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판단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판단력을 잃으면 우리는 표면적인 모습에 쉽게 속아 넘어가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서 어리석고 답답한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다. 판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단의 근거이다. 판단의 근거만 제대로 파악하면 현상을 꿰뚫고 본질에 닿을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판단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서판단, 취향판단, 이익판단, 규칙판단, 가치판단 과 시비(是非)판단이 그것이다. 문제가 다르면 판단 기준도 달라야 한다. 시비판단 문제에 정서판단을 적용하는 등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 얼토당토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었는데, A는 과자가 너무 적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이 얼른 과자를 하나 더 주었지만,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번에는 과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에 선생님은 그의 과자 중 하나를 반으로 쪼개서 주었다. 그럼에도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과자가 쪼개졌다면서 말이다.
A가 커서 연애할 나이가 되었다. 도도한 여자를 만나면 자신이 기가 죽을까봐 걱정했고, 의존적인 여자를 만나면 귀찮아했다. 예쁜 여자는 바람이 날까 걱정했고, 돈 많은 여자 앞에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후 이제 눈높이를 낮춰 여자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숙사 친구들이 만두를 좋아해 매일같이 만두 이야기만 하는 통에 자신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대학생이 있었다. 그에게 또다시 만두 토론이 열리면 이렇게 끼어들라고 조언해주었다. “어떤 소가 든 만두 가 제일 맛있어?”
효과는 대단했다. 지금까지 하나로 똘똘 뭉쳐 있던 친구들이 순식간에 여러 갈래로 나뉜 것이다. 달걀팀, 소고기팀, 대파팀, 돼지고기팀 그리고 당근팀까지. 그 후 기숙사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모 지역의 개발을 위해 얼마간의 돈이 준비되었다. 이들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초등학교를 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옥을 짓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정책 참여자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앞으로 초등학교에 다시 입학할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감옥은...”
사람들은 감옥을 짓기로 결정했다.
모 지역에서 수박대회가 열렸다. 평가 기준을 정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수박대회는 제일 큰 수박을 뽑는 대회지. 우리 집 수박이 제일 크니 1등은 당연히 나야.”
“수박은 먹는 것이니 당연히 맛있는 수박이 최고지. 우리 집 수박이 가장 달콤하니까 1등은 내 거야.”
“지금은 표준화 시대! 크기도 모양도 표준적인 우리 집 수박이 1등이어야 해.”
“농작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확량이지! 우리 집 수박 수확량이 가장 많다고. 1등은 당연히 나야.”
좋은 수박의 기준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난리가 나는데, 맛과 생산량, 모양에 대해 정서판단과 취향판단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바탕 격렬한 토론의 장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실 격렬한 토론의 장이라고 할 것도 없다. 서로 다른 규칙들이 은밀하게 싸우고 있는 것뿐이니까.
사람의 지혜는 규칙판단의 세례를 통해서만 형성될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판단의 최종적인 모습이 바로 훌륭한 가치판단이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판단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보자.
정서판단을 하는 사람은 너그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들과 논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같이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될 텐가? 이들이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같이 감정적으로 대할 텐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취향판단자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 타인의 포용력이 필요하듯 같은 태도로 타인을 포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익판단자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매우 성숙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익판단자들은 극단적으로 변하기 쉬운데, 그들의 이기심을 탓하기보다는 그들이 성숙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규칙판단에 능한 사람들을 대할 때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들은 대체로 차분하고 상냥하며 자애롭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 옆에서는 뭐든 하나라도 배우는 것이 이득이다.
시비판단은 우리 행동의 근거이고 가치판단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전자는 우리에게 ‘옳은 일을’ 하도록 하며 후자는 우리가 ‘일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면 훌륭한 사람이다.
이 포스트는 『그럼에도 사는 게 쉽지 않을 때』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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