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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별이 많은데 왜 우주는 어두울까?

인문 교양 읽기/만약에 과학 : 우주

by 스마트북스 2021. 3.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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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빛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주 전체 별의 개수는 우리가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별이 많은데, 도대체 밤하늘과 우주는 왜 어두운 걸까요? 별빛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여러분도 우주를 배경으로 찍은 우주 비행사의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항상 우주 공간은 암흑처럼 보이죠. 우주 공간이 실제로 그렇다면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그 수많은 별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올베르스의 역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Wilhelm Matthäus Olbers)입니다. 이런 생각을 했던 19세기에는 우주가 무한한 크기이며, 무한한 별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이었는데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서로를 당기고 있다고 믿었기에 우주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했죠.
만유인력의 법칙이 우주를 지배하면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점으로 붕괴할 수 있으므로, 뉴턴은 우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무한한 크기의 우주에 중력적으로 평형을 이루는 무한한 별이 있는 우주를 생각해냈습니다.
하지만 이 우주에는 큰 문제가 있었죠. 무한한 크기의 우주에 별도 무한하다면, 당연히 무한한 양의 빛도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한한 양의 빛이 존재한다는 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우주를 덮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올베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의 빈 공간에 가스가 존재하며, 이 가스들이 빛을 흡수해서 우주가 어두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에도 빈틈이 있었죠. 빛을 흡수한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고, 온도가 높아진 물질은 별처럼 빛을 내기 때문에 올베르스의 주장대로 눈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을 가스가 흡수한다고 해도 우주는 여전히 밝은 빛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찰한 우주는 그렇지 않았죠. 이를 올베르스의 역설이라고 부르는데요. 당시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 역설을 풀려고 했지만 누구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잘 쓰지는 않지만 익숙한 단위인 절대 온도K(kelvin)을 만들어낸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도 올베르스의 역설을 설명하려고 했던 과학자였는데요. 그는 빛의 속도를 이용해 이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므로 빛이 우주 공간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주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멀리서 온 빛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우주가 빛으로 가득 차려면 적어도 수백조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죠. 그러던 중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문과 선생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였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강의록인 유레카에서 우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중 올베르스의 역설에 대한 설명도 있었죠. 에드거 앨런 포는 우주에 빛이 가득하지 않은 이유는 빛이 우리에게 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무한한 크기를 가지는 우주에서 출발한 빛이 모두 우리에게 닿을 수 없다는 짧고도 낭만적인 풀이였죠. 하지만 이 풀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과학적인 설명이라기보다는 소설가다운 감상에 가까운 주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윈 허블 ‘우주의 팽창’

올베르스의 역설이 풀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에드윈 허블에 의해 발견된 우주의 팽창이었습니다. 우주의 팽창은 그때까지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는데요. 이 발견으로 정적이고 무한한 크기를 가지고 있던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는 동적인 우주로 바뀌게 되었죠.

뉴턴이 제시한 우주가 틀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빛도 팽창하기 전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아와 지구에 도착해야 하죠.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먼 거리를 날아오는 빛에는 도플러 효과(doppler fect)에 의해 적색편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단순하게 자동차가 멀어질수록 파장이 길어져 자동차의 소리가 작게 들리는 현상이 빛에서도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에게 멀어지는 천체가 방출한 빛도 소리처럼 파장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적색으로 보이는 적색편이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죠.
반대로 만약 어떤 천체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빛을 방출하고 있다면, 이 천체는 마치 우리와 가까워지는 자동차처럼 파장이 짧아지고 청색으로 보여서 청색편이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빛의 파장이 짧아지거나 길어져서 가시광선 영역을 넘어가면 이 빛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죠. 우리는 가시광선영역까지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멀어지는 천체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돼 우주가 어두워 보인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올베르스의 역설이 풀리게 되었죠.
우주에는 빛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이죠. 우주가 어두워 보이는 건 실제 우주 공간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우리의 눈이 우주의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트는 만약에 과학 : 우주(천민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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