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환경에서 11% 수익률
2019년 한국 국민연금은 초저금리 환경에서도 11%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단 0.2%의 손실만 기록하는 등 불황에 대한 저항력도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연금이 이렇듯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는 비밀은 바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2017년 말 기준으로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에 각각 108조 원(17.4%)과 23조 원(3.7%)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해외 대체투자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자산의 1/3 이상을 해외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국민연금은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편이며, 자산의 거의 절반(50.3%)을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21년까지 보수적 전망 투자자에게 적합
해외투자를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일부라도 하는 것이 수익률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금융시장의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환율이 급등하는 모습을 띠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환율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힘’이 해외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수출이 잘되고 실적전망도 개선될 때에는 순매수의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때 달러를 가져와 원화로 환전하니 환율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가세하니 주식시장은 오르게 되죠. 물론 수출이 부진하고 기업실적이 악화될 때에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의 관계를 투자에 활용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입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1/3 이상을 해외에 투자함으로써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누리며, 반대로 한국 경제여건이 좋아질 때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수익률이 개선됩니다. 2020년 3월의 폭락장에서 국민연금이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것도 ‘리밸런싱’ 목적이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달러 등 선진국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해 평가차익을 크게 거두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투자자라면,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2020~21년 자산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더욱 적합한 전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주식시장 ETF로 국민연금 따라하기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이용해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따라하는 법을 알아봅시다.
표에서 왼쪽은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비중을 보여줍니다. 국내주식 19.1%, 해외주식 13.8%, 국내채권 52.0%, 해외채권 4.2%입니다. 즉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89%에 달하고, 그중에서 채권 비중이 56.2%로 높은 편이며, 주식 비중은 32.9%로 비교적 높은 편이죠. 원자재 등 대체투자에는 10.5%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국민연금은 채권에 56.2%를 투자함으로써 안정성을 담보하고, 주식과 대체투자에 43.4%를 투자함으로써 수익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 해외에 28.5%를 투자함으로써 한국 경제 특성에 따른 환율변동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반 개인들이 국민연금의 뛰어난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주식을 추종하는 인덱스 ETF로는 ‘TIGER(타이거) 200’을 추천합니다. 이 ETF에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 맞추어 투자금의 19% 정도를 투자하면 됩니다. 해외주식은 ‘KODEX(코덱스) 선진국 MSCI World’ ETF에, 국내채권은 ‘KOSEF(코세프) 국고채 10년’ ETF에, 해외채권은 ‘TIGER(타이거) 미국채 10년 선물’ ETF에 국민연금의 비중대로 투자하면 됩니다. 대체투자로는 금에 투자하는 ‘KODEX(코덱스) 골드선물(H)’ ETF를 사면 됩니다.
만약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대로 2010~19년에 투자했다고 가정 하면 연 평균 7.2%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입니다. 은행 예금금리를 1.5%라고 보면 수익률이 무려 5배 가까이나 되는 것이죠. 기간을 2001~19년으로 넓히면 수익률이 연 평균 9.0%나 되므로 탁월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장단점
수익률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이 노르웨이 석유기금보다 탁월한 것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경우입니다. 국민연금처럼 채권투자 비중이 높으면 과거처럼 채권금리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돈을 벌 수 있지만, 앞으로 채권금리가 1% 밑에서 정체될 경우에는 수익률이 계속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의 이러한 전략은 장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최대낙폭이 단 10%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죠.
따라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은 적절한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에 하나 디플레를 억제하는 데 실패해서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더라도 수익률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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