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장에서 키운 첫 번째 방목 돼지는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 랩 창립 기념행사의 시식 메뉴로 선정되었다. 강남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창립 기념행사에는 먹거리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모였다. 장소를 제공한 식당의 셰프는 우리 농장이 제공한 버크셔 방목 돼지와 일반 백돈으로 동일한 레시피의 두 가지 요리를 준비했다. 랩에서는 전문가들의 비교시식 평가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비교시식회를 마치고 문 교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시식회는 성공적이었다. 먹거리에 관한 학계, 언론계 전문가와 미식가 30여 명이 참석하였다. 돼지고기 요리 메뉴도 다양했다. 돼지꼬리 쪽에 가까운 등심을 구워낸 로인 로스트(Loin Roast), 꼬리 쪽 등심은 최고의 육질을 자랑한다. 일명 등갈비로 불리는 립 바비큐(Rib Barbecue), 지방 함량이 적고 씹히는 맛이 좋은 사태 부위로 요리한 2가지 사태요리, 평양식 삼겹살 지짐, T자 모양의 갈비뼈가 그대로 붙어 있는 ‘립 아이 포크 스테이크(Rib eye Pork Steak)’는 돼지 안심과 등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요리다.
고기의 육질이 우수하며 씹히는 맛이 있다. 고기 색이 쇠고기처럼 붉고 선명하다. 잡내가 전혀 없다.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고기 커팅 방식 덕분인지 돼지고기가 이렇게 색다른 식감을 내는지 처음 알았다. 삼겹살 일색의 요리가 보편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돼지고기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고급 돼지고기 요리 시장이 열리면 기꺼이 사 먹겠다.
방목 버크셔 돼지와 새로운 레시피가 결합한 다소 실험적인 돼지고기 시식회는 생산자인 나, 요리하는 셰프, 농업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 이렇게 3명이 의기투합하여 이루어졌다. 산학연, 생산-유통-식당의 협업을 구체적으로 이뤄내는 의미 있는 첫 발자국을 딛는 순간이었다.
“와인이나 외식 산업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와인과 돼지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말씀하시겠지만 와인 산업, 즉 생산자인 포도농장과 유통・가공업인 와이너리 사이의 협업 체계도 연구해볼 만하지요.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레스토랑을 살펴보시면 미래 우리 농업의 포지션에 대해 넓은 식견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대표님은 생산자이지만 생산자에서 식당, 그리고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의 관점’ 에서 넓고 깊게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 포스트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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