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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실험은 계속된다 : 차별화 전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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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실험은 계속된다 : 차별화 전략 2

돼지의 생산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농장 축사 시스템도 돼지의 성장과정에 맞게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돼지는 임신 분만/포유 자돈 비육돈의 단계를 거친다. 사람이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생활환경이 다르듯 돼지도 각 성장 단계별 특성에 맞는 공간과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성인에 해당하는 비육돈이나 임신돈은 20~24도 내외의 온도를 좋아하는 반면, 자돈은 29~31도의 약간은 습한 환경에서 잘 큰다. 또한 돼지가 자라면서 먹는 사료의 성분도 성장 시기별로 다르다.
돼지에게 사료를 담아 공급하는 급이기역시 돼지의 성장에 맞춰 다른 것을 써야 한다.
그동안은 임시방편으로 엄마 돼지가 있는 한쪽 구역을 변경해서 새끼 돼지를 키웠다. 아무리 구조 변경을 해도 기본적으로 모돈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보니 자돈을 키우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내가 대표를 맡고 나서 자돈사를 새로 지었다. 자돈사를 지으니 현장 직원들의 농장업무가 많이 편해졌다. 우리 농장 새끼 돼지들도 예전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있다    

철제 스톨에서 돼지를 해방시키자!

같은 공간에 있는 돼지들은 서열을 정하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면 좀 더 햇빛이 잘 들고 사료 먹기 편한 자리를 서열이 가장 높은 돼지가 차지하는 식이다. 돼지들은 투쟁을 하며 때로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임신한 모돈이 이와 같은 투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상처를 입거나 유산 등으로 분만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스톨은 이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를 포함한 전 세계의 공장형 돼지농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표준화된 관행이다.
 
우리 농장은 돼지가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좀 더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이른바, 돼지 감금틀이라 불리는 철재로 만들어진 돼지 스톨(stall)’을 축사에서 부분적으로 걷어냈다. 동물의 생태를 고려하여 동물복지를 실천하기 위해서 엄마 돼지 모돈을 축사 내에서 방목한다.
사람도 임신 초기 단계에서 몸조심을 하듯이, 임신 초기에는 유산 방지를 위하여 스톨에서 모돈을 키우더라도, 임신 초기 단계가 지나면 돼지들을 스톨에서 풀어주어 축사 안을 자유롭게 다니도록 하는 사육 방식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기존 사육과 환기 방식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또 모돈끼리의 싸움에서 생기는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방목을 처음 도입했을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늘 축사의 스톨에 갇혀 있는 돼지를 자유롭게 풀어놓자 우려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고정된 스톨에서 사료를 먹던 돼지를 풀어놓으니 제 밥그릇인 급이기를 찾지 못하여 제때 사료를 먹지 못하는 돼지가 생겨났다. 서로 다투던 모돈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농장장을 비롯해 현장 직원들이 고심했다. 다행히 돼지별로 특성을 파악, 그룹화 하여 방목 공간을 할당하면서 우려했던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다. 돼지들도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다.
 
이제 방목은 우리 농장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돼지에게 자유로운 활동을 허락하자, 돼지는 몸이 튼튼해져서 오히려 농장 생산성에 일조를 한다.

다품종 소량 고급화를 시도하다

돼지는 품종에 따라 생태적 특성이 다르다. 품종은 크게 밝은 색의 백돈과 어두운 색의 유색돈으로 구분한다. 백돈은 요크셔, 랜드레이스와 같은 품종이다. 이들 품종은 성장 속도가 빠르며 새끼를 많이 낳는 특성이 있어 생산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좋다. 유색돈은 우리나라 고유재래종, 버크셔, 듀록 등과 같은 품종이다. 이들 품종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분만하는 자돈 숫자도 백돈보다 적다. 대신 유색돈은 백돈보다 육질이 뛰어나서 해외에서는 유색돈이 한우처럼 고급육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산 일대, 합천, 제주도 등지의 일부 지역 농가에서 유색돈을 출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돈 농가는 해외에서 들여온 백돈을 국내에서 품종을 계량하여 백돈 돼지고기를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가 서민을 위한 저렴한 고기로 자리 잡고 있어서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농장만의 차별화된 돼지고기 생산에 관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급 돼지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할까? 외국처럼 다품종 소량 고급화 전략을 세워 최고급 돼지를 생산하면 어떨까?
 
우리 농장은 흑돈, 버크셔 품종 돼지를 몇 마리 데리고 와서 야외에 울타리를 치고 방목을 시도하였다. 이전에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품종의 실험 사육이다. 홍성 지역 땅은 황토질이다. 그래서일까? 돼지들은 흙구덩이를 파고 황토 흙을 먹으며 자랐다. 더디게 컸지만 병에 강했고 별도의 약품 투약 없이 잘 자라났다. 아직 시장의 소비자가 고급 돼지육을 선호하는지 수요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번의 시험 방목 결과를 갖고 섣불리 어떤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실험이 향후 우리 농장의 미래와 관련한 의미 있는 씨앗이자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포스트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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