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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속지 않고 슬기롭게 해석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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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때로 거짓말을 한다

삶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단 두 가지뿐입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과 ‘세상은 불확실성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불확실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원인과 결과의 선형적 관계가 실제 현실에서는 종종 틀리는 이유도 바로 확률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의 확률적 선택은 결정과 이후 결과의 괴리를 만듭니다. 확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확률의 결과가 기대나 예상대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기준으로 과거의 선택을 바라보면 달리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보면, 그 과정과 선택은 마치 실패하려고 작정한 듯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해 보입니다. 반대로 성공이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과거의 선택들을 바라보면, 당연히 성공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결과를 보고 선택을 바라보면 마치 사전에 결과가 예측 가능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미래를 보는 수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지 편향입니다. ‘사후확증편향 Hindsight Bias’이라고 합니다.

 

"내가 뭐랬어?"가 넘쳐나는 이유

사후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예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예측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당시 금융위기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예상 못한 규모로 벌어졌기에 거대한 파국으로 번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측 가능한 사건은 그에 대한 대비가 뒤따르기 마련이고 파급력이 축소됩니다. 그런데도 이후 위기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죠. 물론 제대로 된 근거는 없습니다. 모두 인지 편향으로 인한 착각일 뿐입니다.

주식 관련 게시판이나 SNS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떤 주식이 급등하면 누군가가 나서서 미리 예측한 자신의 식견을 자랑하곤 합니다. “봐라, 내가 사라고 했냐, 안 했냐?” 혹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말이죠. 물론 이들이 얘기한 종목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으며, 그 종목이 하락하거나 오르지 않을 때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은 잊혀집니다.

이렇게 자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선지자先知者들은 많지만, 실상 이들은 후지자後知者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맞추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어쩌다 맞춘 것일 뿐입니다. 다음과 그 이후에서 그들의 예측력은 동전 던지기만도 못한 수준으로 하락하며,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예측력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미래를 예상하고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확률을 알아도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으면 틀렸다고 지탄을 받는 마당에, 확률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의 결과에 대한 예측은 대체로 맞지 않죠. 그나마 결과가 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예측은 평균적으로 50% 정도의 정확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동전 던지기의 예측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예측이 맞은 것이 순전히 운일 수도 있죠.

예측이 몇 번 연속으로 맞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지노에서는 종종 짝수가 연속으로 열 번 정도 나오기도 합니다. 그 순간을 노려서 큰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짝수가 연속으로 몇 번 나올 것인지를 알아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할까?

우리는 관측되는 결과에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가곤 합니다. 물론 결과로 답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거기에 더해지는 소음이 너무 심하죠.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가장 무능력한 사람이라도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한 운이 뒷받침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압도적인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그를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착각하고 추앙하게 될 수도 있죠. 물론 운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어느 순간 쇠퇴하여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고, 그제야 사람들은 그의 실체를 알게 될 것이지만요.

불확실성의 속성에 기반하지 않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평가는 지나치게 극단적입니다. 성공을 거둔 사업가에 대해서는 후광효과와 사후확증편향이 나타나서, 미디어와 사람들은 마치 신화의 영웅이 재림한 것마냥 떠받들게 됩니다. 반면 실패한 사업가에게는 정확히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 무능하고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인물로 낙인 찍게 되죠. 한쪽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으며, 반대쪽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었습니다. 어느 쪽도 제대로 된 평가와는 거리가 먼 셈이죠.

 

결과에 속지 않으려면

결과 중심적 판단이 가진 오류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결과에 속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나쁜 결과를 얻은 사업가라고 하더라도 형편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업가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의 능력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은 결과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려줍니다. 결과가 때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죠.

이것이 ‘사업가들의 성과와 성공은 전부 운 덕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운의 존재는 나름대로 최적의 선택을 하고자 하는 사업가의 선택과 고민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의 결과가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생각보다 나쁜 결과가 올 수도 있고, 때로는 생각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능력을 폄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불확실성의 가운데에서도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물론 확률을 높이더라도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말이죠.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확률을 높이려는 시도는 자신의 방법을 따르면 성공이 보장된다거나 정답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 꿈과 희망을 외치며 정신적 고양만을 강조하는 사람들보다는 더 높은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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