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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도 물에 잠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인문 교양 읽기/만약에 과학 : 우주

by 스마트북스 2021. 1. 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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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파르미타노의 아찔한 경험

우주 공간은 거의 진공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텅 비어 있는 공간에서 물에 잠겨 죽을 뻔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우주 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LucaParmitano)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카 파르미타노(Luca Parmitano)는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장기간의 임무를 받고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의 주된 임무는 우주정거장 유지 보수 작업과 연구 샘플을 검색하는 일이었죠. 그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2013년 7월 9일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우주 비행사 중 최초로 우주 유영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7월 16일, 루카 파르미타노는 두 번째 우주 유영을 위해 우주정거장의 해치를 떠났습니다. 그의 임무는 우주정거장의 도킹용 부품을 러시아의 다목적 모듈로 교체하는 것이었습니다. 루카 파르미타노는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물이었죠. 그의 헬멧에 마치 땀이 찬 것처럼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바로 지상 관제센터에 이 문제를 알렸습니다.

 

실제 상황 혹은 정신적 문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고받은 관제센터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 상황을 실제가 아닌 그의 정신적인 문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이런 정신적인 문제가 종종 있었습니다. 우주에서의 폐쇄된 생활과 무료함은 우주 비행사의 정신을 흔들어 놓을 수 있죠. 관제센터는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제센터가 보고를 받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물방울만 맺히던 헬멧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어느새 물은 그의 턱까지 차올랐고, 곧 얼굴과 헬멧 전체를 덮기 시작했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센터에서 그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을 때에는 루카 파르미타노의 우주복 안에는 물이 가득 차서 눈과 귀를 모두 덮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영원히 미아가 될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루카 파르미타노를 구한 것은 바로 동료들이었습니다. 동료들은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그의 손에 우주선과 연결된 외부의 와이어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죠. 생명선을 붙잡은 루카 파르미타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우주선을 향해 나아갔고, 그를 도와준 동료들과 함께 우주정거장의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어떻게 우주복에 물이 찼을까?

도대체 어떻게 우주복에 물이 찼던 걸까요? 우주 공간에는 물도 없고, 설령 물이 있다 해도 절대 우주복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데…. 문제는 우주복 내부에 있었습니다. 모든 우주복에는 우주 비행사의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냉각수를 넣습니다. 우주복 안에 있는 냉각수는 우주복 내부의 온도를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우주는 영하 270℃에 달할 정도로 추운 공간이지만, 온도를 전달해줄 물질이 존재하지 않아서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는 춥다는 걸 느낄 수 없습니다.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있으면 얼어 죽는다는 건, 우리 몸에 있는 수분이 열을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몸의 열을 빼앗기 때문이죠. 오히려 태양 빛에 노출되어 우주복 내부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우주복 안에 냉각수가 필요한 거죠.

루카 파르미타노의 우주복 내부를 덮쳤던 물은 바로 이 냉각수였습니다. 우주복 내부에 있던 냉각수가 터지는 바람에 우주에서 익사할 뻔했던 거죠. 이 사건 이후 NASA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우주 유영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른 우주복에도 똑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트는 『만약에 과학 : 우주』(천민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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