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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실험, 과학적 방법론은 정말 객관적일까?

인문 교양 읽기/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by 스마트북스 2021. 2. 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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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세요. 뭘 그린 것 같나요? 보는 방향에 따라 오리같기도 하고 토끼 같기도 해요. 이것을 오리토끼 그림이라고 해요. 우리가 자연현상을 관찰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은 자연현상을 보고, 진화론자들은 진화론의 증거라고 하고, 창조론자들은 창조론의 증거라고 믿어요. 정치현상, 사회현상 모두 마찬가지예요. 혹자는 북미정상회담이 통일로 가는 초석이라고 하고, 혹자는 우리가 북한에 속고 있다고 해요.

 

관찰의 이론 의존성

과학적 방법론은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실험하고, 검증되면 이론으로 만드는 과정이에요. 우리는 과학적 방법론을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철학자 노우드 러셀 핸슨(1924~1967)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핸슨에 따르면, 관찰과 실험의 과정에 관찰자가 입증하고 싶어하는 이론이 개입돼요. 관찰과 실험의 결과가 관찰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왜곡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외부대상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오는 감각자료를 우리의 뇌가 해석한 이미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관찰의 이론 의존성이라고 해요. 핸슨은 본다는 것은 안구운동 이상의 행위이다라고 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죠.

원하지 않는 관측 결과를 거부한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이론에 맞지 않는 관측 사실을 아예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요. 달이 완벽한 구라고 생각했던 17세기 사람들은 달에 흠집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관측해보니 분화구가 많다고 해도 믿지 않았고, 망원경으로 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일식 때 천체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때 상대성 이론의 입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부 관측 결과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있어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과학계에서 이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죠.

관측한 결과의 왜곡

심지어 관측 결과를 우리도 모르게 왜곡하는 경우도 있어요.
먼저 10명의 사람에게 자동차 사고 영상을 보여주고 물었어요.
추돌사고에서 자동차의 속도는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대략 시속 50킬로미터 정도였던 것 같다고 답합니다.
이번에는 같은 영상을 또 다른 10명에게 보여주고, “운전자가 사망한 충돌사고에서 자동차의 속도는 얼마였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사람들은 시속 60킬로미터 정도였던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운전자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영상 속 차량의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기억을 왜곡한 것이죠. 우리는 이처럼 이미 관찰한 결과를 왜곡하기도 해요. 핸슨은 관찰의 객관성, 결국 과학의 객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진실을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어떤 종교적 믿음, 정치적 이해관계, 도덕적 신념이 얽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래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정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을 믿기도 합니다. 과학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학자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는 광신도나 맹목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엄격한 도덕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트는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김필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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