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 유무를 두고 내기한다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

블레즈 파스칼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 철학자이자 신학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재능을 보여 12세에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했고, 13세에는 파스칼의 삼각형을 발견했으며, 16세에는 파스칼의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19세에는 최초의 기계식 계산기인 ‘파스칼 라인’을 발명했고, 21세에는 ‘파스칼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파스칼은 20대 후반에 들어서 수학과 과학보다는 철학과 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의 중요한 신학적 업적 중 하나가 바로 『팡세』인데, 그는 이 책에서 ‘파스칼의 내기 논증’이라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파스칼의 내기 논증

파스칼의 내기란 간단히 말해서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가지고 내기를 한다면, 신이 존재한다는 쪽에 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신의 존재를 믿었는데,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천국행은 떼어 놓은 당상이죠. 반면 내가 신의 존재를 믿었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요일마다 교회나 성당에 가는 시간과 돈이라는 약간의 손실만 입뿐이죠. 그런데 내가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존재한다면, 지옥불로 떨어져서 영원한 고통 속에 살게 되겠죠. 한편 내가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득도 없지만 손해볼 것도 별로 없고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당연히 신이 존재한다는 선택을 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고,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옥불에 떨어지는 리스크가 워낙 크니, 신의 존재를 믿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것이 파스칼의 내기 논증입니다.

파스칼 논증에 대한 비판

파스칼의 내기 논증에 대한 비판을 2가지만 소개할게요. 당첨을 철석같이 믿고 로또를 샀는데 당첨되면 몇십억 원을 얻고, 당첨되지 않아도 몇 천 원만 잃을 뿐입니다. 내가 당첨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고 로또를 사지도 않았다면, 혹여 당첨될 확률이 있었다면 몇십억을 벌 기회를 놓친 것이고, 당첨되지 않는다면 본전이죠. 파스칼식으로 따지면 로또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럼에도 우리가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는 당첨 확률이 815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파스칼의 내기 논증에는 신이 존재할 확률값이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신론자들은 신이 존재할 확률은 50%가 넘기 때문에 신을 믿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하고,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 확률이 0.00001%밖에 안 되기에 안 믿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죠. 즉 파스칼의 내기 논증은 ‘유신론자만 설득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혹자는 파스칼의 내기 논증에 대해 이런 반론을 폅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죽어서 보니 신이 존재하는데, 내가 믿던 하나님이 아니고 알라신이라면 지옥불에 떨어질 확률만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또는 실제로 하나님이 존재하더라도,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않았다면 지옥에 갈 수 있고,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살았다면 천국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믿음은 어쩔 수 없이 믿게 되는 것이지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파스칼은 마치 믿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비판합니다.

파스칼의 본심은?

파스칼의 내기 논증은 사실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은 아닙니다. 그 본질은 부정적으로 말하면 예수천국 불신지옥, 즉 지옥에 가기 싫으면 예수를 믿으라는 것입니다. 논리학에서는 이것을 ‘겁박에 의한 오류’라고 하는데, 파스칼이 자신의 논증에 대해 사람들이 이렇게 비판할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이런 논증을 제시한 걸까요? 그것은 파스칼에게 신의 존재는 증명이나 논리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파스칼은 20대 후반에 들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잃었다고 했죠? 신의 존재는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며, 신을 논리적 으로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달은 것이죠.

이 포스트는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김필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