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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은 둥근데 소행성은 왜 울퉁불퉁할까?

인문 교양 읽기/만약에 과학 : 우주

by 스마트북스 2021. 2. 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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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지구는 마치 공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행성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천체는 대체로 제멋대로 생겼죠. 지구와 소행성을 이루는 물질은 서로 비슷한데, 왜 지구(행성)는 둥글고 소행성은 울퉁불퉁할까요?

중력의 역할

행성과 소행성의 물질에는 차이가 없지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크기죠. 지구는 평균 반지름이 6,371km, 소행성 루테시아(Lutetia)의 반지름은 49km로 지구가 약 130배 정도 더 커다랗습니다. 질량의 차이도 큽니다. 루테시아의 질량은 지구의 0.0002%밖에 되지 않죠. 같은 물질임에도 모양의 차이가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질량의 차이가 난다는 건 중력도 차이가 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힘의 방향은 중 질량이 무거운 쪽, 힘의 크기가 큰 쪽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중력이 큰 행성의 표면에 있는 물체는 항상 행성의 중심을 향하게 됩니다. 뉴턴의 사과가 땅으로 떨어졌던 것처럼요.
이제 막 만들어진 행성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보죠. 만약 우리가 이 행성의 표면에서 행성의 하늘을 보고 있다면 수많은 미행성이 이 행성의 표면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때 행성의 표면을 주의 깊게 보면 곳곳에 파인 부분이 있습니다. 행성 표면에 있는 돌들이 중력에 의해 구덩이를 채우면 이 구덩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메워질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행성의 움푹 파인 곳에서 계속해서 일어나죠.


그래서 어떤 행성의 질량, 즉 중력이 충분하다면 이 행성의 표면에 있는 구덩이는 돌로 메워져서 행성은 둥근 모양이 됩니다. 반대로 중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돌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덜 발생하므로 질량이 가벼운 소행성들은 이 구덩이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울퉁불퉁한 제멋대로인 모양을 가지게 되죠.
액체도 이와 같습니다. 액체 역시 중력에 의해 행성의 중심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구덩이를 더 쉽게 채우게 되죠. 바다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바다의 수평선을 생각하면 삐뚤삐뚤한 수평선은 없죠. 바다 자체가 중력에 의해 지구의 중심으로 늘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높이가 생기지 않는 거죠. 그래서 지구를 멀리서 보면 매끈한 공처럼 보이는 겁니다.

압력의 역할

액체가 지구를 둥글게 감싸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단단한 암석이 부서져서 행성의 구덩이를 메우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단단한 암석이 쉽게 부서질 거 같지 않기 때문이죠.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압력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중력은 분명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모든 걸 다 부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중력이 행성 표면의 암석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다면, 암석보다 약한 사람은 쥐포처럼 납작하게 눌렸을 것이고 지구 표면 위에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겠죠. 그래서 중력만으로는 행성을 동그랗게 만들 수 없습니다.
행성이 동그랗고 매끈한 모양을 가지려면 압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구의 표면에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압력은 바로 대기압입니다.
대기압은 공기가 우리를 누르는 힘으로 1기압은 1의 면적을 1kg의 힘으로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힘은 1,000m를 올라갈 때마다 0.1기압씩 낮아지죠. 공기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바다로 가보죠. 바다에도 대기압과 비슷한 수압이 존재하는데요. 수압은 10m를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땅 밑으로 내려가면 압력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지구의 내부로 들어가면 10m를 내려갈 때마다 3.5기압씩 압력이 높아집니다. 단순하게 바다와 비교하면 3.5배 정도 더 강한 압력을 받는 거죠. 그리고 바로 이 힘이 행성을 둥글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행성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압력이 높아져 행성이 동그랗게 변하게 되는 거죠.
만약 우리가 지구를 반으로 잘라서 본다면 중심에 가까울수록 둥글고, 압력의 힘이 비교적 적은 지구의 표면은 상대적으로 덜 둥근 것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대체적으로 매끈한 둥근 모양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행성이 둥근 이유는 중력과 압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과학 예술품입니다.

물질의 차이

그런데 서로 비슷한 질량을 가진 소행성 중에서도 어떤 소행성은 좀 더 둥글고, 어떤 소행성은 울퉁불퉁합니다. 왜일까요? 중력과 압력 말고도 행성의 모양을 결정하는 요소가 있는 걸까요?
행성이 둥근 모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느냐는 거죠. 여기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A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B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소행성 B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A보다 더 매끈하고 둥근 모습일 겁니다. 왜냐고요? 단단한 돌멩이와 찰흙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단단한 돌멩이를 둥글게 깎으려면 여러 도구와 힘이 필요하죠. 맨손으로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찰흙은 다릅니다. 맨손으로도 충분히 매끈하고 둥글게 만들 수 있죠. 소행성A B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체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서는 중력과 압력이라는 도구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도구와 힘을 잘 쓰려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안정성

행성을 둥글게 만드는 힘은 중력과 압력이지만, 결국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하나라도 불안정하다면 천체는 중력과 압력에 의해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만큼 지구는 안정적인 상태라는 걸 뜻합니다. 소행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울퉁불퉁해서 불안정해 보이지만 결국 소행성도 자신의 기준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상태인 겁니다.

이 포스트는 만약에 과학 : 우주(천민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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