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유통혁신쥬씨 1호점과 쥬씨 2호점. (사진 출처 쥬씨 홈페이지)
쥬씨는 2010년에 건국대학교 인근에 차린 대용량 저가 주스 전문점으로 시작하여 2015년 4월 가맹사업으로 진출했으며, 이후 1년 반 만에 점포 800개를 달성했습니다. 당시 엄청난 성공이었죠.
이전에도 생과일주스를 파는 업체들은 많았지만, 가격대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과일은 가격변동과 재고관리가 커피 같은 음료보다 어렵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죠. 이런 시장에서 쥬씨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저렴한 가격과 그에 비해 매우 큰 용량 덕분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격이 시장가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하면 품질을 의심합니다. 쥬씨 측은 과일이 저품질이 아니라는 것, 충분히 많이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낮은 가격의 근거를 제시해야 했죠.
이에 대해 윤석제 대표는 수많은 언론 인터뷰에서 ‘생과일 유통의 혁신을 통한 가격 거품 제거’를 강조해왔습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2015년 여름의 인터뷰에서는 “과일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최대한 거품을 줄이기 때문에 가능한 품질과 가격”이라고 밝히고 있죠. (쥬씨, 거품 뺀 생과일주스로 시장 점령, <머니투데이>, 2015. 7. 29) 또 과일의 사용량 측면에서는 “과일 외에 아무것도 섞지 않는다. 잘 갈리게 하기 위한 용도의 물도 최대 20ml만 사용해 다른 브랜드보다 과일이 절대 덜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르고 쥬씨가 충분히 성장한 2018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선한 과일을 ‘착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산지에서 직접 구매해오거나 한 번에 대량으로 매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거품 뺀 가격에 싱싱한 맛, 생과일주스 시장 사로잡다, <세계일보>, 2018. 7. 6) 이를 종합해보면 쥬씨의 세일즈 포인트는 ‘싸고 양 많은 생과일주스’라는 것이고, 수익모델은 철저한 원가절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간의 의혹과 달리 쥬씨는 저질 과일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며, 대량구매와 직매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쥬씨가 과일 유통의 혁신과 직거래, 대량구매를 통해 구매가를 절감하는 한편, 충분히 좋은 과일을 쓰고자 노력한 행보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통의 거품 제거만으로는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윤 대표의 인터뷰는 절반의 사실만을 담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매장, 고회전율, 박리다매
쥬씨가 주스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던 다른 이유는 매장 면적과 운영방식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장 면적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원가와 상품의 최종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타벅스와 우리나라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 차이죠
스타벅스는 국가별로 파는 상품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는 브루드 커피,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입니다. 미국에서 브루드 커피와 카페라테는 주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평균 가격은 1.9달러와 2.95달러로 우리 돈 약 2,100원과 3,300원입니다.(환율 1,100원 가정)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상품이 3,800원과 4,600원에 판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꽤 큽니다.
매장 면적과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은 가격 차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국의 매장은 약 45평 규모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70평 이상의 대형 매장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들보다 매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매장 면적이 더 넓어야 할 수밖에 없죠. 여기에 미국은 테이크아웃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낮은 편입니다. 넓은 매장으로 임대료 부담이 큰 데다가 매장 체류시간이 더 길어서 회전율이 낮으므로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된 것입니다.
건국대학교 입구에 있었던 쥬씨 1호점의 경우 8평 매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의 쥬씨 매장들은 좌석이 없거나 적은,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운영 중입니다. 작은 매장은 임대료 부담이 적으며, 테이크아웃 중심의 판매전략은 높은 회전율을 가능케 하므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전까지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곳들이 대부분 여러 개의 좌석을 보유한 매장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격의 차이는 유통보다도 소규모 매장, 고회전율을 통한 박리다매로 가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쥬씨가 밝힌 저가격의 비결에서 이 전략은 철저히 제외되어 있습니다. 소규모 매장을 통한 비용절감과 테이크아웃을 통한 고회전 박리다매가 불법이나 숨겨야 할 정보가 아닌데도 인터뷰에서 언급되지 않는 것은, 쥬씨의 윤 대표가 인터뷰가 홍보수단이라는 것을 아는 명석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사업가와 신흥기업에 좋은 홍보수단의 하나입니다. 여기에서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큰 호감과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죠. 소규모 매장을 통한 비용절감과 고회전 박리다매는 경영전략과 분석 측면에서는 다룰 만한 이야기지만, 소비자에게는 몰라도 큰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는 이유
소비자들의 호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유통혁신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달성한 혁신가라는 이미지를 얻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또한 유통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사용하는 과일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쥬씨가 초창기부터 꾸준히 유통혁신과 대량매입만을 강조해온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쥬씨 대표의 입을 통해 듣는 성공의 비결은 일부의 진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쥬씨의 초고속 성장은 주목할 만합니다. 800ml에 달하는 대용량 생과일주스를 3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대량판매하여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은 훌륭했으며, 이전에 비슷한 전략을 편 사업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1)대량구매, 직매입을 통한 원가절감, 2)고정비 최소화와 회전율 극대화가 큰 역할을 했고,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는 데는 3)개인사업자 수준에서는 용납되었던 약간의 과장(1L 벤티사이즈, 물과 얼음, 과일만 넣은 ‘100% 생과일주스 등) 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쥬씨의 대표가 직접적으로 밝힌 내용은 대량구매와 직매입, 유통혁신뿐이었죠.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건, 의도한 발언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성공 원인에서 100% 사실이 아니라 일부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덜어낸 사실의 자리에는 때로는 과장이, 때로는 사업가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 대신 채워지기도 하고요.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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