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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의 연환계, 황개의 고육계 적벽대전 대표 장면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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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은 기암절벽 아닌 도하 지점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물리치고 화북의 패권을 잡은 조조는 이제 형주를 노립니다. 형주는 중원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고, 물자도 풍부해 중국 내에서는 노른자위 땅으로 누구나 군침을 흘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형주가 근거지였던 유표는 소극적인 관망파였습니다. 조조는 전격적으로 형주를 침략하고, 유표에게 몸을 의탁했던 유비는 일행과 백성들을 데리고 강남 쪽으로 피신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삼국지 신화가 나오는데, 유비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장비는 홀로 장판교의 다리를 끊고 조조군과 맞섭니다. 이른바 장비의 장판파 에피소드. 과연 이것은 팩트일까요? 장판교에서 장비가 조조군을 막아낸 것은 사실이지만 조조의 대규모 군대가 아니라 소규모 추격대를 쫓아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아무튼 형주를 집어삼킨 조조는 강남의 오나라로 향합니다. 바로 적벽대전의 시작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적벽은 기암절벽이 기라성같이 솟아 있는 장엄한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적벽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양쯔강 연안의 하안단구 절벽으로 여러 논쟁 끝에 다섯 곳의 후보지가 존재할 정도니까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보면, 적벽은 조조가 오나라로 상륙하기 위한 지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적벽은 산세가 험한 곳이 아니라 강을 건너기 위한 평범한 도하 지점이었을 것입니다.

방통의 연환계, 황개의 고육계 진짜일까?

강남의 오나라 땅은 예로부터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량으로 매우 풍요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토호들이 많이 분열되어 있었고, 이상하게 강남 땅으로만 가면 사람들이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천혜의 방어선인 양쯔강 때문이었죠. 더욱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군대는 수전을 잘 못하기 때문에 강남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살기도 무척 좋고 지키기도 좋은 곳이었죠. 그래서일까요? 강남 지방의 토호와 군벌의 분열로 적벽대전에서 오나라가 동원한 군대는 약 3만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손권은 유비와 동맹을 맺습니다. 오나라군 3만에 유비군 1, 유기군 1만을 합해 총 5만의 병력이 조조군에 대항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팩트체크. 배와 배를 사슬로 묶어 서로 움직이지 않게 한 방통의 연환계와 자기 몸을 상하게 하여 남이 믿게 만든 황개의 고육계. 뱃멀미 대책으로 조조군의 함선을 쇠사슬로 연결하게 한 방통의 계략은 사실일까요? 그리고 고육지계로 조조를 속인 황개의 전략은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조조의 함선들이 항구에 빽빽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조는 오나라의 선공을 예상치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쇠사슬로 묶지 않았어도 이미 강 위에는 조조군의 함선이 빈틈없이 떠 있었습니다. 여기에 오나라군 함선이 화공을 한 것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북송 때 사마광이 편찬한 역사서인 <자치통감>에는 화공이 승패를 가른 요인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반면, 진수의 <삼국지> ‘위서에는 풍토병이 돌아 조조군이 철수하며 배에 불을 질렀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폐위된 헌제산양공의 입장에서 서술한 <삼국지> 주석 산양공재기에서는 역시 화공이 나옵니다.
아무튼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이 패하여 물러간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적벽대전은 조조에게 있어서는 악몽의 전투였고,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유비 앞에는 이제 꽃길이 펼쳐지죠.

적벽대전의 군선들

적벽대전은 해전이니만큼, 대규모 해전에 사용된 적마, 몽충, 투함, 노요 등의 군선들도 다양하게 나옵니다. 먼저 적마는 회전반경이 작고 빠른 배였습니다. 말처럼 빠른데다 선체를 붉게 칠하여 적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전황보고나 작전전달, 추격전 같은 속도가 중요한 상황에서 활약했다고 합니다. 몽충은 공격용 충각을 설치한 쾌속선으로 중국판 갤리선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맹렬한 속도로 적선에 부딪혀 파괴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투함은 당시 수상전의 주력이었습니다. 선체 측면에 방어벽을 설치하고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투함에 탑승하는 병사들은 쇠뇌나 활, 방패를 가지고 전투에 임했습니다. 특히 수상강국이었던 오나라의 투함은 호화로운 장식을 하여 아군의 사기를 높이고 적의 사기를 꺾었다고 합니다. 노요는 투함과 함께 삼국시대 양대 주력군선입니다. 투함보다 작아서 급격한 방향 전환이 가능했고, 십수 명을 태우고 물 위를 경쾌하게 누볐습니다. 선체에는 무기고와 같은 망루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가는 몽충이나 투함보다 속도를 중시한 군선으로, 앞서 말한 적마의 발전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몽충이나 투함의 공격을 보좌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는데 이는 현재 해군의 구축함과 같은 역할입니다. 주가에 탑승하는 전투원은 궁병이나 쇠뇌병으로 비교적 소수의 정예 병력이었습니다.
수군의 주축이 되는 함선으로 건조된 누선은 해상에서 본진 역할을 했던 함선입니다. 즉 지휘관선으로 오나라의 누선은 선체 길이 25미터에 폭 은 3미터로 감시망루가 설치되어 있으며 2층 이상의 다층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지휘선인 관계로 전투 시 주로 후방에 위치하며 100명이 넘는 병력 이 탑승하는 가장 큰 규모의 배였습니다.

이 포스트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1. 고대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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