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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팍팍할수록 힘껏 행복해지자 : 지금 필요한 '힐링' 철학

인문 교양 읽기/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by 스마트북스 2021. 3. 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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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에서 등장한 새로운 철학

기원전 4세기 무렵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가 카이로네이아 전투를 통해 그리스를 통일하고 페르시아, 아프리카, 인도 지역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하고, 알렉산드리아와 같은 큰 도시들을 50개에서 70개 정도 만들어요. 게다가 알렉산더 대왕은 이민족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서 알렉산드리아에는 자연스럽게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너무 힘든 거예요. 높은 물가에 헬라어(당시의 그리스어)를 모르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도시는 화려한데 점점 사는 게 팍팍한 거예요.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이미 예전의 도시국가는 쇠락하고 대도시에서 군중 속 고독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에피쿠로스예요. 에피쿠로스는 사람들을 모아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서 정원이라는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사람들이 원한 게 뭐겠어요? 힐링을 통한 행복이지요.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것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감정을 두 가지로 봤어요. 즐거움과 괴로움, 쾌락과 고통, 행복과 불행. 즐거움이 곧 쾌락이고 행복이며, 괴로움이 곧 고통이며 불행이라고 생각했죠. 공리주의가 말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결국 어떻게 하면 각각의 개인이 최대의 이익을 챙기고 쾌락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그것을 도덕으로 봤어요. 그러고 보면 공리주의 사상의 출발점은 에피쿠로스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해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요?
에피쿠로스가 보기에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죠. 인간의 감정을 쾌락과 고통 두 가지로 보았으니까요.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내렸어요.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성, 권력이 될 수도 있겠지요. 돈으로 예를 들어봅시다. 내가 100만 원을 가지고 싶은데 수중에 는 1만 원밖에 없으면 행복도는 1%로 엄청 불행하겠죠. 이제 고생해서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때도 역시 내가 원하는 건 100만 원일까요? 이때는 내가 원하는 게 1억이 돼요. 그럼 1억분의 100만 원이 되어 나의 행복도는 여전히 1%. 이런 식이라면 나는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어요.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야겠죠. ‘100만 원이면 충분해라고 자기 최면을 하면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물과 빵만 있으면 나는 신도 부럽지 않다.”
에피쿠로스는 실제로 물과 빵만 먹었고, 치즈는 매일 먹으면 맛이 없으니 가끔 먹으면서 그 맛을 만끽했대요. 요즘 말하는 무소유, 미니멀리즘, 소확행의 원조가 에피쿠로스 아닐까요?

미스터리 공동체 ‘정원’

그런데 욕심만 버리면 행복해질까요? 인생이 무의미해질 수 있으니, 무언가 다른 의미 있는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에피쿠로스는 인생은 원래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했어요.
에피쿠로스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받아들여 인간은 그냥 원자들의 이합집산이라고 보았기에, 태어난 목적이나 사명 같은 것은 없어도 그냥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살다 보면 좀 심심하긴 하겠죠. 그래서 정원 공동체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을 강조했어요. 이러니 사람들이 막 몰려들었겠지요?
당시 정원 공동체가 여러 군데 있었는데, 한때 40만 명까지 모이기도 했대요. 정원 공동체에는 노예와 여자들도 있었는데, 당시 여자들은 남자들의 일종의 소유물이었고 당연히 로마 시민권을 가질 수 없었죠. 심지어 매춘부들도 있었다고 해요. 그러니 사람들이 밖에서 막 수군댔겠죠? 정원 공동체에 가면 매일 먹고 마시고 밤마다 여자들하고 파티를 한다고요. 에피쿠로스의 epicure에는 식도락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당시의 오해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셈이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에피쿠로스가 욕심을 버리고 물질적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인간을 괴롭히는 마지막 문제가 하나 남아 있어요. 그것은 바로 죽음에 관한 공포지요. 에피쿠로스는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살아 있을 때 죽을 수 없다.
우리는 죽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에피쿠로스학파는 물질적 고통에서도 정신적 고통에서도 벗어나려 했어요. 철학을 공부하고 우정을 나누면 심심하지도 않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으며, 어떠한 욕망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뭐가 행복이죠? 이런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해요.
지금으로부터 1800여 년 전 에피쿠로스는 이미 욕망의 끝이 어떤 것인지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욕망을 끊어라.”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포스트는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김필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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