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의 고령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미국과 일본입니다. 특히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자산 매입이 본격화되는 40세에서 59세까지의 인구 비중을 부동산 가격과 비교해보면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핵심 자산 매입 연령층의 인구 비중이 정점에 달한 바로 그해에 부동산 시장도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인구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는 매우 강력해 보입니다. 주택 수요층인 젊은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주택을 팔아야 할 고령층은 늘어나는 현상을 고려해본다면 앞날은 뻔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나라는 많습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입니다. 유럽은 고령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대륙이며, 1980년대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부동산 경기 정점은 2007년 렵이었습니다. 인구 정점과 부동산 경기의 정점이 거의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죠.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인구 요인이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설명하는 유일한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30년 동안의 장기간으로 본다면 분명 인구가 부동산 가격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는 더욱 강력한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령대별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주택을 새로 구입할 연령대인 20대와 30대는 모두 합쳐서 1,437만 명인데, 반면 은퇴를 앞둔 연령대인 40대와 50대는 무려 1,718만 명이나 됩니다. 신생아가 가장 많았던 1971년에는 한 해에 102만 명이 태어났지만, 2015년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3만 8천 명이 태어났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분명히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강한 하락 압력을 주는 요소이긴 합니다만, 인구 변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까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 당연히 주택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이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가구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택은 가구 단위로 수요가 형성되며, 주택 수요에는 인구보다 가구수가 미치는 영향이 거의 2배 이상 큽니다. 그래서 생산가능인구는 줄지만 가구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습니다.
가구수가 증가하니 부동산 가격 오를까?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으니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까요? 하지만 이런 주장이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소득 변수입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전체 1인 가구의 34%가 60대 이상, 즉 독거노인이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중위가구 소득의 50% 미만인 저소득층 1인 가구가 무려 45%입니다. 이른바 화려한 싱글이라 할 고소득층 1인 가구는 1인 가구 전체의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국 1인 가구의 현실이고, 가구수 증가의 감추어진 이면입니다.
즉, 가구수 증가는 소득수준의 상승으로 인한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도로 빈곤한 독거노인의 증가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빈곤한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가 한국 부동산의 수요 증가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이들의 주거형태는 대부분 저렴한 월세, 고시원, 여관방 등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가구수 증가로 인해 부동산의 수요도 함께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입니다.
이 포스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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