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좋았다고 할 만한 시점인
2000년대 중반기를 살펴보면 연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씩 오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2, 3배씩 오르는 일도 허다했습니다.이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는 주택 구매의 기회비용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합니다. 2007년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5%였고, 3년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5.7% 수준, 은행 대출금리는 대략 7% 선이었습니다. 즉 10억 아파트의 연간 이자비용은 7천만원 정도인 것이죠.
2017년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약 3%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10억원 아파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3천만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아파트의 명목가격은 똑같이 10억원이지만, 자본비용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한편, 당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율은 겨우 40% 초반대였고, 강남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10억 아파트의 전세가가 평균 4억을 넘기 힘들었습니다. 똑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기 집으로 살면 연간 소요비용이 7천만원이고, 전세로 살면 연간 2,800만원입니다.
아파트에 전월세로 살든 자기소유로 살든 간에 생활편익은 동일하게 누릴 수 있지만, 투자수익은 자기 소유일 때에만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 2,800만원만큼은 생활 편익을 위한 비용이고, 차액 4,200만원은 향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옵션을 구매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시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강하게 전망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런 가격구조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시세차익을 위한 비용인 4,200만원은 아파트 가격인 10억원의 4.2%에 해당합니다. 연간 이 수익 이상을 올려야만 최소한의 비용을 회복합니다. 게다가 진짜 투자수익을 올리려면 주택가격이 여기에서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으로 올라야만 합니다. 2007년의 물가상승률은 2.5%였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연간 6.7% 이상 올라야만 실질적인 투자수익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2016
년 12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보겠습니다. 최근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서울 기준으로 68% 수준까지 뛰어올랐습니다. 10억짜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가 6.8억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은행의 대출금리는 담보대출 기준으로 약 3~4% 수준입니다.현재 시점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주거방식을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전세 거주라 하겠습니다. 여전히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가격은 70%에도 미치지 못하며, 기회비용 면에서는 자가 거주에 비해서 무조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자가 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거의 안정성이나 향후 집값 상승의 수익을 향유할 수 없다는 점 정도가 약점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전세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고 월세로 점점 전환되고 있습니다. 주택에서 투자수익이라는 점을 포기한다면 전세만한 선택이 없겠지만, 주거생활이라는 것이 반드시 이런 계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부동산 전업투자가가 아니라면, 자기가 살 집의 가격상승 가능성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너무 비쌀 때 사지 않고, 너무 쌀 때 팔지 않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모두가 가지는 바람일 것입니다. 그럴 때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스스로 인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요약해서 말하면
주택 구매시 집값의 절대적인 액수가 얼마인가보다는 현재의 시중금리에 비추어 그 집값의 기회비용이 얼마인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 기회비용은 순수한 주거비용과 자가 보유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나눌 수 있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이 포스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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