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몰라도 잘 나간다
무신사를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10~20대이며, 이들이 전체 가입자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가입자 중에는 나이가 들어 30대가 된 사람도 있을 테니, 사실상 10~20대의 브랜드라는 무신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셈입니다. 기성세대에게는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무신사는 2019년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하면서 규모가 큰 패션 커머스 기업입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가입자가 550만 명, 입점 브랜드는 3,500개이며, 2018년 기준 판매 수수료 포함 매출금액은 1,081억 원, 상품 거래총액은 약 4,500억 원입니다. 2013년의 거래액이 약 100억 원, 2015년에는 약 1,070억 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입니다. 패션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이 정도 규모를 키워냈으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무신사의 대단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곳, 무신사
무신사는 조만호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1년, 프리챌 내에 신발 커뮤니티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이름을 줄인 ‘무신사’였죠.
패션으로서의 신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그와 매치할 스트리트 패션 또한 조 대표의 관심사였습니다. 조 대표는 운동화와 함께 동대문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도 올리게 되었는데, 덕분에 무신사는 신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을 아우르는 공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무신사는 무신사닷컴이라는 독립 사이트로 새출발합니다. 프리챌 유료화 정책으로 커뮤니티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커뮤니티들처럼 다음 카페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 사이트를 오픈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무신사는 경쟁자가 없다?
무신사 매거진 서비스는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패션 관련 글을 편집하여 읽기 좋게 가공한 것입니다. 덕분에 무신사는 단순 커뮤니티가 아니라 웹진 역할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 등으로 옮겨갔더라면 할 수 없던 서비스였고, 이로 인해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과 도메스틱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인터넷 홈페이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무신사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그동안 소개해오던 도메스틱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2009년 무신사 스토어를 통해 내놓으면서부터입니다.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을 널리 소개하는 주체였고,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있는 젊은 사람들의 구심점이었습니다. 더불어 도메스틱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개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정보 연결점이었죠. 생산자와 소비자를 정보로 연결할 수 있다면, 상품으로 연결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무신사 스토어는 요즘 말로 하면 룩북과 큐레이팅으로 당시 남성 의류 쇼핑몰에서는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물론 디젤매니아 등과 같은 다른 패션 커뮤니티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무신사처럼 브랜드 차원에서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 간의 정보공유를 주로 하는 커뮤니티에 머물렀죠
다시 말해 무신사는 당시에 제대로 된 경쟁자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이미 완전히 구축한 상태였습니다. 스토어를 오픈하기 전에 이미 가입자가 25만 명을 넘어선 패션 웹진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금도 이렇다할 경쟁기업이 없는 무신사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 영업이익률의 비밀
무신사는 2014년에 ‘실시간 베스트 랭킹’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는 무신사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잘 팔리는 옷과 패션 아이템의 순위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덕분에 소비자들은 현재의 패션 트렌드를 좀 더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죠. 무신사의 주고객층인 10대와 20대 초중반 남성은 주머니는 가볍고 패션에 대한 관심은 있는 편이지만, 무엇을 입어야 할지에 대한 감이 없는 소비자들입니다. 자신만의 패션감각과 안목을 가지려면 그만큼 많이 보고 입어봐야 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그런 경험을 허용하지 못합니다. 또한 또래들 사이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문화는 남들이 안 입는 옷이 아니라 가장 잘나가는 옷을 선호하게 만들죠. 이 점을 정확하게 저격한 것이 바로 실시간 베스트 랭킹 서비스입니다.
실시간 베스트 랭킹 서비스는 이후 패션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무신사에서 랭킹에 있는 것들만 거르면 된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습니다. 10~20대가 많은 번화가에서는 무신사의 랭킹에 오른 옷과 아이템을 착용한 이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무신사는 브랜드를 중개해서 판매하는 중개판매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신사의 입점 수수료율은 30%로, 백화점의 입점 수수료율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토록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신사의 상품 홍보와 스토리텔링이 매출을 확실하게 견인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수수료율을 내고서라도 입점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죠.
높은 수수료율은 높은 영업이익률로 이어졌습니다. 무신사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5년에는 영업이익률 이 29.2%였고, 2016년에는 45.9%, 2017년에는 34.5%, 2018년에는 24.9%를 기록했습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매년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찍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도 영업이익은커녕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명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도 대부분 10%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신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죠.
무신사 성공에서 무엇을 배울까?
무신사의 성공은 그동안 축적해온 자원이 만들어낸 성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수집한 신발과 희귀한 한정판 신발 사진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던 커뮤니티가 신발과 패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했고, 그곳에서 공유되던 정보를 가공하여 이용자들에게 매거진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모든 서비스 덕분에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티에서 가장 앞설 수 있었습니다.
조 대표는 커뮤니티의 이용자 수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 분야에서 어디보다도 앞서게 되었지만, 그때까지도 여전히 사업 모델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무신사가 머무르고 있던 시장이 전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무신사의 성공을 통해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계속 확장하고 늘려가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그런 측면에서 다른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했습니다. 비교할 만한 곳도 찾기 힘듭니다. 아무리 훌륭한 패션감각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온라인 편집숍을 연다고 하더라도, 무신사만큼의 이용자와 인지도가 없기에 경쟁이 어렵습니다.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전에 25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자랑하는 곳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경쟁은 철저한 자원의 싸움입니다.
무신사의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은 재무상태표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의 재무상태표를 뜯어보면 인건비, 배송비, 광고선전비 등의 항목에서 한 군데 이상 과도하게 지출이 발생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확고한 경쟁우위를 잡지 못했기에 그 우위를 잡고 시장을 주도하고자 해당 항목에서 과도한 비용을 쓰는 것이죠. 그러나 무신사의 재무상태표에서는 과도하다고 할 만한 지출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주도하고 있으며, 경쟁자라고 할 만한 업체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홍보 등에 돈을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에 필요한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입니다. 팬이 있다면 팬을 늘려야 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이용자를 늘려야 합니다.
무신사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웹진은 그 자체로는 큰 수익이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훌륭한 자원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쟁을 위한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할수록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경쟁하기에도 매우 유리해진다는 사실을 무신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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