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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는 악처가 되고 아프로디테가 음란한 여신이 된 이유

인문 교양 읽기/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by 스마트북스 2020. 12.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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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 올림포스의 12신

우리는 제우스나 아프로디테, 혹은 헤라나 아테나가 죽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스의 신들은 불멸이어서 지금도 올림포스 신전에서 가족을 이루어 매일 신들의 음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마시며 잘살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인간사에 관여하거나 신들을 모욕하는 인간들을 응징하거나 죽은 영웅을 하늘의 별로 만드는 일을 하던 시절은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는 신화 속 영웅들을 상상하고, 그 영웅들처럼 각자 인생의 주인공 영웅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우주 최초의 부부 가이아와 우라노스

우주 최초의 부부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한데 어울려 여러 자식들을 낳았고, 그중 티탄들 중 막내 크로노스가 어머니의 후원을 받아 자식들을 가이아의 자궁 속에 가둬버리던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합니다. 잘린 우라노스의 성기가 지중해에 떨어지면서 일어난 거품에서 복수의 여신 에뤼뉘에스와 기간테스들이 태어났으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탄생하죠.
시간을 상징하는 크로노스는 아내 레아와의 사이에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을 낳지만 그 자식들을 집어삼킵니다. 크로노스가 티탄들을 해방시키기는 했지만, 다른 자식들을 자신의 자궁 타르타로스에 그대로 둔 처사가 못마땅하던 가이아는, 자식을 집어삼키는 남편에게 화가 나 있는 며느리 레아와 힘을 합쳐 막내아들 제우스를 낳자마자 빼돌리고, 크로노스에게는 돌멩이를 주어 삼키게 하죠.

제우스의 야심

제우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비호 속에 자라나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반기를 듭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가 삼킨 자신의 형제들을 다 토하게 하고,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삼촌들인 퀴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들을 풀어줍니다. 그들은 가이아의 자식들입니다.
올림포스의 신 중의 신이 되기 위한 제우스의 야심은 기간테스들과의 전쟁, 튀폰과의 전쟁을 더 치루고 나서야 성취됩니다. 기간테스는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세력이고, 튀폰은 가이아의 마지막 자식이라 자신을 도와준 할머니 가이아의 세력입니다. 왕이 되려면 반대 세력을 다 물리쳐야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 것이어서 제우스는 할머니 세력과 아버지 세력 모두를 축출한 것입니다.

존경받은 여신은 왜 처녀신일까?

기원전 8세기의 헤파이스토스가 적은 신들의 계보는 후대에 완성된 올림포스 12신체계가 되면서 제우스 중심의 가부장제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자신의 누이이던 헤라와 부부가 되고, 형제 하데스와 포세이돈을 제외한 신들은 모두 제우스의 자녀로 편입되죠. 신통기의 항렬로 따지면 고모뻘인 아프로디테도 딸로 편입됩니다.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작가들에 의해 기록된 그리스 신화가 어떤 부분은 빠지고 어떤 부분은 강조되는 첨삭의 과정을 겪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신화 내용은 어머니 중심에서 아버지 중심으로 변화했고 그 적은 오래된 신화 체계에서는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원래 그리스 토착 원시 지모신들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를 꼽습니다. 강력한 여신들이 토착신으로 있던 그리스 지역에 제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 올림포스체계가 도래하면서 변한 것입니다. 그 과정은 인간 사회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되는 과정을 똑같이 반영한 것이죠. 그래서 남성 영웅이 탄생하려면 여성 괴물을 살해해야 하고, 최고 여신 헤라는 남편의 바람기를 응징하기에 여념이 없는 악처의 전형으로, 매일 처녀로 다시 태어나는 여신 아프로디테는 음란한 여신으로 소문이 나는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인간 왕과 동침하는 것은 성은이 망극한 일일진대, 여신과 동침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은총 아닌가?
그리스 신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존경받는 여신들은 대개 처녀신들입니다. 변변히 연애사건 하나 없는 제우스의 딸 아테나나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같은 여신들과 남자들의 구애를 달리기로 물리치려던 아탈란테나 여전사들만의 아마존 왕국에 대한 상상력은 여자를 이중잣대로 보는 가부장제 고대 그리스를 반영합니다. 신화는 이렇게 인간 사회를 거울상처럼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상상력이 신화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트는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백상경제연구원) 1장 유럽신화 완전 첫걸음(김윤아)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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