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올라온 난난이 계속해서 대들자 병원장은 난난에게 병원 청소를 시켰다. 철부지 딸의 버릇을 고쳐놓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의료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병원장의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다. 청소부 난난 역시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갑작스레 쫓겨난 병원장은 병까지 얻었다. 병원장 주변의 사람들은 난난에게서 빠르게 등을 돌렸다. 난난은 위기를 실감했다. 이제 평생 병원에서 쓰레기통만 비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좋지?
그러던 중 난난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직위나 거액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일단 병원에 오면 절절매기는 매한가지였다. 병원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바로 전문의였다. 이 소수의 전문의들에게 수술이나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은 어떤 대가도 감수했다. 그리고 이 전문의들은 난난을 어릴 때부터 아껴준 사람들이다. 비록 지금은 병원의 청소부 신세가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난난을 귀여워해주었다.
때마침 난난은 진료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를 발견했다. 환자에게 다가간 그녀는 특유의 말솜씨로 상대를 홀렸다. 환자는 난난을 통해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두 눈을 반짝였다. 난난은 환자를 데리고 전문의를 찾아가, 첫 번째로 진료를 받게 해주었다.
그 후 난난에게 도움을 청하는 환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중 대다수가 회사를 운영할 정도의 부자들이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수려한 말솜씨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난난은 어느새 병원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녀의 직업은 여전히 청소부였지만, 병원 밖에 약국을 여러 개 차린 데다 병원 내 영향력 또한 나날이 커졌다. 새로 부임한 젊은 의사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난난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였다.
의료 자원이 부족한 중국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다. 그래서 난난과 같은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녀처럼 처세술이 뛰어나고 눈치 빠른 사람이 또 다른 특수 계층이 되는 것이다.
난난은 자신이 번 돈으로 별장을 마련해 엄마를 모셨다. 딸의 별장에 들어간 병원장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네 동생 좀 도와주겠니?” 엄마가 말했다. “팡팡 그 녀석은 정말이지 어쩜 그리도 무기력한지.”
팡팡의 서예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렸던 것은 한때의 봄바람처럼 사그라지고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되었다. 그냥 준다 해도 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병원장이 퇴직한 바로 그날부터 말이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렀지만 팡팡은 여전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애당초 사람들이 팡팡의 작품을 사들였던 것은 그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의 엄마가 병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를 서예 신동으로 치켜세운 것 역시 병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심산이었다. 서예협회 역시 더 이상 팡팡을 부르지 않았다. 팡팡은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사실을, 자신의 작품을 사주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자신의 엄마에게 잘 보이려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마냥 기다렸다. 몇 년 후 그의 수중에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고집스러워졌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그의 서예는 점점 엉망이 되었다. 서예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은 팡팡을 자신의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예는 마음의 평안을 단련하는 일인데 팡팡의 마음에는 풍파가 일었다.
팡팡은 이미 정신과 전문의에게 보내진 상태였고 난난은 값비싼 옷을 걸치고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매일같이 호텔에서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다. 이 남매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 한때 사람들은 난난이 큰일이라며 걱정했다. 곱상한 얼굴만 믿고 나쁜 길로 들어섰다고 말이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확실히 올바른 길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인생이 망가지는 길도 아니었다. 반면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팡팡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오늘날의 교육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 어쨌든 종국에는 아이가 착하고 말 잘 듣고 어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길 바란다. 그 때문에 정작 자기 자신이 사라져버린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 말이다.
팡팡은 바로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아이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서예를 좋아했다. 서예는 그가 추구하며 노력하는 삶의 방향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팡팡은 더욱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외로워졌다. 그러다 사람들이 그의 어머니 때문에 서예 작품을 고가에 사기 시작하면서 그 모든 것이 상쇄되어버렸다.
어머니가 영향력을 잃고 나서야 팡팡의 진짜 사회적 가치가 드러났다. 그의 서예는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시장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시장가치가 없다고 해서 꼭 팔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팔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능력이 필요했다.
이 포스트는 『그럼에도 사는 게 쉽지 않을 때』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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