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저를 알지 못합니다. 제 친구도 아니고 가족은 더더욱 아니죠. 외모를 제외하고는 당신이 저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를 그저 남들보다 큰 옷을 입는 사람 취급하지 마세요. … 이 편지를 보내온 분이 한 말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제가 진짜 신경 쓰는 것은, 타인의 언행에 쉽게 영향을 받는 아이들이 이 메일과 같이, 심지어는 더 심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어느새 무기가 되었고 학교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이런 메일을 쓰는 사람들이 사회에 존재하고, 아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고 배웁니다. 당신이 집 안에서 ‘뚱뚱한 여자 앵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당신의 아이 역시 학교에 가서 뚱뚱한 친구를 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선량하게 키울 의무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타인의 신체적 특징에 비판을 가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무례한 짓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례한 일을 당한 사람이 모두 용기 있게 반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한 어머니가 모욕문화를 규탄하는 글을 썼다. 여기서 ‘모욕문화’란 가령 어떤 사람이 문제에 맞닥트렸을 때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대신 모욕당한 사람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아무 학교나 보내래? 좋은 학교 선생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다들 고학력자에 아이들도 존중해준다고. 이래서 학군 좋은 곳에 사는 게 중요한 거야.”
이것이 바로 모욕이다. 매우 몰인정한 모욕 말이다.
다소 예민하여 상대방의 모욕을 신경 쓰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모욕이 더해진다.
“왜 그렇게 민감해? 왜 그렇게 쉽게 상처받아?”
“소심해서 반격 한번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 도움도 받을 수없는 것이 당연해. 왜 좀 더 대범해지려고 하지 않아?”
“그 애가 괴롭혔다고? 당한 네가 잘못이지.”
당한 네 잘못이야! 이것이 바로 모욕문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보게 될까?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떤 식으로 대하게 될까? 식당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잘못 받았다면 실수를 이해하고 넘어가줄까, 아니면 모욕적인 말을 쏟아낼까? TV를 볼 때 방송 내용에 집중할까, 아니면 두 눈 부릅뜨고 앵커의 몸매만 살피다가 모욕적인 메일을 보내고 나서 자신이 정의로웠다고 착각할까?
동정심과 공감력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매우 어렵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모욕하고 수모를 겪는 가운데 모욕적인 언어를 새로이 만들어낸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모욕적인 말, 심지어는 저주의 말까지 접한다. 생선 가게에 오래 머물면 생선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 포스트는 『그럼에도 사는 게 쉽지 않을 때』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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