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출사표, 위나라 공격
유비 사후 촉나라 국정은 재상인 제갈량이 도맡았습니다. 2대 황제인 유선은 어렸고, 쓸 만한 장수는 별로 없었으며, 조자룡도 너무 늙어버렸죠. 어쨌든 촉의 운명은 나가면 살고 안에 있으면 죽는다는 것이었기에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는 출병을 앞두고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바칩니다. 문제는 촉에서 한중을 거쳐 친링산맥을 지나 위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공략하는 루트는 이전에 유방과 광무제가 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아는 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기습효과를 내기도 어려웠고, 길이 험해 보급도 쉽지 않았죠. 게다가 형주도 잃어 양동작전도 불가능했습니다. 천하의 제갈량도 뾰족한 수가 없었죠.
하지만 전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친링산맥에서 장안으로 가는 코스는 4~5개 정도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촉의 장수 위연은 자신이 1만 정예병을 이끌고 험준한 최단코스로 진격, 장안을 급습한 다음 제갈량의 본대가 안전한 최장코스로 올 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모험을 하기 싫었기에 다른 작전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위나라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적지 않았기에 제갈량은 이들을 설득해 촉에 동조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선발대를 가장 멀지만 안전한 코스로 진격시켰죠.
읍참마속
선발대의 임무는 위나라의 북쪽 보급 거점인 가정을 급습하는 것이었고, 그 책임자로 마속이 선임되었습니다. 마속은 가정을 점령하고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면 됐었습니다. 마속은 성에서 버텼어야 했으나 군령을 위반하고 산꼭대기에 진영을 설치했습니다. 위나라군이 산을 둘러싸고 보급로를 끊자 마속은 패배하고, 촉의 1차 북벌은 실패로 끝납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패배의 책임을 물어 마속을 벤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입니다.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마지막 북벌을 시도하다 사망하고 촉은 더 이상 기세를 펼치지 못합니다.
제갈량의 무기 개발
제갈량은 교묘한 전술을 짜내는 동시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여 위나라의 대군에 맞선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평소 병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제갈량은 당시까지 미숙했던 병참 유지와 강화를 목적으로 ‘목우’와 ‘유마’라는 수송용 장비를 개발해 촉군의 병량 수송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제갈량은 북벌 당시 기존의 말이 끄는 4륜 수송차로는 촉과 위나라 사이에 있는 산길을 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목우’라는 외륜 수송차를 개발합니다. 1대에 쌓을 수 있는 병량은 병사 한 명의 대략 1년치 식량이었다고 하는데, 보통 3인 1조로 목우를 끌었고, 하루에 10킬로미터 정도는 별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마’는 목우를 작게 개량하여 더욱 험난한 지형도 돌파할 수 있게 만든 운송 장비로, 20킬로그램 쌀 두 자루를 싣고 이동할 수 있었죠.
흔히들 제갈량이 쇠뇌를 연속발사할 수 있는 ‘연노’를 발명했다고 하는데 연노는 명나라 때 발명된 무기입니다. 제갈량이 개발한 무기는 10개의 화살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원융’이었습니다. 연노가 기관총이라면 원융은 산탄총이었던 셈입니다. 원융은 ‘제갈노’라고도 불렸다.
전술형 지휘관은 아니었다?
소설 속에서 제갈량은 기기묘묘한 전술로 백전백승하는 전략가로 묘사되지만, 진수는 다음과 같이 그를 평가했습니다.
“제갈량은 탁월한 군사행정가였지만, 전술형 지휘관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제갈량이 죽은 지 1,8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토록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의 청렴결백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절대 축재하지 않았고, 사후에 그의 집에서는 비단 한 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포스트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1. 고대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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