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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해야 성공한다는 잘못된 성공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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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해야 성공한다고?

성공한 사업가들이 대중 강연이나 책을 통해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라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배수진이란 단어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의미를 담은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안정적이면 그 상황에 만족하고 도전을 기피하게 된다는 주장으로, 절박하고 간절한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스스로 기회를 모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꽤 그럴듯해 보이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절실한 마음, 절박한 상황이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배수진을 친다'는 말의 진짜 의미

많은 사람들은 배수진이라는 말을, 물을 등지고 진을 쳐서 도망갈 길을 일부러 끊음으로써 임전무퇴의 마음으로 사기를 높여 싸우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처럼 일부러 도망갈 길을 차단하고 더 간절한 마음으로 성공과 목표를 쟁취하라고 권유하죠.
그러나 배수진의 실제 의미를 그것이 아닙니다.
초한전쟁 당시 조나라를 멸망시킨 정형전투를 이끈 한신은 왜 배수진을 쳤을까요? 한신이 배수진을 친 진짜 목적은 물을 등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따로 떼어둔 2천 명의 기병이 비어 있는 정형관을 차지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배수진은 이처럼 단기전투에서 적과의 접촉을 줄이고 진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매우 예외적인 상황의 전술인 것이죠. 한신이 배수진을 친 목적은 훈련이 안 된 적은 병력으로 시간을 끌며 버티기 위한 것이었고, 승리의 비결은 조나라 군대가 정형관을 비우고 나왔을 때 매복해둔 기병으로 함락시켰던 것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핵심과 맥락을 빼버리고, 그 말만 따와서 망할 곳에 놓여야 생존한다라든지, ‘절박해야 성공한다와 같은 용도로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사속에서 배수진을 잘못 쳐서 군대가 전멸당하거나 당할 뻔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에 신립은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예로 평가받던 경군은 전멸했습니다. 괜히 병법가들이 함부로 물을 등지고 진을 치지 말라고 한 게 아닙니다.
배수진은 확실한 다른 수단이 병행될 때 의미가 있으며, 함부로 배수진을 쳤다가 전멸한 수많은 군대들처럼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필 나이트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공통점

필 나이트 (사진 출처 nike.com)

배수진은 그저 비유일 뿐, 실제로는 절박해야 살아남는다라는 주장이 좀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례가 너무나도 많죠. 우리가 아는 유명한 기업가들 중에서는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소득을 기반으로 창업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의 공동창업자가 된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휴렛-패커드HP를 다녔습니다. 이베이e-Bay는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제너럴 매직을 다니면서 만든 기업이며, 나이키는 공동창업 자인 필 나이트가 PwC의 회계사와 대학에서 회계학 강의를 병행하면서 운영한 기업입니다. 필 나이트는 나이키를 설립하고서도 6년 동안 급여를 받지 않고 버틸 수 있었으며, 회계사와 회계학 강의도 그 후에야 그만두고 전업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공동창업자인 빌 바우어만 코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육상코치였습니다.
포드 사의 전신인 디트로이트 자동차회사는 헨리 포드가 에디슨 일루미네이팅 컴퍼니의 기술자로 일하면서 투자자를 모아서 설립한 회사로, 그가 퇴사하고 전업을 한 것은 나중의 일이죠.

심지어 미국의 경영잡지인 가 선정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500대 기업Inc. 500’CEO 중에서 20%는 창업 후에도 한참 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절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있죠. 이들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기업을 차리고 충분히 성장시킨 뒤에야 비로소 전업을 한, 안정 지향형 기업가들이었습니다.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펭은 기업가의 리스크에 대한 태도에 따라 기업의 생존과 성과에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 창업과 동시에 전업한 전업 사업가보다 본업을 그만두지 않고 창업한 사업가의 기업이 생존율이 더 높았고 더 오랜 기간 존속했습니다. 라피와 펭은 이에 대해 비즈니스 자체가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으므로 리스크에 민감한 사업가들이 기업 생존과 유지에서 더 두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결과는 당시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더 많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기업인이 더 뛰어나며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기 때문일 겁니다.
배수진에 얽힌 한신의 고사와 라피, 펭의 연구를 보면, 스스로를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어서 더 열심히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기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업은 단기전이 아니다

만약 성공한 기업가가 배수진이란 말의 진짜 맥락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면, 그들이 사업에서 선택했다는 그 배수진의 결과는 순전히 운이었다는 의미입니다. 혹시 알고 한 발언이라면, 맥락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정신력에 관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얘기했다는 점에서 더 문제입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배수진을 이야기하는 건 적어도 본인은 그것이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업에서 선택했다는 그 배수진의 결과는 실제로는 운이 좋아서였거나, 혹은 자신도 모르는 다른 수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겁니다. 절박해서 몰아서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어쨌든 이런 발언을 하는 사업가라면 자신의 성공 요인을 본인도 모른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업을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또 배수진은 단기결전을 위한 임시적 방법일 뿐이지 장기전을 위한 방법이 아닙니다. 사업을 한 달 정도만 하고 말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생각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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