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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인문 교양 읽기/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by 스마트북스 2021. 1. 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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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의외로 없습니다.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시끄럽게 굴면 이웃의 항의를 받습니다.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무인도로 가야 할 터인데, 혼자 있으려니 너무 심심합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으나 심심하긴 싫죠.
많은 이들이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On Liberty)입니다. 교육열 높고 부유하기까지 한 아버지 덕에 전문가들의 과외를 받으며, 홈스쿨링으로 학문적 업적을 쌓은 천재 학자 존 스튜어트 밀. 그조차 누구 못지않게 자유를 갈망한 모양입니다. 자유가 없는 사람은 자유를 빼앗으려 하고, 자유로운 사람은 빼앗기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자유 쟁탈전입니다.
자유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자유
그 자체보다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어떻게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밀은 자유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시민 혹은 사회적 자유로 제한하여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심사숙고합니다.
대략 밀이 주장하는 자유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이 행동할 때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뿐이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는 사회가 간섭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얽히지 않는 오롯이 자기만의 행동이 가능할까요? 내 방에서 한 걸음만 내딛어도 관계의 그물망에 걸려들어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이러저러하게 따지다 보면 누군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이 촘촘한 그물망에서 빠져나가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밀에게도 자유가 숨 쉴 구석은 있습니다. 바로 생각과 토론의 장입니다. 사회적 위계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곳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토론은 말싸움입니다. 승패가 갈리는 그곳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기가 가능할까요? 익명성을 방패삼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이버 세계조차 마음 가는 대로 하다가 상처 주고 상처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니까요.
어쩌면 현실에서는 다가갈 수 없는 자유이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캡틴 아메리카 vs.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 가운데 영웅들끼리의 패싸움이 등장하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있습니다. 정부는 악당들 물리치느라 수고한 어벤져스에게 칭찬은 못 해줄망정, 전투 중에 건물이 부서지고 애꿎은 사람들이 다쳤다면서 위험인물이라는 낙인을 찍죠. 부수적 피해를 막기 위해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시행하여 어벤져스를 관리감독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찬성하는 아이언맨과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주축이 되어 두 패로 갈린 어벤져스는 영화 내내 지독하게 싸웁니다.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어벤져스의 정의감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행동에 제약이 걸리는 것, 즉 자유죠. 부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요청이 있을 때만 싸울 수 있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캡틴이 반대한 것은 이것 때문입니다.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는 것, 자유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죠.
누군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면 최고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곧 그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글은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백상경제연구원) 2장 살면서 갖고 싶은 다섯 가지(윤은주)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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