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세계를 생각해봅시다. 재능과 능력 노력과 열정, 돈과 인맥 등 모든 것이 똑같은 사람들만 있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 각자 사업을 벌인다면 그 결과는 온전히 운에 의해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같다면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운입니다.
운이 절대적인 가상세계에서 사업의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이럴 겁니다.
자원의 차이
그러나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가 중에는 자원을 더 많이 가진 사람도 있고 덜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평균적인 자원을 가진 사업가들은 성과가 본전을 건지는 수준에서 평균이 형성되겠지만, 평균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사업가들은 본전 이상에서 평균이 형성될 것이고, 반대로 평균 이하의 사업가들이라면 평균이 아예 본전 이하, 즉 손실을 보는 곳에서 형성될 것입니다. 이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럴 겁니다.
평균 이상의 사업가는 노력과 재능, 출발점의 차이 등으로 인해 사업에서 평균적인 사업가보다 ‘평균적으로’ 나은 성과를 거둘 확률이 높습니다. 경쟁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이고, 실제 결과에는 운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균 이상의 사업가라도 불운하면 운 좋은 평균 이하의 사업가를 이기지 못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의 차이
능력이 같더라도,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와 리스크 감수의 정도에 따라서 성과의 확률 분포가 다릅니다. 고수익을 추구하면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합니다. 더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더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면 높은 성과를 거둘 확률도 커지지만, 반대로 손실을 입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재능과 출발점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더 높은 변동성을 감당하는 사업가라면, 평균적인 사업가보다 성과의 확률 분포에서 꼬리가 좀 더 길어지고 두터워지게 됩니다. 평균에 머물 확률이 낮아지는 대신 좀 더 극단적인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즉 더 큰 성공, 혹은 더 큰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높습니다.
운의 작용 또한 리스크의 감내와 연결됩니다. 극단적인 꼬리의 결과값을 만들어내는 것이 운입니다. 따라서 ‘도전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라’라는 조언은 운에 자신을 좀 더 노출시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확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실은 이 조언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성공하려면 리스크를 감수하라?
일반적으로 ‘평균 이하의 사업가’는 사업을 할 여건도 제대로 안 되며,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극히 제한되어 있거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들이 극도로 리스크를 추구할 경우 운이 따른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극단적인 실패로 치달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를 감안하면 성공을 위해 더 큰 리스크를 감당하라는 조언은 이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사실상 극도로 운이 좋기를 기원하며,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재기 불가능한 손실을 감당하라는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극도로 희박한 확률에 의지하여 그래프에서 아래쪽으로 너무 폭넓게 열려 있는 실패의 가능성을 감당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비대칭적이며 되도록 피해야 하는 선택지입니다.
특히 사업가의 조건이 평균보다 떨어질수록 이 비대칭성은 더욱 커집니다. 이를 성공의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당첨 확률이 희박하지만 손실이 고작 1천 원에 불과한 로또를 사는 것이 나은 방법일 겁니다.
그러나 ‘평균 이상의 사업가’들에게는 ‘도전하고 리스크를 짊어지고 견디라’는 조언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들이 거둘 수 있는 평균적인 성과는 본전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기반이 되어 다른 사업가들보다 좀 더 모험적인 아이템과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동을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이상의 실력과 출발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본전 이하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낮추어줍니다. 같은 위험을 짊어져도 실패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죠.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조언은 아무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우 경쟁력 있는 사업가에게나 유용한 조언입니다. 그리고 이 그래프는 평균 이하의 사업가에게는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조언이 오히려 큰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물론 그도 큰 성공을 거둘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극도로 좋은 운이 따랐을 때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평균에 머무를 확률을 낮추는 대신, 양쪽 꼬리에 해당하는 극단값의 발생 확률과 크기를 키웁니다. 성공에서 리스크 감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이전에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리스크의 감수는 우위가 기반이 되었을 때에야 충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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