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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의 대박신화 공차에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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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의 대박 신화?

공차 열풍이 불던 2013년과 2014, 당시 대표였던 김여진 전 대표에 대해 미디어가 주목한 포인트는 30대 초반의 평범한 주부가 거둔 어마어마한 성공이었습니다.
당시 공차코리아의 지분 65%를 매각한 금액만 340억 원이었습니다. 평범한 주부가 초대박 딜을 터트렸다니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김 대표가 우리나라에 공차를 들여오기 전에 주부였던 것도 맞고, 오픈 시점에 30대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평범한’ 주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공차 홈페이지

당시 공차는 본사가 위치한 대만뿐만 아니라 이미 싱가포르를 비롯한 중화권 아시아 국가들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이라 안정성과 운영 능력은 검증되었고, 문제는 국내에서의 인기였습니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를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들이 공차 매장 앞에 줄을 선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이런 기회를 김 대표만 알아본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얻기 위해 대만의 공차 본사에 제안한 국내 대기업과 외식업체 들이 여럿 있었다고 합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말 그대로 한 지역의 가맹사업 운영권을 파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는 파트너의 자금력과 경영능력 등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그럼에도 김 대표에게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허가한 것은 공차 본사가 한국으로 확장할 마음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확장이 목표였다면 김 대표보다 좋은 선택지가 많았습니다.
한편 김 대표의 계획은 한국에 매장을 소규모로 여는 것이었고, 바로 그 점이 자신이 낙점 받은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매장을 소규모로 운영한다면 점포를 너무 많이 열었을 때의 질적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공 신화의 이면

김여진 전 대표가 공차의 대만 본사로부터 한국의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따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본사 설득에 들인 기간만 1년이었고, 그 기간 동안 치밀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으며, 제안사항이 있을 때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 만 본사를 찾아가는 정성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따내고 국내에서 바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대만의 매장에서 6개월간 일을 해보고 국내에서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가 들인 대단한 정성은 사실 정말로 평범한 주부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이후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공차의 창업에는 ANZ시티은행바클레이Barclays스탠다드차타드 등에서 일했던 남편의 도움이 매우 컸죠. 애초에 그녀가 2007년 싱가포르에서 공차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남편인 마틴 베리가 시티은행에서 아시아-태평양 디렉터로 발령받아 싱가포르로 이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틴 베리는 당시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력만 10년이 넘었고, 이후 스탠다드차타드의 한국 지사에서 최연소 전무가 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남편의 지원은 강력한 뒷받침이 되었고 준비와 협상 등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공차코리아의 지분은 100% 남편인 마틴 베리의 소유였고, 김 대표는 전문 경영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는 마틴 베리가 없었다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더구나 이 1년의 설득 기간 동안 김 대표는 수시로 싱가포르와 대만을 오가며 공차 본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스터 프랜차이즈가 된 후에도 대만에서 체류하며 대만 공차의 매장에서 6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당시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던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김 대표가 공차코리아 법인을 설립한 시점은 201111월이었고, 홍대에 1호점을 오픈한 시기는 20124월입니다. 남편인 마틴 베리가 스탠다드차타드의 전무로 발령받아 한국으로 온 시점이 그해 3월이죠. 공차코리아의 역사적인 첫 매장 오픈 시점에 맞추어 한국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혹은 그 반대로 이해해도 무방할 겁니다.
경영자인 김 대표가 해외 브랜드인 공차를 한국에 안착시키는 데 많은 노력과 공이 들어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평범한 가정주부의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요? 소유지분에서도 알 수 있듯, 공차는 김 대표가 아니라 부부의 기업이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남편의 커리어도 매우 비범하죠. 대부분의 평범한 가정주부에게는 그런 남편이 없습니다.

창업 이후, 그리고 매각

공차의 대만 본사가 김 대표와 계약한 것은 수익성에 굴복하지 않고 레시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이 부분은 김 대표가 201310월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 창업 이후 공차코리아는 직영에서 가맹사업으로 전환을 선택하고 20134월에 성신여대에 가맹 1호점을 오픈합니다. 같은 해 10월에 100호점이 들어섰으며, 그로부터 200호점이 탄생하는 데 걸린 기간은 단 8개월이었습니다. 첫 직영점 오픈 기준으로는 22개월, 첫 가맹점 오픈 기준으로는 12개월 만이었으니 확장속도가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죠.
공차코리아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6개월째인 201410, 유니슨캐피탈에 지분 65%340억 원에 매각합니다. 당시 언론에서 극찬하던 평범한 주부의 340억 대박 신화의 방점이었습니다. 매각 당시 김 대표는 규모가 너무 커져 관리의 한계를 느끼고 대형기업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매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관리의 한계가 올 정도로 확장을 결정한 것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공차코리아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가맹점 출점 속도를 줄이지 않았으니 관리의 한계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매각 사유와 매각 직전까지의 행동이 서로 상충되죠. 공차의 매각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죠.
그러나 이것은 공차의 성공을 오롯이 주부 성공 신화로만 보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공차코리아의 실소유주는 김 대표가 아니라 마틴 베리였고,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그가 매각과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20191월에 유니슨캐피탈의 공차 매각 뉴스가 나오면서 그가 지분을 매각할 때 동반매각청구권Tag-along 조항을 넣은 것으로 밝혀져, 이 성공 신화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의 링크드인 이력사항을 보면 201310월까지 스탠다드차타드에서 재직한 것으로 나오며, 이후는 공차코리아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매각 이후 싱가포르에서 브랜드하우스 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음을 감안하면, 공차의 놀라운 성공은 마틴 베리와 배우자인 김 대표가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 쌓아 올리고 마무리를 지은 것이죠.

김 대표 부부의 확실한 우위

김 대표가 공차 대만 본사를 설득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추진력은 귀감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만약 자원이 거의 비슷한 경우라면 이러한 부분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겠지만, 경쟁에서 자원의 차이는 분명 큰 부분입니다.
실제로 남편인 마틴 베리의 비즈니스와 투자금융에 대한 이해력과 협상력, 자금지원 등은 사업가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어지간한 사람이 범접하지 못할 우위였습니다.
김 대표만 보자면 우위라고 말할 요소들이 부족합니다. 알려진 이력만 보자면 평균 이상의 사업가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로 묶어서 보면 김 대표 부부는 시작에서 어떤 사람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우위를 잘 이해하고 활용했고, 여기에 적당한 운이 더해져 극대화된 성과를 얻어낸 것입니다. 결코 평범한 주부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거둔 결과물이 아닙니다.

멋질수록 다시 볼 것

자원이 많을수록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라는 말은 꿈과 노력과 가능성을 외치는 주장에 비하면 재미도 없고 희망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좀 더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람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이 부분이야말로 바로 성공한 곳들이 가지고 있던 우위입니다.
의지와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정신승리의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적어도 그런 신화를 멀리하고자 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공차의 성공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멋져 보이는 성공 스토리에 섣불리 감동하기보다는 한 번 더 의심하는 게 좋다는 것, 그리고 사업가와 그 가족은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며, 사업에서는 자원과 역량이 매우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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