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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은 어떻게 영웅에서 전설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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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 기후, 심리까지 이용하는 한니발

1차 포에니 전쟁 이후, 로마에게 제해권을 빼앗긴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불가피하게 육로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험준한 피레네산맥과 알프스를 넘어야 하는 길이었죠. 한니발은 예하의 최정예 부대 누미디아 기병 뿐아니라 수십 마리의 코끼리도 데려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론강을 건널 때, 코끼리용의 거대한 뗏목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코끼리가 도무지 뗏목 위에 올라가려 하지 않는 것이었죠. 이에 한니발의 군대는 코끼리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뗏목 사이사이를 나뭇가지로 메운 다음, 그 위에 흙과 코끼리의 배설물을 깔아 코끼리로 하여금 육지로 착각하게 해서 겨우 겨우 강을 건넜습니다. 하지만 험난한 원정 과정에서 수많은 병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보병은 9만에서 2만으로 줄었고, 기병은 12,000에서 6,000으로 반토막이 났으며. 코끼리는 37마리만 남았습니다. 워낙 험준한 산맥에서 낙상이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한니발의 원정대는 전체 규모가 25퍼센트로 확 줄었지만 한니발은 이 병력으로 정복을 감행했습니다. 여기서부터 한니발의 전술적 천재성이 빛나기 시작하는데, 그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전술을 운용하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추운 어느 날, 아침식사 중인 로마군 진지에 기병을 보내 기습합니다. 이에 분노한 로마군 지휘관이 카르타고군을 향해 무조건 돌격을 감행하면, 그들은 고스란히 카르타고군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어 깨끗이 전멸하곤 했습니다. 한니발은 지형과 기후, 전술뿐만 아니라 상대의 심리까지 이용해 200퍼센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파비우스와 원로원의 대립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로마 원로원은 새로운 사령관으로 파비우스를 파견했습니다. 파비우스가 세운 전략은 지연작전이었죠. 오랜 원정길에 파김치가 된 카르타고군을 상대하기 위한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가 개입합니다. 로마 원로원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파비우스에게 보냈습니다.
위대한 로마군이 겨우 소수의 병력에 맞서 지연전을 펼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면전을 거행해 하루속히 카르타고라는 종기를 뽑아내라.”
이때부터 파비우스와 원로원의 설전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아차린 한니발은 맹랑한 작전을 썼습니다. 원정길에 많은 로마 영지를 약탈하며 유독 파비우스의 영지만은 건드리지 않는 전략을 쓴 것이죠. 당연히 원로원에서는 파비우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결국 상황에 떠밀려 로마군은 전면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한시가 급한 한니발로서는 전면전을 서둘러야 했습니다. 결국 로마군은 두 명의 야전지휘관에게 한니발을 섬멸하라고 명령합니다. 이것이 바로 칸나에 전투입니다

칸나에 전투에서 한니발, 전설이 되다

칸나에 전투 당시 로마군은 두 명의 현장 지휘관이 있었습니다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와 타렌티우스 바로. 이들은 서로 하루씩 교대로 지휘했습니다. 신중한 성격의 파울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니발과 평원에서 절대 붙으면 안 된다.”
반면에 바로는 실전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과격한 전법을 선호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칸나에에서 로마군은 약 8만의 보병과 7,000의 기병을 보유했고, 한니발의 카르타고군은 2만의 보병과 6,000의 기병, 그리고 코끼리 37마리가 전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카르타고군은 기병에서는 약간 앞섰지만, 보병은 로마군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로마군 지휘관들의 성향을 곧바로 파악한 한니발은 실전 경험이 없는 바로를 싸울 상대로 골랐습니다. 바로는 자신만만하게 곧바로 1진의 보병들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사이 양익에서는 로마군과 카르타고군 기병이 격돌하고 있었죠. 로마군이 밀고 들어오는 순간, 카르타고군은 초승달 형태로 늘어지면서 로마군을 마치 자루처럼 감쌉니다. 하지만 바로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1진이 카르타고군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착각, 곧바로 보병 2진에게 진격을 명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2진은 1진의 틈을 메워 함께 적의 중앙을 돌파하라.”
병사 한 명이 서 있을 공간에 두 명의 병사가 비집고 들어가라는 말입니다. 이로써 로마군 보병들은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이 무렵, 카르타고군 기병들은 로마군 기병들을 완전히 격파했습니다. 이제 카르타고군은 거대한 자루 형태로 로마군을 포위했고, 로마군의 배후에는 카르타고군 기병이 탈출로를 막고 있었죠. 그리고 카르타고군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됐습니다. 한나절이 지나자 칸나에 들판은 6만여 명의 로마군 시체로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제 로마군의 최정예 부대는 없어졌으며, 로마군의 처지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습니다. 로마군 중 유일하게 탈출한 부대는 스키피오의 일부 기병부대였죠. 이 전투 덕분에 한니발은 영웅에서 전설이 되었습니다.

이 포스트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고대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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