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 같이 못살 때에는 도시 호구를 가지고 있건, 농촌 호구를 가지고 있건 삶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농촌은 소득증가가 정체된 반면, 도시는 수출 및 건설투자 붐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부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도시와 농촌 가계의 소득격차가 3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농촌 주민들의 도시 이주는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 존재하는 특유의 제도인 ‘호구’는 농촌 출신 근로자들에게 끊을 수 없는 족쇄의 역할을 했다.
중국은 중공업 위주의 발전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공업 발전에 필요한 교통, 통신, 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숙련된 노동력을 이미 일정수준 갖추고 있었던 도시지역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했다.(중략)
또한 중공업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농산물의 의무수매제를 실시하여 핵심 농산물에 대한 정부 독점을 확립하고, 농산물 가격을 공업 생산물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농업으로부터 추출한 잉여가치를 도시의 중공업 부문에 투자하는 전략이 1978년 개혁·개방 직전까지 지속된다.
이런 발전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도시지역의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사회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도시의 각종 인프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인구를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도시인구 통제의 핵심 내용은 기존 인구 규모를 유지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호구제도는 바로 이러한 ‘농민의 도시 이동 금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1958년 1월 9일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호구등기조례’로 정식화되었다. _ 박철현, “개혁기 위계적 시민권과 중국식 도시사회의 부상”, 『역사비평』(여름호), 2016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개혁기 중국의 최고 경쟁력인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경제발전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도시로 이동해 취업해야 했다.
그런데 도시 취업을 원하는 농민공들이 한꺼번에 도시로 유입되면 주택·문화·교육·복지 등 ‘도시 공공재’를 잠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유기업 개혁과정에서 쫓겨난 도시 주민들과 저임금 일자리를 두고 노동시장에서 경쟁함으로써 도시 주민들의 권익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 (중략)
그래서 중국 정부는 개혁기에도 기존 호구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농민공의 도시 진입은 허용하되, 도시 공공재에 대한 접근은 차단하는 방식을 취했다. 농민공이 자녀를 데리고 도시에 들어오거나 도시에서 자녀가 태어났다 해도, 그 자녀의 호구는 여전히 농업 호구이다. _ 박철현, “개혁기 위계적 시민권과 중국식 도시사회의 부상”, 『역사비평』(여름호), 2016
주택 임대차 시장의 측면에서 성향결합부(城郷結合部, 도시 외곽의 농촌지역으로, 도시에 주거하는 농업 호구민의 주거지)에 공급이 집중된 이유는 이 지역 원주민들의 특수한 호구 상태 (중략) 때문이었다.
도시의 농업 생산지역은 행정구역상 도시로 편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토지의 소유권은 집체에 귀속되어 있다. 도시의 농민, 즉 농업 호구 소지자들은 농촌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각 가구의 인구수에 따라 일정한 면적의 농지에 대한 사용권(=경작권)과 함께 주택용지에 대한 권리를 무상으로 부여받고 있으며, 주택용지 위에 건설한 주택에 대해 배타적인 사유재산권을 향유할 수 있다(.중략)
1990년대 들어 유동인구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 근교의 농업 호구 소지자들의 주택용지와 주택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자 수입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중략)
이렇게 성향결합부에서 위법적인 주택 임대차 시장이 생겨나고, 비합법 신분의 외래 이농민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된 데에는 이 지역의 모호한 행정관리 체계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략) 2000년대 들어 성중촌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전까지는 이 지역 농민들의 주택을 관리하는 정부기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_ 장호준, “동향촌의 변화를 통해 본 베이징 성중촌 현상과 개조”, 『역사비평』(가을호), 2016
성중촌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농민공들은 다시 임대료가 싼 주거지를 잃어야 했으며, 시 정부가 엄청난 개발차익을 향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갈등이 점점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불만과 분노가 분출된 것이 2000년대 접어들어 본격화된 군체성(群體性) 사건(여러 형태의 집단행동, 집단시위, 집단분규 등) 이다.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농촌과 도시 사이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특히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중국의 거대도시 지역)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붐이 지속되어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다. 더 나아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촌지역의 소득 부진은 최근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소비 주도 경제성장’ 노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포스트는 『중국주식 선강퉁 : 제2의 Google을 찾아라』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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