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쌍고검, 관우의 청룡언월도, 장비의 장팔사모, 여포의 방천화극……. 삼국지 하면 무엇보다도 장수들의 화려한 무기가 압권입니다.
유비의 쌍고검
유비가 사용했던 ‘쌍고검’은 한쪽 면이 납작해 두 자루의 검이 한 칼집에 포개져 들어가는 쌍검입니다. 보통 ‘자웅일대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사실 이러한 형식의 검이 실전에서 과연 효과가 있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러한 복잡한 형태의 검은 오히려 무기의 내구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유비가 검을 들고 제대로 싸운 적이 별로 없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검이랄까요?
관우의 청룡언월도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중량이 81근으로 명나라 때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9킬로그램이나 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도 약 19킬로그램에 달합니다. 즉 사람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무기가 절대 아니라는 뜻이죠. 게다가 초승달처럼 생긴 큰 칼을 가리키는 ‘언월도’ 자체가 후대인 송나라 때 출현한 무기입니다. 삼국시대에는 아직 없었던 무기인 것이죠. 그러므로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따라서 소설 속 환상의 병기로 만족하는 것이 좋습니다.(많은 역사가들은 전한시대 칼인 ‘참마도’ 형태의 대도를 관우가 썼으리라고 생각한다는데 이것도 믿을 수가 없다.)
장비의 장팔사모
장비가 휘둘러대던 긴 창인 ‘장팔사모’는 허구의 규모가 한 술 더 뜹니다. 길이가 1장 8척. 즉 무려 4미터 50센티미터로, 말을 타고 다녔던 장비가 말 위에서 사용하기는 매우 불편했을 것입니다. 5미터짜리 창을 들고 팔랑크스 대형을 이루는 마케도니아 페제타이로이는 보병이었으며, 당시 마케도니아 기병 헤타이로이는 2.5미터 길이의 창을 썼습니다. 혹자는 이미 삼국시대 즈음에는 등자가 있었기 때문에 완력이 타고난 장비가 그 정도 크기의 창을 말 위에서 휘둘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2~3세기경의 등자는 아직 그 기능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장팔사모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죠.
여포의 방천화극
<삼국지> 최강의 무력 캐릭터 여포가 사용한 ‘방천화극’ 역시 송나라 이후의 무기입니다. 특히 방천화극 날 옆에 붙은 ‘월아’의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도 중국 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마디로 이것도 실체가 불분명하죠.
소설과 역사는 다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소설입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죠. 소설에서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 장수들의 무기는 전문 무기 제작자의 손을 거친 무기가 아닌 동네 대장간에서 만든 것으로 묘사되는데, <삼국지연의>의 원작자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에 주로 유랑극단의 연극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집대성해 소설을 완성합니다. 과도한 각색과 창작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압도하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1. 고대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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