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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팩은 어떻게 K뷰티의 싹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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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팩'의 나비효과

때는 2007년, 홈쇼핑 방송에 한 마스크팩이 소개되었습니다. 배우 하유미가 광고모델이었기에 ‘하유미팩’이란 별명이 붙었던 ㈜제닉의 ‘셀더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상품은 홈쇼핑 덕분에 초대박을 쳤습니다. 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홈쇼핑 대박 사례 같아 보이지만 이후 K-뷰티 산업의 지형과 영향력을 바꿉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피부에 닿는 것에 대해 민감합니다. 화장품도 피부에 닿는 것이니만큼,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보다도 까다롭게 평가합니다. 마스크팩 시장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마스크팩 시장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에 서 내놓은 장당 1만 원이 넘는 상품들이 주류였죠. 효과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자주 사용하지는 못하고 할인할 때 큰맘 먹고 구입해 가끔씩 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닉의 하유미팩은 완전히 다른 상품이었습니다. 먼저 기존의 부직포를 액상 앰풀로 적신 타입이 아니라 마스크팩 자체가 겔로 된 형태라, 팩을 하는 동안에 액상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고르게 피부로 잘 스며드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박스 단위로 수십 장을 주면서도 고작 99,000원이었죠. 홈쇼핑 방송에 주부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하유미팩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싼 팩을 가끔 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하면서 좋은 품질 덕분에 1일 1팩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직물 원단의 경쟁력

하유미팩의 거대한 성공으로 인해 중소 브랜드들의 신규 시장 진입이 붐을 이루게 됩니다. 마스크팩은 코스메틱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쉬운 편이어서 중소 브랜드들도 진입이 쉬웠습니다. 그리고 마스크팩 시장에서 성공을 노리는 수많은 신규 브랜드의 진입으로 기존의 앰풀 타입 마스크팩 또한 더 많은 투자로 품질이 높아졌죠.

그런데 마스크팩의 시트는 종이가 아니라 직물인 만큼, 원단의 질과 기술에 따라 얼굴에 붙는 밀착력 측면의 품질과 원가가 결정됩니다. 우리나라의 섬유업은 일반적으로 고가 원단은 미국 등 섬유 선진국에 밀리고, 저가 원단은 중국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애매함이 마스크팩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죠.

얼굴에 붙이는 것을 저품질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보다는 좋은 것을 써야 하는데, 우리나라 섬유는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꽤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밀착력도 좋고 품질도 좋은 마스크팩으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강점이 있었죠. 덕분에 2000년대 후반 전성기를 맞은 로드숍에서도 마스크팩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팩에서 매스티지 화장품으로

중국과 동남아는 공통적으로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성장이 본격화되었고, 2000년대 후반부터 한류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코스메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프리미엄급 화장품은 접근하기가 어려우므로 매스티지 라인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매스티지 부분에서 가격과 품질의 조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화장품이었죠. 마스크팩이 K-뷰티 붐의 선봉을 차지하고 나선 후, 곧 매스티지Masstige 상품군도 뷰티 붐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을 살펴보면 중국은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방정책의 효과로 1990년대부터 고성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고성장과 소득의 증가에 따라 코스메틱과 뷰티 분야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뷰티 붐에 우리나라의 코스메틱 기업들이 수혜를 얻어 1등 기업인 아모레퍼시픽부터 시작해 많은 기업들이 2010년대에 급격한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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