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남에게 묻지 마세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당부

지 인생 지가 산다, 멘토링은 무슨!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에게서 성공 비결을 듣는다는 취지로 열린 청년 포럼에 연사로 초대받은 서정진 회장(이하 서정진)은 멘토링 행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멘토링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단어 안 좋아합니다. 지 인생 지가 사는 건데 누가 어드바이스 해요? 누가 한 수 지도해주면 인생이 바뀌더라? 여러분은 줏대도 없고 자존심도 없습니까?”
서정진은 ‘관념의 허구’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그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허상이 바로 성공입니다. 누군가의 도전을 성공과 실패로 판단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죠. “관뚜껑이 닫히기 전까지 실패란 없다. 단지 아직 성공하지 않았을 뿐이다. 불가능하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는 서정진의 말은 남들이 규정한 성공 관념에 휘둘리지 말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서정진은 성공이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것을 하게 된 셈이지 오직 성공을 목표로 달려간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성공은 좌표가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이기에 지름길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엉겁결에 성공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순 있어도 방향을 알려줄 순 없다는 겁니다. ‘멘토링’이라는 단어에 그가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낸 이유입니다.

젊은이들이여, 구세대에게 묻지 말라

그럼에도 ‘서정진이 청년들 앞에 선 까닭은 믿을 건 자신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 겁니다. 누구에게 자문받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서정진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구세대에게 자문을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셀트리온 직원들을 보니 여러 방면에서 기성세대를 월등히 능가하더라는 것이죠. ‘밀레니얼세대’라 불리는 2030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집단입니다. 외국어는 기본이고 엑셀, 파워포인트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토론, 발표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습니다. 어학연수와 다양한 인턴 경험까지 장착한 이들은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죠. 셀트리온에서도 30대 초반 직원이 혼자 전 세계 각지에 나가 일당백을 해내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나약하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실력 있고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성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바뀌어야 할 건 여러분이 아니라 기성세대입니다. 우리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무조건 했어요. 여러분 세대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되는지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런 차이를 모르니 편견을 가지고 약하다고 몰아세운 겁니다. 여러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해주면 못 할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보배들이 많아요.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면 우리 회사 같은 사례가 또 나올 겁니다.”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입니다. 이럴 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그나마 본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실패해도 덜 억울하니까요. 그러나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정진은 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전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꿔본 적이 없어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회사가 망해서 백수가 되는 바람에 사업을 한 것이니까요. 전 의학, 생명공학 전공자도 아닌데 독학해서 전 세계를 다니며 의사들 앞에서 강의하고 약을 파는 사람이 됐습니다. 제가 바이오 회사 대표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중요한 것일까요.
“대학 전공도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앞으로 살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헤쳐나갈 기본 소양을 배우는 겁니다. 꿈은 변합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얼마든지 바꿔도 됩니다. 현재 꿈이 무엇인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꿈은 눈사람 같습니다. 처음부터 커다란 눈사람 모양을 만들려면 잘 안돼요. 작은 눈 뭉치를 만들어서 살살 굴려야 합니다. 무엇이든 작은 목표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겁니다. 될 때까지 해보면 자신감도 점점 붙습니다. 그다음엔 계속 앞으로 가면 됩니다.”

이 포스트는 『셀트리오니즘 : 셀트리온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바탕으로 발췌, 재구성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