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프랑스 학자 기욤 드 로리와 장 드묑이 쓴 『장미 이야기(Roman de la Rose)』. 과거에는 작가가 내용을 읊고 필경사가 쓰고 채색사가 색을 입혀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오늘날은 작가가 직접 글을 씁니다. 하지만 고대와 중세 시대에는 글을 구성하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있었습니다. 전자를 구술가 또는 작가라 하고 후자를 필경사라 불렀지요.
중세에는 수도원에서 교회가 필요로 하는 책을 제작했습니다. 수도원에는 기록실(필경사들이 일하는 방)이 따로 있고, 필경사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 과정도 있었습니다.
필경이 특히 주목을 받고 발달했던 것은 9세기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 때였습니다. 아름다운 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필사본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졌고, 여러 장의 양피지를 제본한 현대적인 개념의 책이 처음 등장했지요.
카롤루스 대제는 오늘의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 영토를 크게 확장했지만 여러 민족이 뒤섞여 있어 통치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법령을 하나로 통일하려 했고, 그러려면 먼저 교회와 학교에 필요한 책, 법률을 다룬 책, 역법을 설명한 책과 달력이 필요했지요. 그는 가장 권위 있는 원전을 동원해 새로운 필사본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즈음 나라 곳곳에 교회가 새로 생기면서 예배서와 신학서의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습니다. 필경사의 일거리가 넘쳐났지요.
책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하나를 뽑으라면, 그것은 바로 구텐베르크의 금속인쇄술 발명입니다. 1440년경 독일의 금 세공업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포도 착즙기에서 착안해 금속인쇄술을 발명했습니다. 그는 곧 인쇄소를 차리고 구텐베르크 성서(최초 36행 라틴어 성서)를 인쇄했지요.
필경사가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써서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하루에도 수권의 책을 찍어 냈습니다. 그 덕에 귀족과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성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었고, 신앙의 근거가 교회와 성직자에서 성서로 옮겨지면서 독일에서는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1517)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아울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농업혁명이 뒤따르면서 유럽은 급속한 사회 변화를 맞게 되지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14~16세기)를 맞습니다. 사회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어요. 종교적 가르침을 확대하기 위해 세운 교회와 수도원 산하의 학교에서는 쓰기, 회계학, 천문학, 법학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문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났습니다. 그와 함께 대학교가 속속 세워졌지요. 15세기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고 희망봉을 발견하는 등 대항해 시대가 열립니다. 유럽은 인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저렴한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합니다. 회계학은 돈 계산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었으며, 수개월이 걸리는 항해에 바닷길 측정과 일기의 변화 예측 등 과학기술은 필수였지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분쟁이 따르니, 사회 규범과 규칙을 정하는 법학이 기본 지식이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이 포스트는 『장선화의 교실밖 글쓰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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