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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목살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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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목살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

우리 농장에서 키운 첫 번째 방목 돼지는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 랩 창립 기념행사의 시식 메뉴로 선정되었다. 강남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창립 기념행사에는 먹거리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모였다. 장소를 제공한 식당의 셰프는 우리 농장이 제공한 버크셔 방목 돼지와 일반 백돈으로 동일한 레시피의 두 가지 요리를 준비했다. 랩에서는 전문가들의 비교시식 평가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새로운 레시피,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

비교시식회를 마치고 문 교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먹거리가 다양화 되려면 기존의 레시피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요리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한 돼지고기 시식회를 열어 보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특히 재료의 맛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셰프가 이 일을 맡아주면 좋을 텐데요.”
, 제가 볼 때 강남에서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욱성 셰프가 적격일 듯합니다. 함께 김 셰프님에게 제안을 해보시지요”.
김 셰프는 미국에서 요리 공부를 했고 현재 대학에 교수로 출강하는데, 스테이크 구이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맛있게 고기를 구워낸다. 겉은 바삭하지만 고기 속은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맛, 그의 스테이크는 누구보다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묻어난다.
나는 김 셰프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요리뿐만 아니라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특히 고기에 관해서는 쇠고기, 돼지고기 할 것 없이 전문적인 식견을 보였다.
김 셰프는 새로운 레시피로 시식회를 갖자는 문정훈 교수와 나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육질이 훌륭합니다. 오래전 제가 다뤄본 일본 명품 돼지고기 이후로 처음 접하는 최상의 고기입니다.”
고맙습니다, 셰프님. 고기 분할 방식은 어떠셨는지요?”
제가 대표님께 미국 방식의 고기 분할을 요청했는데 제가 바라는 방식대로 정확히 잘라져 왔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돼지고기 분할을 미국식으로 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 분할은 제가 아는 육가공 회사 사장님이 특별히 해주신 겁니다.”
아하, 고맙습니다 대표님. 이렇게 해주시니 요리할 맛이 납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차별화한 고기 컷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김 셰프는 우리 농장에서 제공한 버크셔 돼지를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요리하고 싶어했다.
요리는 재료가 반이다. 돼지를 어떻게 분할, 손질하느냐에 따라 요리의 방향이 달라진다. 국내에서 선호하는 삼겹살이나 목살의 양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고기를 분할하면 새로운 식감을 선사하는 독창적인 요리를 시도하기 어렵다. 그래서 김 셰프는 미국 방식의 고기 분할을 주문하였다.
보통 육가공 회사가 따로 한 마리만 다른 방식의 분할을 해주는 경우가 없다.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육가공 회사 사장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다. 새로운 실험에 대한 취지와 설명을 들은 젊은 사장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내 부탁을 수락했다.

 생산 유통 식당의 협업, 의미있는 첫 발자국

시식회는 성공적이었다. 먹거리에 관한 학계, 언론계 전문가와 미식가 30여 명이 참석하였다. 돼지고기 요리 메뉴도 다양했다. 돼지꼬리 쪽에 가까운 등심을 구워낸 로인 로스트(Loin Roast), 꼬리 쪽 등심은 최고의 육질을 자랑한다. 일명 등갈비로 불리는 립 바비큐(Rib Barbecue), 지방 함량이 적고 씹히는 맛이 좋은 사태 부위로 요리한 2가지 사태요리, 평양식 삼겹살 지짐, T자 모양의 갈비뼈가 그대로 붙어 있는 립 아이 포크 스테이크(Rib eye Pork Steak)’는 돼지 안심과 등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요리다.
보통 쇠고기 티본 립 아이 부위는 많이 판매하지만 한국에서 돼지고기 티본 립 아이 방식의 커팅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 셰프는 서양식과 한국식 요리를 포함해 모두 6가지 요리를 선보였고, 시식에 참여한 참석자들도 세세한 평가를 해주었다.

고기의 육질이 우수하며 씹히는 맛이 있다. 고기 색이 쇠고기처럼 붉고 선명하다. 잡내가 전혀 없다.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고기 커팅 방식 덕분인지 돼지고기가 이렇게 색다른 식감을 내는지 처음 알았다. 삼겹살 일색의 요리가 보편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돼지고기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고급 돼지고기 요리 시장이 열리면 기꺼이 사 먹겠다.

방목 버크셔 돼지와 새로운 레시피가 결합한 다소 실험적인 돼지고기 시식회는 생산자인 나, 요리하는 셰프, 농업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 이렇게 3명이 의기투합하여 이루어졌다. 산학연, 생산-유통-식당의 협업을 구체적으로 이뤄내는 의미 있는 첫 발자국을 딛는 순간이었다.

6차 산업 관점에서 보라

와인이나 외식 산업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와인과 돼지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말씀하시겠지만 와인 산업, 즉 생산자인 포도농장과 유통가공업인 와이너리 사이의 협업 체계도 연구해볼 만하지요.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레스토랑을 살펴보시면 미래 우리 농업의 포지션에 대해 넓은 식견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대표님은 생산자이지만 생산자에서 식당, 그리고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의 관점에서 넓고 깊게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문 교수가 먹거리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맞는 얘기이다. 와인도 사실 농업 가공품이다. 우리 농장이 제대로 된 유통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식당을 포함한 전체 먹거리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업종이 달라도 우리 농장의 유통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된다면 시야를 폭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돼지를 키운다고 배움의 범위를 굳이 국내 혹은 축산업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이 포스트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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