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2(아이폰 기준)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수력을 이용해 만들어진 전기가 이스트림 내장 배터리에 충전되는데,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면 본체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스마트폰을 충전하거나 랜턴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스트림을 시장에 본격 선보인 것은 20163월 텍사스 오스틴에 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트레이드 쇼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그해 8월 킥스타터에 이스트림을 출품하고 약 2억원어치의 선주문을 받는 등 놀라운 성과를 낸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의 소매업자들로 부터 구매 요청이 쇄도한 덕분에 이스트림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죠.
현재 이노마드는 경기도 파주와 군포의 공장에서 이스트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주문 물량만 소화해도 올해 매출은 1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입니다.
박혜린 대표는 해외 거점 지역 3곳에서 온라인 마켓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간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터치오브모던이라는 온라인 스토어를 확보했습니다. 고객의 80퍼센트가 30~40대 남성으로 이스트림의 핵심 고객과 맞아떨어집니다.
이노마드는 뉴욕과 런던 등에도 추가 거점을 개척하고 있어 2018년에는 매출 1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고 선한 일일수록 똑똑하게

 

박혜린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스트림이 전기가 없는 지역에 문명의 혜택을 가져다주는 선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녀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방법이 똑똑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선의를 갖고 일하더라도 해당 지역이나 주민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하면 오히려 그 가치가 퇴색되곤 하니까요.
아프리카에 흙집 프로젝트라는 게 있어요. 프랑스의 건축가가 봉사활동을 하는 건데, 그 지역 흙을 이용해 집을 지어준답니다. 1년간 해당 지역의 흙 성분 등을 연구해서 환경을 고려하며 설계하는 거죠. 그렇게 지어진 집은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들도 살 수 있을 정도로 튼튼
하다고 합니다.
저희 일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좋은 일일수록, 선한 일일수록 똑똑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현재 캠핑·아웃도어 시장에서 이스트림을 통해 소형 발전기 시장을 열어서 더 많은 이들이 전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경험이 쌓이면 기후 등 환경 조건이 다른 곳에서 이스트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지역별로 어떻게 접근해야 편리하게 쓸 수 있는지 고민할 겁니다. 현재의 고민이 내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포스트는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