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 사람에게는 약한 마음보단 겁 없는 편이 낫지. 이생에서의 내 시간과 죽음의 순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운명으로 예정되어 있을 테니 말이야.
_<스키르니르의 중매 여행> 중에서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천둥신 토르의 말에서 운명의 가혹함과 비장미가 느껴지죠?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거인들과의 종말 전쟁에서 다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세계는 신들과 거인들이 모두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 펼쳐지죠.
북유럽 신화는 게르만 신화, 노르딕 신화, 스칸디나비아 신화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신화입니다. 전승지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포함하는 북유럽이며, 인종적으로도 크게 보아 게르만족들의 영역이어서 같은 신화가 다르게 불릴 뿐입니다. 기독교로 자발적 개종을 한 지역이라 신화 전승이 풍부하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무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 그리고 아이슬란드입니다. 인근의 핀란드는 핀-우그르족으로 『칼레발라』라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신화체계를 가지고 있어 북유럽 신화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도 많은 신들이 있지만 주신 오딘, 천둥신 토르, 트릭스터 로키, 미의 여신 프레이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신이자 전쟁신, 오딘
오딘은 북유럽 신화의 주신으로 전쟁신이자 마법에 능통합니다. 수염을 기르고 애꾸눈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노인의 모습으로 후긴(생각)과 무닌(기억)이라는 두 마리의 까마귀와 개리(탐욕)와 프래키(굶주림)라는 두 마리의 늑대를 대동하고 다니죠.
오딘은 궁니르를 들고 흐리드스칼프라는 지혜의 의자에 앉아 세상을 지배합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에 스스로 거꾸로 매달려 아흐레 만에 룬문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지혜를 얻기 위해 거인 미미르가 지키고 있는 지혜의 샘에서 한쪽 눈을 댓가로 빼주고 지혜의 물을 마셨습니다. Wednesday, 수요일은 오딘의 날입니다.
천둥신, 토르
토르는 천둥신으로 퉁명스럽고 왕성한 식욕과 엄청난 힘을 자랑합니다. 붉은 머리에 타오르는 듯한 눈과 수염을 가졌죠. 웁살라 신전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오딘보다 더 오래된 신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신화에서 천둥신이 최고신이고 하늘의 주신입니다. 토르만이 거인들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토르가 거인들과 세 가지 내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거인들은 내기로 잠자는 고양이 들어올리기, 맥주 마시기, 노파와의 팔씨름을 제안합니다.
잠자는 고양이는 대지의 뱀 요르문간드였습니다.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를 전부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뱀이며, 로키의 괴수 자식 중 하나입니다.
요르문간드를 들어올린다는 것은 미드가르드 전체를 들어올리는 일이었습니다. 팔씨름을 한 노파는 세월입니다. 아무리 천하의 토르라고 하더라도 어찌 세월과 씨름을 해서 이기겠습니까? 맥주 마시는 내기의 맥주는 다름 아닌 바닷물이었습니다! 이 세 번의 내기를 통해 거인들은 토르를 더욱 더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영리하고 지적이기보다는 우직하고 듬직한 농민의 신이 토르입니다. 로키가 자신의 아내 시긴의 탐스러운 금발을 싹둑 자른 장난으로 난쟁이들이 만든 최고의 보물인 손잡이 짧은 부메랑 도끼 묠니르를 얻습니다. Thursday, 목요일은 토르의 날입니다.
트릭스터, 로키
로키는 북유럽 신화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동시에 해결사이기도 합니다. 이런 신화적 존재를 ‘트릭스터’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내 시긴의 금발머리를 자르고, 난쟁이들에게 보물을 얻어오고, 프레이야를 걸고 부서진 신들의 울타리를 고치지만 자신이 암말로 변해 그 일을 해결합니다. 그 간계를 부릴 때 낳아온 다리 여덟 개 달린 슬레이프니르가 로키의 자식입니다. 하지만 로키는 황태자신 발데르를 겨우살이 창에 맞아 죽게 만들고 그를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오지 못하게 농간을 부립니다.
오딘은 아무리 의형제로 삼은 로키라도 자신의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오딘은 로키의 자식을 죽이고 그의 창자를 꺼내 로키를 결박하여 땅속에 묶어둡니다. 거기다 뱀의 맹독이 이마에 끊임없이 떨어지는 형벌을 주죠. 로키의 아내 시긴이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뱀의 맹독을 그릇으로 받아내지만 그릇이 다 차면 그 독을 버리러 갑니다. 그 사이 로키의 이마에 독이 떨어지면 괴로워서 몸부림을 친다고 합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은 로키가 뱀독을 맞아 고통스러워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사건은 후에 종말 전쟁 라그나뢰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로키의 자식으로는 지옥의 여신 헬, 대지의 뱀 요르문간드, 거대한 늑대 펜리르,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오딘의 애마 슬레이프니르와 인간 모습의 자식 둘까지 모두 여섯입니다.
미의 여신, 프레이야
프레이야는 북유럽 신화 미의 여신으로 본래 바니르 신족에 속한 여신입니다. 마법을 사용하는 바니르 신족은 전사들의 집단인 에시르 신족에게 편입되는데, 북유럽 신화의 많은 일화들을 가지고 있는 여신입니다. 남편인 오드(격정)와의 사이에 딸이 있지만, 방랑벽이 있는 오드는 온 세상을 떠돌았습니다. 이 때문에 프레이야는 많은 눈물을 흘리는데, 사람들은 황금을 프레이야의 눈물이라고 여겼습니다. Friday, 금요일은 프레이야의 날입니다.
이 포스트는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백상경제연구원) 1장 유럽신화 완전 첫걸음(김윤아)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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