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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소비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돈 되는 재테크/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

by 스마트북스 2019. 9. 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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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나쁜 소비 따로 있을까?

성인이 되었고 누구도 나를 채점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인생의 시험을 치르는 기분입니다. 이건 잘했으니 동그라미, 이건 못했으니 엑스라고 빨간 줄을 그어가면서요. 가계부를 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모 있어 보이는 소비, 남들이 인정해줄 것 같은 항목에는 선뜻 돈을 쓰면서도 그렇지 않은 곳에 돈을 쓸 때면 호되게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책 같은 품목엔 금액도 확인하지 않고 돈을 쓰다가도, 갖고 싶은 머리띠를 사는 데는 지나치게 주저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인데도 그걸 꾹꾹 참으며 박탈감을 느낀 것입니다. 일이 고된 날엔 호탕하게 원피스를 질렀지만, 며칠 안 가서 미쳤다며 자책했습니다. 저는 돈을 쓰는 일에서 역시 모범생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내 돈 쓰며 남 눈치 본다?

상담을 하면서 저와 비슷한 내담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관대한 비용과 인색한 비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패턴은 비슷합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비용은 아낌없이 먼저 내지만 오래된 안경은 몇 년째 바꾸지 못합니다. 강의에는 수십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결제하지만 식사를 하는 비용은 아까워서 편의점에서 대충 해결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곳에 돈을 써야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남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를 나누고, 나쁜 소비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이지요. 물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돈을 넉넉히 쓰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돈을 아끼는 거라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소비에 대한 아쉬움이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아닌가요? 제가 꾸밈비보다 생활비에 돈을 더 많이 쓰는 이유는 생활비가 더 중요해서지 꾸밈비에 돈을 쓰면 안 되어서가 아닙니다.

합리적 소비, 나에게도 정답일까?

책을 사든 음식을 사 먹든 결국 내 돈은 내 행복을 위해 씁니다. 그리고 내 행복을 위한 지출이 꼭 합리적이고 올발라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꼭 필요한 것, 합리적인 것에만 돈을 쓰면서 살까요. 때로는 손바닥만한 치즈케이크가 꼭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좋은 인간이 되는 것도 벅찬데 소비까지 좋게, 바람직하게 하려면 참으로 피곤합니다.
눈치 보는 소비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합리적인 소비라면, 남들도 다 하는 소비라면 무조건 괜찮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뷔페에서 무조건 음식을 가져온 적 있으신가요? 이제는 배가 불러 그만 먹고 싶은데, 더 먹는 게 이익이라는 이유로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넣습니다. 더 많은 음식을 먹어 본전은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저녁 내내 불편한 속은 내가 한 선택이 정말 이익이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돈 관리도 그렇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만이 옳다라는 주장은 합리적이라면 옳다로 이어집니다. 절반 이하로 할인을 하는 물건 앞에서,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물건과 서비스 앞에서 우리는 꼭 필요하다며 구입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지출을 해야 할 이유가 백 가지라 하더라도 상황이 안 된다면 지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다 사용하는 것이라도 여의치 않다면 참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 정당한 소비는 옳고 그렇지 않은 소비는 틀렸다는 주장이 항상 맞는 말은 아닙니다.

당신에게 완전한 기쁨을 허하라

우리는 참으로 많은 돈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소비는 검열하고 채점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먹어 봤으며, 가끔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사람 구실도 하며 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낄 땐 아끼고 쓸 때는 써야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쓰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에게 완전한 기쁨을 허락하세요.

이 포스트는 미스 페니의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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