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어벤져스: 엔드게임>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의 비밀

인문 교양 읽기/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by 스마트북스 2020. 12. 1. 17:57

본문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뢰크

신족과 거인족의 전투는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다. 서리와 눈이 끝없이 내리고 더 이상 여름이 오지 않는다. 빛을 잃은 태양은 늑대 스콜에게 삼켜져 핏덩이를 뿌리고, 스콜의 동생 하티는 달을 잡아 난도질한다.
모든 속박과 족쇄가 풀려 묶여있던 거대한 늑대 펜리르가 자유의 몸이 되고, 대지의 뱀 요르문간드도 몸을 뒤틀고 흔들며 엄청난 해일을 일으킨다. 속박당한 로키도 풀려나 거인들에게 합류한다. 아스가르드의 황금 수탉 굴린 캄비, 거인들의 붉은 수탉 파라르, 저승의 수탉도 죽은 자들을 깨운다.
거인들은 죽은 자의 손톱으로 만들어진 배 나글파르를 타고 전장인 비그리드 평원으로 나아간다. 펜리르가 뿜는 불과 요르문간드가 내뿜는 독으로 대지와 하늘이 얼룩진다. 헤임달이 나팔 걀을 불어 아홉 세상 전부에서 신들의 회의를 소집한다. 발할라의 신들과 에인하랴르들은 모두 무장을 하고 궁의 540개 문을 통해 각각 800명의 전사들이 출정한다.
궁니르를 휘두르는 오딘이 엄청난 수의 군대를 이끌고 비그리드를 향해 전진한다. 오딘은 펜리르를 향해 돌진하고, 토르는 요르문간드와 싸운다. 프레이르는 불의 거인 수르트와 맞선다. 지옥의 사냥개 갸름과 티르가 싸우다 서로를 죽인다. 앙숙 로키와 헤임달이 교전을 벌이다 서로 죽인다. 토르는 대지의 뱀 요르문간드를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온몸에 뱀독이 퍼져 아홉 발자국을 옮기고 쓰러져 죽는다. 오딘과 펜리르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펜리르가 오딘을 삼켜버린다. 아버지의 죽음을 본 비다르는 펜리르의 아가리를 찢어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무스펠의 거인 수르트가 온 세상에 불을 지른다. 그 불로 모든 세상과 이그드라실이 불타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종말을 맞게 된다. 대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세상이 끝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반지의 제왕> 전투

이 라그나뢰크의 묘사에서 출정하는 부분이 바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보여준 전투장면입니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알아채셨을 것 같아요. 타노스와 적들의 총공세에 거의 질 것 같은 절망의 순간, 창공에 환한 구멍이 여러 개 열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와 함께 5년 전에 죽었던 동료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그 장면은 전쟁에서 죽은 용사들의 영혼이 발할라 궁에 있다가 최후의 전쟁 라그나뢰크에 출정하는 장면을 상기시킵니다. 540개의 문으로 각각 800명의 전사들이 출정하는 신화 속 장면은 동그란 하늘의 구멍으로 죽었던 동료들이 돌아오는 바로 그 장면이죠. 그 구멍은 마치 오딘과 에인하랴르들이 출정하는 540개의 문과 같습니다.
이 라그나뢰크의 이미지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도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되었습니다. 죄를 지어 풀려나지 못하던 초록빛의 유령군대가 아라곤과 함께 전쟁터에 다다르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판타지 영화들이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뢰크를 여러 장면으로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신화의 스케일과 영화의 스케일이 잘 맞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죠.

이 포스트는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백상경제연구원) 1장 유럽신화 완전 첫걸음(김윤아)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